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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시댁에서 급 후회하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5. 5. 11.

아침9시, 대형슈퍼가 오픈할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이번에도 우린 청소를 해드리기 위해

청소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는 중이였다. 

건널목 앞에서 깨달음이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기도?를 했다.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지상보살(お地蔵様-오지조사마) 불상이였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원을 구원해 준다는

지상보살,,,

불상이 빨간 턱받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사산, 유산된 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함이라고 한다.

기도?가 끝난 깨달음에게 아이 있냐고

갑자기 웬 기도를 하냐고 물었다.

실은 자기가 태어나기 1년전,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태어난지 한 달만에 병사를 했단다.

그 얘긴 어머님을 통해 들어서 알고 있던 얘기였다고 하자

그냥 별 이유는 없지만 명복을 잠시 빌고 싶었단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시작하기 전

오늘은 이불장을 깨끗히 정리해 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어머님과 버릴 것과 놔 둘 것을 얘기중인 깨달음.

이불장 문을 열 때마다 뻑뻑해서 열리지 않았다고

어머님이 불편함을 호소하셨고

어머님에게 공기빼는 법을 가르쳐 주는 깨달음.

내가 좀 거들려고 하니까 그냥 앉아 있어란다.

 

어머님이 내려가시고 버릴 이불들을 분리시킨 뒤

  건조기로 먼저 30분이상 하나씩 건조시킨 다음

압축비닐에 넣어서 수납하기 편리하게 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난 주로 쓸고, 닦고, 잡고,  버리느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보조역할을 했다.

 

그렇게 3시간을 넘기자 깨달음이 질렸는지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한국 어머님집 같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음식 먹으며

 쉴 수 있는데 여기는 자기집이니까

자기가 해야하고,,나한테 시키기는 좀 미안하고,,,,

그래서 하기는 하는데 몇 시간을 이러고 있으니 

밖에 놀러 가고 싶다고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몸을 비비 꼬아가면서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했다.

[ .................... ]

그렇게 힘들면 나머지는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나한테 시키고 싶어도 자기가 한국 갔을 때

어머님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 놀았기 때문에

나한테 시킬 수 없다고,,,,,,

이럴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일 좀 할 것 그랬다며

또 [ 아이고~ 아이고~]를 외쳤다.  

[ ....................... ]

그랬다. 한국에 가면 깨달음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고

편하게 아주 편하게 쉬었다.

내가 눈치를 줘도 아랑곳 하지 않았으며

우리 엄마도 깨달음에겐 아무것도 못하게 했고

그저 맛난 것 만들어서 먹어봐라, 쉬어라, TV봐라하시면서

최상의 대우만을 받아왔다.

이제서야 자기가 한국에서 얼마나 나태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는지 세삼 고맙고

후회스러운 모양이였다. 

 

그렇게 오후시간이 다 지나갈무렵, 이불정리가 모두 끝나고

어머님께 보여드렸더니 그 많던 이불이

이렇게 줄어들었냐고 너무 좋아하셨지만,

깨달음은 피곤해서 눈이 더 축~ 쳐지고 몸도 흐물거렸다.

 

그렇게 청소효도?를 마치고 난 우린

피로를 풀기 위해 근처에 있는 온천탕에 들렀다.

맥주를 시원하게 한 잔하면서

남자들에겐 역시 처갓집이 최고라며

다음에 한국에 가면 어머님께 진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려야겠단다.

 

며느리인 내가 해도 됐는데 왜 강하게

나한테 하라고 시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하라고 하면 정말 할 생각이였냐고 눈을 크게 뜨고 되물으면서

 자기도 하기 싫은데 남의 집 이불정리하는 게

뭐가 좋겠냐고, 그냥 자기가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자기가 했단다.

그리고 이불 정리를 하면서 느꼈단다.

며느리들이 왜 시댁을 싫어하는지,,,,,

자기집 일도 귀찮고 하기 싫은데 

제사, 명절, 생일 같은 행사 때마다

며느리 노릇 할려면 피곤하겠더라며

싫은 이유가 충분히 이해됐단다.

듣고 있다가 난 별로 며느리로서 스트레스가 없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대신 일을 다하는데 당신이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냐며 

[ 고맙지? ]라고 목에 힘을 주었다.

[ .......................... ]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 가면 지금처럼 편히 장모님댁에서

빈둥거리며 쉴 생각이니까

한국에서는 당신이 일을 하고

시댁에 오면 자기가 모두 맡아서 하겠다며

각자, 자기집 일은 본인들이 하는 게

 서로에게 편하고 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부모님, 형제)들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단다.

하라고 시킬 필요도 없고 해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이

그 집사람들이 해버리면 제일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고

맥주를 한 잔 더 시키면서 시댁과 며느리와의

관계성에 대해 자기나름대로 분석을 해가며 약간 흥분기미로

목소리를 높여 얘길 계속했다.

오늘 깨달음은 많은 걸 생각했던 것 같다.

아들입장, 며느리 입장, 그리고 부모님들 입장까지...

