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계약서가 도착하던 날,
퇴근이 늦은 깨달음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마치 한국어를 아는 사람처럼
한 장 한 장,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살피다가
뭐라고 쓰여있는지 대충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보내 주신 책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읽었다기 보다는 사진들을 꼼꼼히 살피더니
일본식 건축물이 많이 나와있다며
건축 역사에 조회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이런 사진들을 올리기 힘들었을 거라고
작가 프로필을 물었다. 그 날 이후,
이 책 [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는
깨달음 책장에 들어가 있다.
지난 7월 초, 모요사 출판사의 실장님에게서
블로그 내용을 책으로 엮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
그렇게해서 원고 정리를 다시 시작했고
밤 늦게까지 새 글을 쓰고 있던 어느날,
깨달음이 물을 한 잔 가져다 주면서
옆에 앉아 빤히 쳐다보더니 불쑥 물었다.
[ TV 출연은 맨날 거절하면서
왜 출판은 오케이 한 거야? ]
[ 음,,,내가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들,
그리고 당신같은 일본인이 있다는 걸
논문처럼 활자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터 글은 정리하고 있었잖아..
근데, TV에 그렇게 나오고 싶었어? ]
[ 아니, 처음엔 나오고 싶었는데
그냥 이렇게 숨어 있는 스타로 남는 게
더 멋있는 것 같애..히히히 ]
[TV출연은 한국에서 살게 되면 생각해봅시다 ]
[ 그래? 정말로? 그럼 한국어 좀 해야하니까
얼른 공부해야겠네.. ]
[ .......................... ]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깨달음 얘기를 더불어
일본에서 16년간 살아가며 간직했던
희노애락, 늘 가슴 한자락에 자리잡고 있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뒤늦은 나이에 시작한 유학생활,
내 눈으로 보고 체험한 일본사회를 중심으로
글을 담았습니다.
깨달음과의 첫만남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들,
그리고 국제결혼이 주는 갈등,,
블로그에선 선보이지 않았던 내용들도 넣었고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리얼하게 표현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너무 솔직한 게 아니냐고
예전부터 염려를 해주셨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풀어나갔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5년이라는 기간동안
아낌없는 애정과 격려, 응원에 힘입어
오늘 이 시간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참 많이 아팠고, 참 많이 울었던
매 순간 순간마다 여러분들께 기댈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저희들을 항상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받은만큼 모두 돌려드리자고
깨달음과 약속을 했고, 파티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돌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출간은 12월 초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올 크리스마스 전에는 서점에서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깨달음이 왠일로 자청해서
사진 찍으라고 난리면서
[사랑해요~]라고 전해드리랍니다.
여러분들은 저희들에게
삶이란 비우고 채우는 과정의 연속이란 걸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 역시 깨우치게 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부부는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려 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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