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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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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를 하며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 수고 하셨습니다 ]

[ 음,,,,]

[ 어땠어? ]

[ 그냥,,그랬어..]

[ 만점 맞을 것 같애? ]

 [ 아니,,헷갈린 게 몇 개 있었어...]

[ 진짜?.. ]

[ 나도 시험지 받아보고 놀랐어..

헷갈리는 게 있다는 게...]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와인잔을 기울렸다. 


온 몸에 알콜이 퍼져가는 느낌이 좋았다.

뭔가 잠시 잊여도 될 것 같은..

[ 뭐가 어려웠어? 한문?]

[ 아니,어렵지는 않았어, 그냥 몇 개 애매했어.

답이 두 개여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문제들이 몇 개 있었어..

그만 물어 봐,,다 끝났으니까..]


바로 눈치를 챈 깨달음이 화제를 바꾼다.

[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 갖고 싶어?]

[ 음,,필요없어..]

[ 생일 선물도 안 샀잖아..]

[ 음,,필요한 게 없어..]

[ 왜 그래?]

[ 나도 몰라,그냥 갖고 싶은 게 없어 ]

시큰둥한 내 대답이 이상했는지

찬찬히 날 쳐다보는 깨달음.

[ 병원 갔다 왔어? ]

 [ 내일 가면 돼, 정밀 검사 있어.. ]

[ 같이 갈까?]

[ 아니,,혼자 갈 거야 ]

[ 검사 결과는 언제 나와?]

[ 바로 나와..]

[ 그래서 힘이 없는 거야?]

[ 아니..그냥]

[ 근데, 당신 일본어 시험을 왜 본 거야? ]

[ 음,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지난 일요일, 굳이 볼 필요도 없는 

일본어 능력시험을 보았다.

올 해들어 2개의 자격증 시험을 치뤘고 

이 시험이 마지막이였다.

 순전히 100점을 맞을 거라는 자만심과 

 이곳에서 15년을 넘게 살았으면

 만점은 당연한 거라고 

 괜한 오기가 발동해서 신청을 했었다.

어쩌면 모든 테스트가 그렇듯 

시험지를 받아들기까지 약간의

긴장감을 내가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부라면 지겨울만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인하려는 내가 있다.


12월에 접어들었고

올 한해를 뒤돌아보니 내 자신이

잘 살았는지, 이대로의 삶이 옳은 것인지

괜한 불안감에 쌓여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어졌다.

 병원에서 순번을 멍하니 기다리다가도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 자문하곤 한다.

물대신 24시간 줄곳 마셔야하는 한약, 양파즙, 

치매예방약, 비타민제, 

호도와 아몬드, 야채쥬스, 홍삼정, 

아오지루(청즙), 포도즙,두유, 위장보호제,

삶은 계란2개, 김 5장, 홍초,,,,,

이렇듯 하루에 꼭 챙겨 먹어야할 음식과 약을 

보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악착같이 살고 있는 것인가 

의문 속에 빠질때가 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샘 공부를 하고

 학회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몇 날 며칠 

자료검색을 하고 개인전에 필요한

작품을 그리고 만들고 칠하느라 눈에 

핏대를 세우고,,,,입술이 쥐고,, 

내일 모레면 오십을 눈 앞에 둔 나이에

아직까지도 내 자신에게 완벽함을

추구하려하고 좀 더 괜찮은 나를 만들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이 증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렇다고 공허한 가슴이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

항상 반복된 번뇌 속에서 답을 묻고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하는데

난 못다한 꿈을 부여잡고

이렇게 답답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잘 지내다가도 알 수없는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날이면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응어리들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의 

자괴감과 허탈감 속으로 나를 내몰아친다.

현실의 나와 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는

늘 이렇듯 거듭되 갈등을 되풀이해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누가 뭐래도 건강이 최고다,,육체도 정신도

건강해야만한다고 다짐하고 다독여보지만

좀처럼 환해지지 않는 하루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들만의

 고민속에 살아가고 있겠지....

우리 모두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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