솔직히 난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지만

깨달음이 저런 생각을 해줘서 많이 고마웠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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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톤핑쿠 2015.05.11 11:07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게 이상한걸까요? 친정엔 저만 다하고 시댁엔 저도 자기도 하길 바라는 남푠이 이 글을 보고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답글

  • 샤넬홍 2015.05.11 11:14

    깨달음씨 처럼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부부싸움 없겠네요 ‥ 배려심 짱짱
    답글

  • 김동일 2015.05.11 11:27

    효도와 배려를 배우네요

    월요일입니다
    한주 알차게 보네시기바랍니다
    답글

  • 울릉갈매기 2015.05.11 11:34

    ㅎㅎㅎ
    정말 살면서 배우면서 느끼면서네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는데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답글

  • 허영선 2015.05.11 12:26

    깨달음님 칭찬을 안할 수 없네요... 그리고 시어머님도 정말 인자하신 분입니다.
    깨달음님 같이 생각하는게 너무 당연한데.. 자기가 나고 자란집을 본인 손으로 치우고, 집안일하는것.. 배우자는 손님대접 해주려고 노력하는것.. 이게 당연한건데.. 그리고 시어머님들도 그런 아들, 딸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것....
    왜 이런일들이 당연한게 아니라 특별하게 느껴질까요~?? 셀프효도라는말이 요즘많은데..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말입니다.
    모두효도가 맞죠.. 서로 마음을 합치고.. 다만.. 서로 배려하면서... 정말.. 이쁘게 사랑하고 결혼생활 하시는 것 같아요.

    답글

  • SPONCH 2015.05.11 12:27

    보기 좋습니다.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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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럼비아 2015.05.11 13:33

    깨달음님 좋은남편이네요 본받아야겠네요 ^^
    답글

  • 툴투리엄마 2015.05.11 14:43

    전 미즈넷보면 결혼하기싫었는데..깨달음님 보면 결혼하고싶어요! 깨달음님같은 남자! 넘 멋지세요. 부럽습니다!
    답글

  • 2015.05.11 14:4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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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livetree 2015.05.11 14:53

    배려. . 가 모든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는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멋진깨달음님을 저도 칭찬해드려도 될런지~^^ 케이님의 멋짐이 반사되고 서로 비추어 멋짐이 번져나가는~~
    답글

  • 유이 2015.05.11 19:31

    이곳의 댓글을 보면, 깨달음님에 대한 칭찬이 대단한데... 사실, 나는, 케이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휴가를 시댁에서 보내겠다고 하는 케이님이야 말로, 진정
    한국며느리입니다. 시댁에 가서, 청소를 해주겠다고 하는, 케이님이야 말로,
    자랑스런 한국여성입니다. 깨달음님의 주변에서 케이님을보고,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사실, 한국여자들 대단합니다... 일본 시댁, 청소를 해주겠다고, 휴가날 자청하는 며느리는, 전 세계에서, 한국여자 아니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글

  • 2015.05.11 22:2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5.05.11 23:1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이것이 바로 셀프효도인가요?^^ 저렇게 더 나서서 본인이 직접 가족일들을 하면 옆에서 괜히 하나라도 더 거들어주고 싶을 것 같아요.^^
    저희 남편도 저희집에서는 거의 일을 안했거든요, 그 때마다 제가 좀 눈치를 줬는데, 못알아머는것 같이 행동하더라구요.ㅎ 그래서 저도 남편집에 가서 똑같이 행동했어요.ㅋ
    답글

  • 사는 게 뭔지 2015.05.12 07:16

    케이님 글을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렇게 항상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콩 달콩의 기운이 꼭 우. 결 오디오 판이 아니고 삽화 있는 글로 한 편 잘 보고 갑니다. ^^
    답글

  • 민들레 2015.05.12 13:33

    깨달음님의 그 이상의 배려가 또 있을런지요...
    부럽습니다. 부럽~부럽~!
    답글

  • 징징이 2015.05.12 21:20

    케이님께서도 깨달음님 때문에 답답하고 맘 불편한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큽니다.
    역시 좋은 분이 좋은 분 만나는 거겠죠?^^
    독신이셨던 케이님께서 결혼을 오케이하실 정도면 낯선 사람들끼리의 불편도 감수할 마음이 들 정도로 근사한 분이라고 판단하셨을 텐데...
    케이님 눈이 높은 만큼 깨달음님 만나신 거라고 생각해
    케이님 안목에 박수를... 부러움도 듬뿍 더해서 물개박수칩니다^^
    답글

  • 하늘다래 2015.05.12 21:58 신고

    두 분다 현명하고 멋지네요!
    댓글 읽는 재미도 쏠쏠한걸요? ^^
    답글

  • 2015.05.13 01:5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minji8786 2015.05.13 11:14

    멋쟁이 남편이십니다!!
    귀엽기도 하시구요 ㅎㅎ

    저의 남친도 결혼하면 저럴까요??? 과연...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