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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병상일기-4 시간이 약이다.

by 일본의 케이 202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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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덕분에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목발을 짚고 병원을 다닐 때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야속했었다.

우산을 쓸 수 없어 바로 앞에서 타는 택시지만

비 오는 날은 왠지 더 구질구질했다.

오늘은 엑스레이를 먼저 찍기 전에 빌려 주셨던

목발을 반납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깨달음은 익숙하게 신문을 꺼내 읽었고

나는 발목에 감긴 서포트와 붕대를 풀어

빼놓고 엑스레이 찍을 준비를 했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깨달음은 미동도 없이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진료는 피부과 우선이였다.

대상포진 상처는 이제 85% 아물어가고 있는데

수포 자국이 꽤나 선명하게 남았다.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져 나가야만이 흉터가

적을 거라 해서 철저히 만지지 않고 버텼는데

생각보다 흉터가 진하다.

[ 선생님, 이 흉터가 좀 심할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면 좀 엷어지겠죠? ]

[ 음,,,수영장이나 목욕탕에 가면 눈에 띄겠지만

허벅지여서 일상생활하는데는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딱지가 거의 떨어져 가고 있으니까 허벅지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고 허리 신경통약은

한 달치 드릴게요 ]

  내 염려와 달리 선생님의 진료에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었다.

[ 이 약은 장기 복용해도 부작용은 없는 건가요?]

[ 네, 없습니다. 비타민제 일종이어서 괜찮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남긴 채

 정형외과 예약시간이 다가와 진료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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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부과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내 이름이 불리어졌다.

[ 오,, 걸음걸이가 많이 좋아졌네요 ]

 [ 네..]

[ 그래도 아직 뼈가 안 붙었다는 거 아시죠? ]

[ 네..]

[ 체중을 실어서 걸으시면  더디게 붙습니다.

그니까 되도록이면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발을 무리하게 쓰지 마시고

조금씩, 조심히 움직이세요 ]

선생님이 내 부러진 뼈 쪽을 살짝 누르면서

아직도 아프죠라고 물었다.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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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니까 조심하세요. 여기를 만졌을 때 전혀 통증이

없어야 붙은 것입니다. 음,, 다음 진료는

한 달 뒤에 합시다. 굳이 안 와도 괜찮다 싶으면

예약 취소하셔도 되고 잘 붙었는지 확인하고

싶으시면 한 달 뒤에 다시 한번 봅시다 ]

[ 네..]  

100% 완치는 아니지만 두 곳 모두 한 달 뒤 예약을

하고 나니 왠지 큰 숙제를 끝마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병원을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나는 집으로

깨달음은 회사로 향했다.

9시에 집을 나섰는데 벌써 11시 반이였고

우편함엔 코로나 백신 접종권이 들어있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 예약을 하고 

한 숨 돌리고 싶어 침대에 살포시 누웠다.

다행이다.. 이렇게 마무리가 돼서..

시간이 약이듯,, 이렇게 나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잠시 잠이 들었다.

초인종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12시 40분,,

8월 15일 오봉 お盆(한국의 추석과 같은 절기)에

맞춰 여기저기서 보내온 오추우겐(お中元) 이였다.

우메보시(梅干し) ,과일젤리, 소면은 매년 같은 분이

보내시는 것이고 캔음료도 마찬가지다.

나도 내년부터는 같은 선물을 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선반에 캔 음료를 정리를 하다 이렇게

또 반년이 지나가버렸다는

허망한 마음에 갑자기 쓸쓸해졌다.

https://keijapan.tistory.com/1294

 

일본인들이 주고 받는 추석선물을 보며

*이 글은 어제 올린 글입니다만 다시 올리게 된 이유를 글의 뒷편에 정리했습니다* 이곳 일본은 8월 15일이 추석이였다.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절기를 맞이하기 때문에  매년 추석날이 변경되

keijapan.tistory.com

https://keijapan.tistory.com/1383

 

일본은 벌써 추석 준비를 한다

또 초인종이 울렸다. 지난주부터 오쥬겐お中元(추석선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은 8월15일이 오봉お盆(추석)이다.  그래서 마트에서는 추석용품들을  팔기 시작했고 이렇게 추석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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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누워 오른쪽 허벅지 상처들을

내려보다 연고를 발랐다.

맨질맨질 살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곳,

여진히 딱지가 눌러 앉아 있는 곳..

태어나 처음 느껴본 통증을 경험했던 대상포진.

너무 충격적이었던 그날들이 지나더니

이렇게 새 살이 돋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통증은 이제

과거의 기억들이 되어갈 것이다.

아픈 기억이 추억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몸에 난 상처, 가슴에 묻어둔 아픔들 모두

시간이라는 약으로 치유가 되어 가는 건 분명했다..

인간은 그렇게 무뎌지고 잊혀지고

망각하며 살아간다.

https://keijapan.tistory.com/1484

 

병상일기 -1 적응기간

연3일 뜬눈으로 밤을 샜다. 누워도, 앉아도, 엎드려도,아픈 다리로 서 있어봐도 대상포진의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 진통제를 먹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음악을 틀어놓아 보았지만 몸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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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도망하고 싶었던 시간,

때론 죽고 싶었던 시간,

때론 절망에 빠졌던 시간.

때론 끝없이 누군가를 원망했던 시간.

그 시간들을 피할 수 없어 더 잔혹했지만

이렇게  지나고 나니 엷어져가고 있다.

아픔의 시간 속에 빠진 원인이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찾으려 몸부림을 쳤는데

잊어버리기도 하고 잊혀져가기도 하며

 시간이라는 약에 기대어 나아지고 있다.

내게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먼저 노력했다면

좀 더 빨리 치유가 될 수 있었을 것을,,

지금에서야 과거를 되돌려 볼 여유가 생겼다. 

가끔은 시간이 가는 대로 모든 걸 맡겨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기에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일 게다.

난 허벅지에 연고를 정성껏 다시 덧발랐다.

빨리 낫기를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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