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깨달음에게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한국에서 아는 분이 오신다고 했더니
누구냐고 물었다.
[ 블로그 이웃님, 5년 전쯤 한 번 만났어 ]
[ 그래? 난 기억 안 나는데 ]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던 다음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인데
볼 일이 있어 도쿄에 오시는데
혹 시간 되면 만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받아서 당신 생각을 묻는 거라고
자초지종을 설명 했더니
자긴 괜찮단다.
깨달음이 흔쾌히 만나겠다고 해서
바로 카톡을 드리고 우린 괜찮은
식사 장소를 찾았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그리고 일본에
오셨으니 일본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으로 폭풍 검색을 하는데
송년회가 시작된 도쿄는 어느 곳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 깨달음, 여기도 꽉 찼대.. 1월 9일까지 ]
[ 특히 주말이어서 더 없을 거야 ]
시내 중심에서 벗어난 곳까지 전화를
해 봤지만 전혀 빈자리가 없었다.
[ 점심시간인데도 이렇게 자리가 없을까? ]
[ 원래 맛집들은 아침부터 대기잖아 ]
[ 아,, 어쩌지...]
[ 대기표 뽑고 기다려야지..]
예약이 안 된다면 당일날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그녀에게
전해 드렸다.
그렇게 약속날인 오늘,
우린 1부 예배를 보고 총알처럼 신주쿠로
이동해 두 곳에 웨이팅을 걸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분들이 약속 장소에 일찍
나오셔서는 같이 웨이팅을 하겠다고 하셨다.
대기 중이던 깨달음과 합류를 한 뒤
우린 커피숍에서 차분하고 편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5년 전 뵙을 때는 싱글이셨는데 이번에
남편분과 함께 오신 그녀에게서
신혼 냄새가 났다.
그녀는 이 블로그를 통해 우리 부부의 일상을
보시고 난 그녀의 카톡 사진을 보고
알고 있었는데 직접 뵈니까
두 분의 사랑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정확히 1 시간 20분 웨이팅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식사를 하며 그간 지내 온
얘기들을 나눴다.
깨달음 얼굴이 5년 전과 변함이 없이
그대로라고 하시자 아니라고 늙었다고
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깨달음 보고 잘 생기셨다는 말을 하셔서
내가 그런 말 하면 더 건방져지니까
하지 말라고 부탁드렸더니
내 옆구리를 찔렀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좀 아쉬워 다시
커피숍에 들어가 또 수다를 떨었다.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인데 정말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얘기가 자연스럽게
끊이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커피숍을 나와 보니 어둠이 깔렸고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을 때
잠깐 망설였던 건 사실이다.
남편분과 오신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얘길 해야 하나 고민된 것도 있었다.
그래도 일부러 연락을 주셨는데 만나는 게
예의가 아닌가싶어 생각하던 중에 깨달음이
기분 좋게 오케이를 해줘서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깨달음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을테니 미리미리
괜찮은 레스토랑을 더 알아둬서
웨이팅을 안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 다른 이웃님이 오시면 또 만날 거야? ]
[ 응 ]
[ 누군지도 모르는데? ]
[ 그래도 이웃님이면 만나야되지 않아? ]
[ 무조건 만날 수는 없지..솔직히 ]
[ 무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릴 잘 알고
소통이 있었던 분이라면 만나도 괜찮지 ]
[ ............................. ]
깨달음 말에 100%동의 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같았다.
아무튼, 그녀는 오늘 내게 많은 얘기 해주셨다.
그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블로그를 통해 시작된 인연..
알고 지낸 횟수로 치자면 벌써 10년이다.
그래서 오래된 사이처럼 느껴졌을까..
새삼 블로그가 내게 만들어 준 인연들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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