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깨달음 회사 송년회가 있었다.
아침부터 난 미리 담가 둔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이김치와 창란젓,
그리고 조미김을 챙겨 나눴다.
3년 만에 참석하는 송년회인데 늘 저녁에
했던 모임을 올 해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점심으로 간단히 하자고 해서
오전 시간이 꽤나 촉박했다.
시부야(渋谷)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맞춰
화장을 대충하고 냉동해둔 아이스팩을
꺼내고 있는데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출발 하지 않얐냐며 송년회가
취소되었으니 그냥 신주쿠(新宿)에서
만나자고 했다.
[ 무슨 일이야? ]
[ 야마무라(山村)군이 심부전으로
긴급 입원했어 ]
오늘 오전 일찍 병원에서 진찰을 했는데
상태가 심각해 긴급으로 입원을 하게 됐다며
조금만 늦였어도 큰 일 날 뻔했단다.
원래 가족병력이 있어 심장 쪽이 약했는데
며칠 전부터 숨 쉬는 게 불편하고 여러 증상이
보여서 진찰을 하러 간 건데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송년회가 무산되었으니
신정연휴에 필요한 것들을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알겠다고 장소를 정하고 가져가려고
준비해둔 김치며 김을 김치 냉장고에
다시 집어넣고 집을 나왔다.
미리 도착해 있던 깨달음이 소주를 막 한잔
마시고 있었다.
[ 야마무라 상, 큰일 날 뻔했네..]
[ 응, 그냥 진찰만 할 생각으로 갔는데
갑자기 입원시켜서 본인도 놀랬다네 ]
[ 가족들도 놀랐겠다..]
[ 일단 내가 직원들한테도 연락하고
거래처에도 연락했어,
퇴원 예정일이 내년 1월 5일이래 ]
2023년 새해를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그가 가엾기도 하지만 가족들도
코로나로때문에 면회가 일단
안 되는 상태라고 한다.
야마무라 상은 깨달음 회사를 물려받을
중요한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깨달음 회사에 취직해 벌써
20년이 넘게 일을 해왔고
무엇보다 실력도 있고 책임감이 강해서
후계자로 선택을 했었다.
[ 야마무라 상이 맡은 일이 많았잖아 ]
[ 응, 건강히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내가 맡아서 해야지..]
퇴원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을지
모르니까 새 직원을 구해서 부담을
덜어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 나,, 이제 놀 시간이 없을 것 같아 ]
[ 왜? ]
[ 솔직히 야마무라가 일을 많이 했거든,
거의 큰 공사는 다 맡아서 했지..
근데 이제 내가 해야 되니까...]
깨달음은 나름 직원들 건강도 챙겼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자신의 후계자가
쓰러지고 나니 조금 당황스럽고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게
좋을지 고민이 생겼단다.
[ 퇴원하고 나오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야마무라랑 얘기해야 될 것 같아 ]
[ 그래.. 야마무라 상도 생각이 있겠지 ]
우린 마지막 잔으로 건배를 하고
볶음밥까지 깔끔히 먹고 가게를 나와
신정 상차림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로 했다.
[ 깨달음, 뭐 먹고 싶어?]
[ 꼬막하고 전복]
꼬막이 없으면 어떠나 싶었는데 다행히
있어 한 묶음 사고 전복도 사고
집으로 돌아와 우린 대청소를 시작했다.
깨달음은 욕실과 베란다를 맡았고
나는 늘 그렇듯 주방과 거실이다.
실은, 지난주부터 조금씩 청소를 해 둔 덕분에
그렇게 힘들진 않았지만
새해맞이 대청소는 이곳 일본에서는
아주 큰 행사처럼 중요하니까
한 해 동안 묵은 때를 구석구석
말끔히 쓸고 닦아냈다.
욕실에 들어가 한시간이 넘도록 청소를 하길래
문을 열어봤더니 열기가 후끈거렸다.
[ 깨달음, 저녁은 뭐 먹을 거야? ]
[ 응,, 칼국수 ]
[ 알았어 ]
[ 칼국수에 전복 두 개 넣어 줘 ]
[ 알았어. 세 개 넣어 줄게 ]
냄비에 물을 올리고 아침에 넣어 둔
김치를 꺼내 한 곳으로 모아 담았다.
밖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2022년도 하루 남았네...
여러분,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일 모두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저희는 올 한 해도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격려 덕분에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간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좋은 소식과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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