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에 맞춰 전자상가로 날 불러낸 깨달음.
필요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이 꼭 보고 싶은 게 있다고
고집을 피워 매장까지 오게 되었다.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뭐 필요한 게 있냐고
나한테 자꾸만 묻는 깨달음..
특별히 없는데 굳이 산다고 한다면
전자오븐렌지가 필요한 것 같다고 오븐렌지 코너로 갔다.
우리 것은 내가 처녀 때부터 사용하던 것이여서
빵굽는 기능이 없는데 요즘은 빵도 굽고 웬만한 요리는
이 한 대로 다 요리가 가능한 것 같더라고
따끈따끈한 빵이 먹고 싶을 때 바로 만들 수 있어
좋지 않을까 싶다고 그랬더니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여대더니만
구입하면 정말 빵을 몇 번이나 구울 것 같냐고
잘 생각해 보란다,
자기가 봤을 때 분명 한 두번 하다가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필요성을 못느낀단다.
[ ...................... ]
아니라고 먹고 싶을 때마다 따끈한 빵을 구어서
바로 먹을 수 있으니 맛도 좋고 절약도 되지 않냐고 반박을 했더니
자기가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사 올테니까
먹고 싶을 때마다 말하란다.
그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점원이
피식 웃으면서 두 분이서 좀 더 얘기를 하셔야겠다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점원이 자리를 피하자 깨달음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가고 싶은 코너를 향해 걸었다.
그곳은 선풍기 코너....
점점 더워지니까 한 대 장만하고 싶다길래
선풍기야말로 집에 2대나 있는데 뭐가 필요하냐고 눈을 흘겼더니
선풍기와 온풍기 기능이 있는 게 사고 싶다면서
만져보고 또 만져보며 기능및 청소방법에 대해
점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깨달음을 난 못 본 채했다.
나한테는 필요성이 있네, 없네 해놓고서는
선풍기 설명을 듣고 있는 깨달음이 얄미웠다.
그렇게 두 바뀌를 돌고 난 다음 깨달음이
내 말은 안 듣고 기어코 산 것은 무선 청소기였다.
가게를 나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난 무선 청소기에 대해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조립을 하며 깨달음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사하고 나면 집이 넓어져서 청소하는 게 힘들거라고
지금있는 청소기도 좋지만 이건 청소하기 간편하고 가벼워서
사용하기 편리할 거란다.
단지 무선이라는 것만 다를 뿐 브랜드도 같은
지금의 청소기로도 난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데
굳이 청소기를 살 것 같았으면 오븐렌즈를 사는 게
훨 낫겠다고 했더니 또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작년에 산 재봉틀을 몇 번 사용했냐고 물었다.
[ .................... ]
너무 황당한 질문이여서 당황스러웠지만
2번,,아니 3번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더니
그렇게 사고 싶다고 해서 제일 좋은 걸로 사놓고
왜 서너번 밖에 사용하지 않냐고 물었다.
막상 사서 보니까 천을 떠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사는 게 훨씬 싸고 예뻐서 잠시
휴식중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것 보라고 그 당시에는 필요할 것 같아
샀지만 막상 사고 나면 처음마음처럼 그렇게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게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잘~ 생각해서 5년, 10년에도 변함없이
필요한 것인지 그 필요성을 따져보고 사야한단다.
그리고 재봉틀 외에도 쥬스 믹서기도 별로 사용하지
않은 것 같더라며 한마디 더하는 깨달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더니
갓 구운 빵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란다
그러면 자기가 바로바로 사오겠다고,,,
[ ......................... ]
남자들은 그냥 무덤덤히 살림에 별 관심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였다.
원래 요리도 좋아하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깨달음이
건성으로 보고 지나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깜빡 잊였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쥬스 믹서기 외에도 지금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머릿속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살림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나보다 깨달음이 주부역할을 하면
아주 잘 해낼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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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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