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3일 뜬눈으로 밤을 샜다.
누워도, 앉아도, 엎드려도,아픈 다리로 서 있어봐도
대상포진의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
진통제를 먹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음악을 틀어놓아 보았지만 몸에서 진땀이 난다.
입에서는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분명 샤워를 했는데
내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졸린데 통증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고통...
새벽 4시...
누군가 내 허벅지 위에서 난도질을 하는 듯하다고
표현해야할까..쑤시고 저리고 시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고통스런 통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검색을 또 해본다.
뼈가 녹는 듯하다,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바늘로 찌리는 듯 하다. 산통이 훨씬 낫다.
애리한 송곳으로 긁는 듯하다.
경험자들 모두가 시간이 가길 기다릴 뿐
특별한 해결법이 없었다.
신경절을 따라 생기는 수포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난 허리신경에서 와서인지 허리가 부러질듯이
아프고 수포는 허리를 타고 오른쪽 허벅지
전체를 물집들이 점령했다.
내 온 몸에 있는 털은 꼿꼿이 선 채로
예민할때로 예민해진
내 신경감각은 나를 더 지치게 했고
정신적으로 황폐화를 시켰다.
이렇게 아플 줄이야 상상도 못했고
이 통증이 너무 심해 왼쪽 발의 골절부위는
전혀 아픈 줄을 못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제부터
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진통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약을 복용한 덕분에 그래도 수면을
취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사 둔, 도시락을 먹고
바로 책을 펼친다. 한번씩 읽었던 책들이지만
다시 읽기를 하고 있다.
그 땐 무심코 지나갔던 글귀들이 품고 있는
의미들을 되새기며
천천히, 천천히 읽어내려가고 있다.
왜 갑자기 두가지 아픈 일이 한꺼번에 내게
찾아 왔는지 그 이유들을
파헤쳐보려다가 그만 뒀다. 그만뒀다기
보다는 대상포진의 통증이 너무 커서
그런 생각들을 할 여유도 없었고
연3일 잠을 못잤더니 그저 잠만 잘 수 있었으면
하는 원초적인 본능만 남게 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다리골절이 아니였으면 움질일 수 있겠지만
집 안에서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니
꼼짝없이 병실에 있는 느낌이다.
통증이 너무 심해 고통스러운 것과 다리 골절로
인해 행동이 불편하니 입원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상의를 했는데 담당의가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에 맥이 풀렸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기에
벌써 난 적응을 잘 하고 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59
https://keijapan.tistory.com/1483
https://keijapan.tistory.com/1476
후배가 잽싸게 보내준 즉석 누룽지, 떡국, 컵밥,
삼분카레, 미역국, 육개장,갈비탕을 깨달음과
나눠 먹으며 오늘 하루를 또 보낸다.
물만 끓여서 붓기만 하면 되는데
다리도 아픈데 뜨거운 물 끓이려다 또 다칠까
염려되니까 조심, 또 조심하라는 후배.
일본 도시락만 먹다가 즉석 떡국을 먹으니
참 행복해진다.
그냥 이렇게 단순하게 사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이런 시간이 주어진 건 좀 쉬어가라는 뜻일 거라고
잠시 충전하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몸과 마음을 좀 비우고,,
생각도 비워가는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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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전,,지금 적응중에 있습니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니
24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지네요.
지금껏 똑같은 24시간이 내게 주어졌는데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온 거 같아서
이젠 정말 단순하고 심플하게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들은
과감하게 시간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버둥거리지 않고,,,
격려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리며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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