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던 날 오전,
엄마와 깨달음은 박스에 배즙을 담았다.
[ 더 필요한 거 없냐? ]
[ 응,,없어..엄마 ]
[ 깨서방이 좋아하는 저 과자도 넣으끄나?]
[아니,,넣지마,,괜찮아..]
엄마가 깨서방 주려고 사다 놓은
초코파이와 몽셀통통을 말하는 것이였다.
엄마가 이렇게 수고를 해주시는 건
우리가 배즙을 가져가기엔 무겁다는 이유도 있고
이것저것 챙겨 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 소포가 오늘 도착을 했고
깨달음이 부푼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
하나 하나 꺼내면서 당황한 기색으로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빛이 뭘 얘기하는 줄 알고 있었다.
배즙, 대추, 마른 칡, 라면, 누룽지, 새우젓,
창란젓, 김이 들어있었다.
[ 오메,,오메...어푸소(없어)...... ]
[ 없어? 뭐가?]
[ 과자..... ]
[ 무슨 과자? ]
[ 오머니가 나 먹으라고 사 놓은 과자,,]
[ 응,,내가 넣지 말라고 했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숨을 쉬면서
슬픈 목소리로 내게 하소연을 했다.
[ 쥐포도 못 사고, 과자도 못 샀잖아,,]
[ ..................... ]
실은, 쥐포와 문어다리가 다 떨어져서 이번에
한국에서 몽땅 사오자는 약속이였는데
시장에 갔더니 그 아저씨 가게가 문을 닫은지
3개월이 지났다고 옆집 옷가게 아줌마가 알려주셨다.
그 자리엔 베트남 용품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사질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과자는 나와 슈퍼에 가지 않았기에
살 수가 없었는데 어머니가 사 놓으신 걸로
가져가면 되겠다하고 내심 자기는
안심을 하고 있었고 어머님이
당연히 소포에 넣어 주실 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쥐포도, 문어다리도, 과자도
하나도 없다고 정말 울 것같은 목소리였다.
(문을 닫은 건어물상)
[ 내가 넣지 말라고 그랬어.당신 다이어트 하니까
내년 2월달에 가서 사면 돼..좀 참아,,]
[ 3개월동안 먹을 게 없잖아,,,,]
[ 없긴 뭐가 없어...그냥 다른 거 먹어,,]
[ 그 때 한국에서 또 바쁘면 못 사잖아...]
꼭 살 거라 다짐했던 걸 못 사서 서운한 마음은
알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조금 짠한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코리아타운에 가서
있는지 알아보자고 달랬는데도
뾰로통해진 입이 들어가질 않았다.
분명 코리아타운에 가도
한국산 쥐포를 팔지 않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문어다리도 쉽게 찾지 못한 다는 걸
깨달음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위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꺼내놓은 소포 내용물을
쳐다보더니 대추 하나를 옷에 쓱쓱 닦아
먹기도 하고 김을 뜯어 먹기도 하고
마지막엔 누룽지를 입에 넣고 불려 먹었다.
[ 이 누룽지는 한국맛이 난다...
근데 내 서운함을 달래주진 못하네....]
[ .................................. ]
[ 뭐 먹을 거 없어?]
[ 과일 줄 게. 감하고 귤 있어 ]
[ 아니..과일 말고..]
[ 그럼,,초콜렛은 과자박스에 있어..]
[ 아니,,그런 거 말고, 냉장고 다시 봐봐,
쥐포가 한마리 남았을지 몰라,,,
아님,,과자라도....]
[ 없어,,그냥 포기해 ]
[ 알았어...]
주섬주섬 내용물들을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깨달음은 누룽지 봉투를 끝까지
손에 들고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날, 시장에서 다른 건어물 상에 물었을 땐
한국산 쥐포가 없다고 했었다.
나라도 조금만 시간을 내서
깨달음이 먹고 싶어했던 걸
모두 사 왔어야했다는 후회와 미안함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 뭔가 사려고 했던 것들을
못 사오게 되면 계속해서 마음에 남고
서운하고 그러던데 깨달음은 나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엄마가 넣으려고 했던 과자는 그냥 둘 걸 그랬다.
미안,,깨달음...2월달에 꼭 사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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