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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몸이 불편한 자, 마음이 불편한 자

by 일본의 케이 201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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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위치 확인 했어? 갈 수 있지? ]

[ 응 ]

[ 세미나 건물 반대편에 커피숍이 있어,

간단한 조식도 팔 거야 ]

[ 알았어 ]

아침, 7시, 세미나에 참석하는 날 위해

초행길이라며 자기도 함께 일찍 집을 나선 깨달음,

오랜만에 출석하는 세미나에 나보다

깨달음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 몇 시에 끝나? ]

 [ 예정은 12시인데 모르겠어 ]

[ 런치 같이 먹을까? ]

[ 아니,,]

[ 왜? 끝나면 회사쪽으로 오지? ]

[ 아니야, 정리할 게 있을 거야. 그니까

바로 집으로 갈거야 ]

세미나실에 도착해 받아든 자료를 읽어나갔다.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와 비장애인은 과연 뭐가 다른가,,

오늘 우리가 다뤄야할 테마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끝없이 생각해야할 주제였다.

한마디로 함축하기엔 참 어려운 단어임이 분명하다.

난 어릴적부터 왠지모르게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내 가족력, 그리고 먼 친척중에도

 장애를 가지신 분은 없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재밌고 좋았다.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24살, 한여름이였다.

장애인 재활센터를 찾았던 날 내 눈에 들어온

그 광경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지적장애, 발달장애, 복합장애.,,

척추손상으로 평생 앉아서만 생활을 하는 친구,

근육이상으로 일생을 누워서만 보내야하는 친구,

뇌손상으로 인해 전혀 인지력이 없는 친구 등,

상상을 초월할만큼 다양한 장애의 형태에 놀라

어떻게 무엇을 도와드려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었다.

그렇게 장애인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보란티어를 하게 되었고 일본에 와서도 

난 장애 관련 연구와 논문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장애라는 단어를

 해석하려고하면 한마디로 정의 내리질 못한다.

  그들을 접하게 되면 늘 새롭고 놀랍고

경이로워서 장애란 이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가 없다.


오늘 세미나는 장애인 입장에서 보는 비장애인의

시각과 태도를 생각하는 시간이였다.

직접 그들이 겪었던 상황을 재현하며

들어왔던 얘기들, 그 때의 기분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적 장애인이 자신의 애인을 소개하자 

아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들어라고 하는 소린지, 안 들리게 하는소린지

애매한 톤으로 할 것은 다 하고 산다며 

던지고 간 그 한마디를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어느 모임에서 자신이 먹은 그릇과 컵을 

따로 씻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단다.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다니면 곳곳마다 

대단하다며 갑자기 머리를 쓰담기도 하고

동전을 다리 위에 올려 놓기도 한단다.

비장애인들에게 그렇게 자신들에게 하듯이

머리를 쓰담거나 맘대로 여기저기 만져본다면 

추행죄로 소송까지 갈 상황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만짐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 전용택시나 미리 장애인임을 밝히고

예약한 택시 이외에 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방금까지 빈차였던 차가

바로 예약차로 표시등을 바꿔버린다고 한다.

지하철, 버스역시도 사람이 많을 때는

기본 30분은 기다리며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도 

30분이상 기다린 적이 많다고 한다.


커피숍에서는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나오기가 일수, 운 좋게 들어가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뭘 먹는지, 뭘 마시는지 힐끔 거리고 

쳐다보고,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예약까지

했는데 테이블과 휠체어 높이가 맞지 않다고해서

다시 돌아와야했고 술한잔 마시고 싶어도

 반겨주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밖에 나가는 게 눈치 보이고

불편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히끼코모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를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개선방법들을 제시하며 토론했다.

3명씩 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가 끝난 시간은 정확히 12시 30분,

12시부터 카톡이 울렸는데 그제서야 확인을 하고

깨달음이 기다린다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날 보자마자 대기자 명단에 이름 적어 놓았다며

여기 센다이 규탕( 仙台タン우설)이

 아주 맛있는 곳이라고 했다.

[ 봐 봐,런치인데도 이렇게 줄 서있지? ]

[ 나 집에 가서 먹어도 되는데..]

[ 아니야,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거 먹고 들어가 ]


[ 오늘 어땠어? ]

 깨달음이 묻는다.

[ 응,주제가 항상 무겁긴 한데 그래도 오늘은

  신선한 제안들이 참 많았어 ]

[ 몇 명이나 왔어? ]

[ 100명정도 ]

깨달음은 모든 걸 궁금해 한다. 내가 밖에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사람들과 어떤 만남을 갖는지도 궁금해서

꼬치꼬치 묻는 경향이 있다.

[ 주된 주제는 뭐였어? ]

[ 이 사회에 만연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시간이였어, 일본은 선진국인데도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 일본도 아직 멀었지,,장애복지쪽으로는,,]

[ 근데 우리도 언제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지 몰라, 중도 장애인이 의외로 많아,,]

[ 알아, 교통사고, 뇌졸증, 산업재해 등으로

장애를 입을 수 있지...]

우린 현재 일본 사회속에 만연된 

차별의식에 관한 얘기를 더 했던 것 같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식사를 하고 깨달음은 회사로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자료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차별의 시작이라고 했다.

비장애인들은 그들보다 무조건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부터 고쳐야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아서도 평등한 출발점에서

시작하기가 힘들다.

난 항상 이런 세미나를 참석하고 오는 날이면

난 과연, 비장애인인가 자문을 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장애는 없지만

정신적, 마음적으로 장애는 가지고 사는 게

나를 포함해 요즘 현대인들의 삶인데 정작 본인들은 

자신의 마음 속 장애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장애인들은 육신의 불편함을 갖고 있기에

내려놓은 것들이 많지만 비장애인은

끝없이 욕심을 부리며 살아간다.

몸이 불편한 자, 마음이 불편한 자,

결코 다를 게 없는데 우린 선을 그은채로

편을 갈라 살아가고 있다. 

나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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