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화이자의 두 번째 접종이
지난 토요일 있었다.
접종후 병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첫번째와 달리 접종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두통도 사라졌다.
지난 주말은 일본의 추석이였지만 우린 서로
바빠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에서야 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꼬리뼈찜에 파를 듬뿍 올려 먹으며
한국의 추석날을 확인했다.
[ 9월 21일야? 우린 못 가겠지? ]
[ 못 가, 결혼식도 못 가는데..]
[ 그렇지..올 해는 못 가는 거네...]
[ 깨달음,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
깨달음은 언제쯤이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양국 모두 코로나가
틈을 주지 않으니 움직일 수가 없다.
나는 진작에 마음을 접었는데 깨달음은
어떻게 해서든 갈 궁리를 해보는데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정형외과를 마지막으로 가는 날이었다.
골절상을 입고 딱 두 달 하고 하루 지난 오늘,
최종적으로 골절 부분이 잘 붙었는지
확인차 가는 거였다. 지난번 담당의가
말씀하시기를 두 달이면 붙는다고
하셨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와 초조함이 교차했다.
[ 깨달음,, 오늘도 비가 오네. 정형외과
갈 때마다 비가 오는 거 같아..]
[ 그러네, 근데 내일부터 다시 늦여름이래 ]
[ 뼈는 잘 붙었겠지? 꼬리뼈도 그렇게 열심히
먹고 그랬으니까..]
[ 그랬겠지. 벌써 두 달인데..]
여전히 난 걷는 게 부자연스럽다.
표 나지 않게 정상적으로 걸어가다가도 왼발에
힘이 들어가면 바로 멈춰 서야 해서
가다 서고, 가다 서길 반복하고 있다.
대기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신문을 읽었고
난 메일을 확인했다.
[ 많이 움직이셨나 보네... 밑에 깔창을
오늘 왜 안 하셨어요? 일부러 맞춘 건데 ]
담담의 눈빛이 매서웠다.
[ 지금 보시면 완벽하게 안 붙었어요, 복숭아뼈는
붙었는데 이쪽 새끼발가락 뼈가
아직 붙지 않은 상태예요 ]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밀렸던 일을 처리하느라
솔직히 좀 많이 돌아다녔고,
신발에 넣어야 할 맞춤 깔창은 더워서
잠시 빼놓고 다녔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 내가 지난번에도 얘기했죠?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아야 빨리 붙는다고,,
여기 엑스레이 다 나와요,
많이 활동을 하셨다는 게.... ]
[...................................... ]
[ 집에서도 안 움직이시는 게 좋아요. 아셨죠? ]
[ 네...]
뒤에서 듣고 있던 깨달음도 한마디도 못하고
진찰실을 나와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거니까 오늘부터 다시 외출금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얘기를 하다
걱정이 한 가지가 밀려왔다.
[ 나,, 패럴 올림픽 보란티어 어떡하지... ]
[ 선생님한테 말하면 못하게 할 걸? ]
[ 그래서 말 안 했잖아,,..]
[ 그니까 뼈가 안 붙는 거야 ]
[ 알아,, 근데.. 패럴만큼은 참가하고 싶어 ]
https://keijapan.tistory.com/1478
일반 올림픽 보란티어는 이 골절로 인해
자진사퇴를 해야 했지만 패럴은 참가하고 싶은
마음에 올림픽 위원회 쪽과 내 사정을 얘기하고
포지션도 바뀐 상태였다.
[ 하고 싶으면 선생님께 승낙을 받아 봐 ]
[ 당연히 승낙 안 해주지...]
[ 그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 좋지 않아?
당신 마음은 알겠지만
몸이, 건강이 더 중요하잖아]
병원을 나와 우린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으며
9월에 세웠던 스케줄을 정리했다.
코로나 때문에도 못 갔던 시부모님도
오랜만에 볼 생각이고 출품하기로 한
작품들도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였던 건데..
[ 좀 쉬어..]
[ 많이 쉬었잖아,,,]
[ 건강이 우선이라고 그랬잖아,,]
[ 맞아, 건강이 우선이지..]
https://keijapan.tistory.com/1483
다리를 다친 덕분에 꽤나 긴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굳이 바쁜 것도 없는데 바쁜 척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조금 쉬라는 뜻으로
골절상이 온 거라 받아들이며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또다시 난
바쁨 모드로 들어가 열심히 움직였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으면 자꾸만
도태되는 듯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가만히 있지 못했다.
https://keijapan.tistory.com/1323
깨달음 말처럼 병인 건 분명한데.. 못 고치겠다.
초조해할 이유도 없고 조급해야 할 것도
없지만 난 자꾸만 일을 만들어 꿈틀거리고 있다.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내 스스로가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고 있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부대낄 쯤에야
내가 잘 살고 있구나라고 인정하게 된다.
[ 케이야, 너는 왜 너를 그렇게 못살게구나? ]
내 친구가 자주 내게 했던 말이다.
확실히 정상이 아닌 건 알겠는데 알면서도
못 고치고 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병,,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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