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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일 못하는 남자

by 일본의 케이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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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바지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짐들은 거의 싸 놓은 상태인데

시간이 별로 없었던 깨달음 짐은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었다.

버릴 게 왜 이리도 많은지,,,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아직도 물건이 많다.

리사이클 숍에 보낼 것들은 밖에 내 놓고,,,

깨달음 옷장 위에 있는 박스를 꺼냈다.

 

박스 안에 들어 있던 깨달음 스케치북,,

년도를 보니 대학교 1,2학년 때였다.

건물들도 그려졌고, 높이, 폭, 깊이가  적혀 있다.

색바란 스케치북엔 제출해야할 레포트,

사야할 재료들도 적혀있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도 바로 자기 짐을 싸기 시작했고

 난 내 미니츄어 장식장을 정리했다.

어릴적부터 미니츄어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뭐든지 작은 것들을 보면 무조건 사 모았던 기억이 있다.

계란, 계량 숟가락, 맥주, 떡과 나무 젓가락, 조미료병,,

마요네즈가 올려진 노가리 5마리,,,

 저 노가리는 한 마리씩 분리가 된다.

  

그렇게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땀을 흘려가면서 열심히 짐을 싸고 있던 깨달음이

벌러덩 누웠다. 하기 싫다고,,,,

[ ......................... ]

내가 지금까지 깨달음을 봤을 때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 못하는 스타일이다.

나도 좀 그런 경향이 있지만

깨달음은 유난히 남자인데도 힘을 쓰거나 몸을 움직이며

하는 일들이 서툴고 금방 질려한다.

아마도 젊을 때부터 회사를 경영하고 밑에 사람들에게

육체적인 노동?을 맡겨서인지 아무튼 많이 힘들어한다. 

 

박스를 몇 개 포장하고 누워서 뒹굴뒹굴 하길래

시원한 맥주와 구운 문어다리를 내 줬더니

좋아서 벌떡 일어나서는 과자까지 꺼내들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맥주를 마셨다.

왜 박스에 넣지 않았냐고

과자 놓고 편히 마시라고 했더니 냅두라며

그냥 넣기 싫었단다.

[ ...................... ]

 

너무 힘들다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당신은 그렇게 귀하게 자란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일을 못하는 것 같더라고

아니, 일을 안 하려고 경향이 많다고 그랬더니

모든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단다.

[ ...................... ]

그래서 자기는 일하기 싫어

밑에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자리에 있는 거란다.

일은 안 해서 육체적으로는 편하지만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입장에 있으면

밑에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안 움직여주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다고 어느 입장이든 일장일단이 있단다.

그러냐고, 그건 그것이고, 이 이삿짐 싸는 것과는 별게니까

당신 것 박스 몇 개 더 챙기라고 그랬더니

오늘은 더 이상 일하기 싫다며

이번에는 몽쉘을 하나 먹기 시작하면서

이럴줄 알았으면 100% 포장이사로 할 것인데

당신이 버릴 것도 많고 자기 물건 남이 손대는 거 싫다고

 고집피우는 통에 자기까지 고생한다며

투정을 부리길래

그래서 내가 거의 다 하고 있지 않냐고

당신 것이나 좀 제대로 싸 놓으라고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초코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가면서 내 말은 안 듣고 딴청을 피웠다. 

[ ...................... ]

깨달음이 일 못하는 걸 알기에

이번 이삿짐 싸는 일은 전반적으로 내가 많이 움직였는데도

저렇게 하기 싫어서 몸살이다.

 아무튼, 남자들도 일 못하는 남자는 있는 게 분명하다.

힘도 세지 않고, 벌레도 못 죽이고, 

수다 떠는 것은 엄청 좋아하는 깨달음...

내가 맛사지 하면 꼭 자기도 한다고 그러고,,,

앉을 때도 여자처럼 앉을 때가 있다.

나이먹어 가면서 남성 호르몬이 줄었는가,,,

 여성적인 면이 많아서 더 일하기 싫어하는 것인가,,,, 

아무리봐도 깨달음은 여자같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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