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도착,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아버님만 계셨다.
방금까지 계셨다던 어머님이 어디를 가셨는지 뒷마당에도 안 계셨다.
깨달음과 어머니 찾으러 간 집 앞 대형 슈퍼.
갈 곳은 이곳 밖에 없다고 깨달음이 휙 한 번 둘러보더니 바로 어머님을 찾아 낸다.
우리가 느닷없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오셨단다.
저녁은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고기파티를 하고,
식사를 끝내고 깨달음이 지난 2월 한국에서 찍은 우리 가족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설명해 드렸더니 아버님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그러셨다.
20년 전에 제주도를 가신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다고
서울에 가서 서울타워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고 그러시자
우리 어머님은 만약에 한국에 갈 수만 있다면 한복집에 한 번 가보고 싶으시단다.
그러자 깨달음이 한국에 갈려면 두 분 모두 휠체어 타고 움직이셔야 하는데
체력이 따라오기만 하면 다음 달이라도 당장 계획을 세우겠다고 하자
어머님이 비행기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민폐라고 가고 싶지만 참겠다고 하신다.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조금만 더 건강하시면 한국에 한 번 모시고 싶은데....
연세도 연세이고 심장 질환들도 가지고 계셔서 (두 분 모두 85세 넘으심)
행여나 한국에서 무슨 일 있으면 큰 일이니까
우리 부부가 몇 번 생각은 했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좀처럼 강행하질 못했다.
다음날 아침, 깨달음은 계란 후라이를
난 야채 샐러드와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두부부침을 만들어 식사를 마치고,
고양이 한마리 사러 애완견센터를 갔더니 가게가 문 닫은지 2년이 지났단다. 우리만 몰랐다..
둘이서 좀 갈등을 하다가 다음에 나고야에서 한마리 사오자는 결론을 내리고
아버님이 좋아하는 초밥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늦은 점심을 함께 하고 우리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겨 나왔다.
어머님이 나오셔서 고맙다고 몇 번 인사를 하시며
올 해로 벌써 2번이나 이렇게 와 줬으니 이제 오지 말라시며
여긴 아버님이랑 둘이 있어 괜찮지만 한국 친정엄마는 혼자 계시니까
여기 올려고 하지 말고 친정에 가도록 애를 쓰라신다.
나이 들면 혼자가 제일 힘든 거라고 여기는 잊으라신다.
그러시며 깨달음에게 케이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늘 편리를 봐 주라며 남자는 그래야 한다고, 그게 진정한 아내사랑이라고 하셨다.
그러자 깨달음이 자기처럼 잘 하는 남편은 없다고 걱정말라고 건들건들거렸다.
[ ....................... ]
내가 이제 들어가시라고 몇 번 말씀을 드려도 이 쪽을 계속해서 바라보시는
어머님이 눈에 밟혀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획없이 왔던 시댁이지만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 아버님을 비록 한국에 모시고 가긴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자주 찾아 뵙고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어머니. 우리 시어머니....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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