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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남편의 서운함을 달래줄 길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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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던 날 오전,

엄마와 깨달음은 박스에 배즙을 담았다. 

[ 더 필요한 거 없냐? ]

[ 응,,없어..엄마 ]

[ 깨서방이 좋아하는 저 과자도 넣으끄나?]

[아니,,넣지마,,괜찮아..]

엄마가 깨서방 주려고 사다 놓은 

초코파이와 몽셀통통을 말하는 것이였다. 

엄마가 이렇게 수고를 해주시는 건

우리가 배즙을 가져가기엔 무겁다는 이유도 있고

이것저것 챙겨 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 소포가 오늘 도착을 했고

깨달음이 부푼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

하나 하나 꺼내면서 당황한 기색으로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빛이 뭘 얘기하는 줄 알고 있었다. 

배즙, 대추, 마른 칡, 라면, 누룽지, 새우젓, 

창란젓, 김이 들어있었다.

[ 오메,,오메...어푸소(없어)...... ]

[ 없어? 뭐가?]

 [ 과자..... ]

[ 무슨 과자? ]

[ 오머니가 나 먹으라고 사 놓은 과자,,]

[ 응,,내가 넣지 말라고 했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숨을 쉬면서 

슬픈 목소리로 내게 하소연을 했다.

 [ 쥐포도 못 사고, 과자도 못 샀잖아,,]

 [ ..................... ]


실은, 쥐포와 문어다리가 다 떨어져서 이번에

한국에서 몽땅 사오자는 약속이였는데 

시장에 갔더니 그 아저씨 가게가 문을 닫은지 

3개월이 지났다고 옆집 옷가게 아줌마가 알려주셨다.

 그 자리엔 베트남 용품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사질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과자는 나와 슈퍼에 가지 않았기에

살 수가 없었는데 어머니가 사 놓으신 걸로

가져가면 되겠다하고 내심 자기는

안심을 하고 있었고 어머님이

당연히 소포에 넣어 주실 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쥐포도, 문어다리도, 과자도

하나도 없다고 정말 울 것같은 목소리였다.

 (문을 닫은 건어물상)


[ 내가 넣지 말라고 그랬어.당신 다이어트 하니까

내년 2월달에 가서 사면 돼..좀 참아,,]

[ 3개월동안 먹을 게 없잖아,,,,]

[ 없긴 뭐가 없어...그냥 다른 거 먹어,,]

[ 그 때 한국에서 또 바쁘면 못 사잖아...]

꼭 살 거라 다짐했던 걸 못 사서 서운한 마음은 

알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조금 짠한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코리아타운에 가서

있는지 알아보자고 달랬는데도 

 뾰로통해진 입이 들어가질 않았다.

분명 코리아타운에 가도 

한국산 쥐포를 팔지 않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문어다리도 쉽게 찾지 못한 다는 걸

깨달음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위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꺼내놓은 소포 내용물을 

쳐다보더니 대추 하나를 옷에 쓱쓱 닦아

 먹기도 하고 김을 뜯어 먹기도 하고 

마지막엔 누룽지를 입에 넣고 불려 먹었다. 

[ 이 누룽지는 한국맛이 난다...

근데  내 서운함을 달래주진 못하네....]

[ .................................. ]

[ 뭐 먹을 거 없어?]

[ 과일 줄 게. 감하고 귤 있어 ]

[ 아니..과일 말고..]

[ 그럼,,초콜렛은 과자박스에 있어..]

[ 아니,,그런 거 말고, 냉장고 다시 봐봐, 

쥐포가 한마리 남았을지 몰라,,,

아님,,과자라도....]

[ 없어,,그냥 포기해 ]

[ 알았어...]

주섬주섬 내용물들을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깨달음은 누룽지 봉투를 끝까지 

손에 들고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날, 시장에서 다른 건어물 상에 물었을 땐

한국산 쥐포가 없다고 했었다.

나라도 조금만 시간을 내서 

깨달음이 먹고 싶어했던 걸

모두 사 왔어야했다는 후회와 미안함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 뭔가 사려고 했던 것들을

못 사오게 되면 계속해서 마음에 남고 

서운하고 그러던데 깨달음은 나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엄마가 넣으려고 했던 과자는 그냥 둘 걸 그랬다.

미안,,깨달음...2월달에 꼭 사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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