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여자가 바람을 피울 때..

by 일본의 케이 2025. 4. 9.
728x90
728x170

근 1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

살이 좀 찐 것 외에 별 반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낮에는 덥고 조석으로는 추운 묘한 날씨를

핑계삼아 우린 시원한 생맥주로 건배를 했다.

무슨 일인지 식욕이 솟구쳐서 요즘

자기 전에도 주전부리를 먹는 바람에

살이 쪘다는 아키 짱은 내가 주문한 

구운 통닭을 먼저 맛보고 싶어 했다.

[ 케이 짱, 왜 안 먹어? ]

[ 실은 아침을 늦게 먹어서,, 아키 짱

다 먹어도 돼. 나는 괜찮아 ]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케이팝이

소음처럼 들리는 건 옆 테이블에 앉은

주부 6명이 떠드는 소리에 섞여서였다.

아키 짱은 야채와 매운 통닭 한 조각을

절인 무에 돌돌 말아 맛있게 먹었다.  

 

[ 케이 짱, 기쁜 소식 알려줄까? ]

[ 뭔데? ]

[ 나,, 이혼 준비 중이야 ]

[ 진짜? ]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만날 때마다

이혼할 거라고 이혼해야 할 이유를

늘 내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혼 후 살아야할 새로운 거처는 결정했는지

대략 언제쯤 서류를 넣을 생각인지

물었더니 서류는 자기가 가지고 있고

남편이 약속한 재산분할이 끝나면

바로 제출할 거라고 했다.

 

[ 그리고 또 놀라운 소식이 있어 ]

[ 뭔데? ]

[ 나,,, 애인 생겼다 ]

[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직 서류

접수 전이라며? ]

[ 아니야, 괜찮아,, 지금 남편도 밖에서

제멋대로 하고 다니는데 뭘.. ]

[ 그래도,,남편이 알면 안 되지 않아? ]

[ 괜찮다니깐, 남편도 여자가 있어.. ]

언젠가 이혼을 할 거라는 예측은 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았는데 새 애인은

좀 신선한 쇼크였다.

300x250

이런 얘기는 자리를 옮겨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가장 손님이 없는 커피숍으로 찾아 들어갔다. 

[ 언제부터 만났어? 남편이 알면 문제 삼지

않을까? 아직 법적으로 부부인데 ]

[ 법적으로 부부여도 부부가 아닌 채로

지낸 건 10년도 더 돼 ]

[ 그러긴 해도,,, 좀,, 나는 떨린다,,]

떨린다는 내 표현이 웃겼는지 나보고

순진하다고 했다.

내가 지금껏 알았던 아키 짱은 정말 순진하고

착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사나 할 정도였는데

오늘은 뭔가 단단히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728x90

[ 여자가 폐경되면 다들 바람피우는 거야? ]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 일본에서는 그런 말이 있어. 여자가 생리가 

끝나면 임신할 일 없으니 자유롭게

바람을 피운다고 ]

[ 그게,,말이야,, 뭐야,, 정말 그런 말이 있어?]

[ 응 ]

 어이가 없어 그래서 바람을 피우는 거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아직 이혼상태가 아닌데

이런 위험한? 짓을 해도 되는가 싶어

얘기를 들을수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남편은 해년마다 바람을 비웠지만

항상 눈감고 넘어갔다며 이젠 자기가 참아야 할

이유가 없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남은

연애세포들을 깨울 생각이라고

합리화를 시켰다. 

 

일본 초밥집 침 테러 이후, 이렇게 변했다

요즘, 일본은 각종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몇몇 손님들의 위생테러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월 초, 회전 초밥집에서 다른 손님이 주문한 초밥을 멋대로 먹어버리는 영상이 SNS에 확산되

keijapan.tistory.com

반응형

나는 할 말이 없어 그냥 듣고 있다가  물었다.

[ 근데, 바람을 피우는 가장 큰 이유가 뭐야?]

[ 특별히 이유는 없어,, 섹스리스도 그렇고

외로운 것도 있었고, 뭔가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고,,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여자로서 기회를 주는 거지 ]

딱 들어맞는 이유는 없지만 굳이 얘기를 하자면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요즘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있어서

몸도 마음도 젊어진 것 같아

 최고로 행복한 절정기에 있다고 했다.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

keijapan.tistory.com

 

10년간 언니에게 민폐를 끼쳤다

깨달음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매일처럼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청국장이었던 만큼 날마다 한 끼씩 먹는데도 아직까지 물

keijapan.tistory.com

내가 알고 지냈던 아키 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건지 내게 그녀를 처음부터

잘 못 본 건지  아주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뭔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아키 짱이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 대신 서류상 남편과는 서로가 깔끔하게

끝내서 상처가 덜하길 바란다고 했다.

[ 고마워,, 케이 짱. 무슨 말인지 잘 알았어.

내가 되도록 빨리 서류 정리하고나서

우리 새 애인이랑 술 한잔 하자 ]

[ ...........................  ]

나는 여자가 바람이 나면 참 대담해진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