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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10년간 언니에게 민폐를 끼쳤다

by 일본의 케이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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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매일처럼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청국장이었던 만큼

날마다 한 끼씩 먹는데도 아직까지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뭐 먹었냐고 내 끼니를 걱정해 주는

자매들에게 청국장 사진을 올리면

 날마다 청국장만 먹고 다니냐며

핀잔을 듣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누가 뭐래도 계속해서 먹을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같은 게 있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져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던 허허로움을

된장찌개와 청국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어느 날은 시장에 들러 번데기를 한 컵

사서 컵 채로 입에 털어 먹기도 했다.

깨달음이 유일하게 못 먹는 한국 먹거리 중에

하나인데 난 가끔씩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코리아타운에 가면 캔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이렇게 아줌마가

뜨끈 뜨근하게 컵에 퍼주는 번데기를

먹어야 먹은 것 같은 만족감이 들었다.

 어느 날은 찜질방에서 머릿속에 생각들을

내려놓고 땀을 빼곤 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내 시간에 맞춰 눈을 뜨고,

먹고 싶었던 것을 먹고

가고 싶었던 곳에 천천히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다.

5년 전, 제주도에서의 한 달 살기가

정신적인 힐링을 위해서였다면 이번

서울행은 허기진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자 떠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꼭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도 하나 있었다.

그것은 10년 전부터 언니가 관리해 왔던

내 아파트를 언니가 아닌 내가 감당하도록

바꾸기 위하는 일이었다.

10년 전, 재개발 아파트를 샀던 터라

조합원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꽤나 많았다.

내가 해외에 살다 보니 그 모든 일은

언니가 대리인으로 출석하고 

서류를 보내고 도장을 찍고 세금을 내고,,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입주가 시작되서도 세입자와 계약을

하는 것까지 언니가 대행을 해야 했다.

더 이상은 언니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되기에 모든 것들을 내가 처리할 수 

있도록 먼저 부동산에 들렀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대리인이었던 언니 이름이 아닌 내 이름으로

연락처도 언니가 아닌 나와 할 수 있도록

모두 바꿨다.

그리고 10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서류 및, 영수증, 통장,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받기 위해 언니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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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서류철이 두권, 그 외에

각종 고지서들과 안내장들,,,

서류를 꺼내 언니가 하나씩 설명을 하는데

난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이 많은 것들을 언니가 내 대신해 왔는데

어떻게 죄스런 마음을 표해야 할지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류가방을 챙겨 나와 식사를 하며

그동안 있었던 세세한 얘기를 나눴다.

내 아파트 일을 대신해 주는 것과 겹쳐

결혼해서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큰 딸,

그 딸의 아파트까지 대리인으로 언니가

맡아서 하다 보니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거기에 언니 소유의 오피스텔 세입자와

트러블이 생겨 재판까지 가고

난리였다며 심리적으로 아주

복잡한 상황이었음을 털어놓는데

미안한 마음만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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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내가 언니에게서 떨어져 나왔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많은 부분 의지하고

기대고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식사를 마치고 여동생과 함께 언니와 형부가

노후를 즐기기 위해 마련했다는 

별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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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상추와 열무를 심고,

마당에는 사과나무를 심고,,

주말이면 형부와 이곳에 와서 농사일?을

한다는데 해보니 은근히 재밌다며 내게도

이런 전원생활이 어떠냐고 묻길래

깨서방도 나도, 논 밭일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하자 자매가 같이 근처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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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 귀퉁이에 걸쳐놓은 가마솥을 보며

어릴 적 우리 집 앞마당에 있었던 솥단지가

떠오른다며 추억들을 꺼내  수다를 떨었다.

해가 져서야 호텔로 돌아온 나는

깨달음과 긴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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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와 같이 올해 환갑이 된 언니에게

 사죄의 선물? 같은 걸 하고 싶은데

10년간 수고해 주심을 어떻게 보상해 

드려야 내 마음이 편하고 받는 언니도

 기분 좋게 받을 수 있는지..

뭐가 좋을지 둘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언니야,,10년간, 너무 고생했어.나 때문에..

정말,, 미안하고,,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 언니여서...

PS-혹시 언니에게 어떤 선물이 괜찮을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저에게 좀 알려주실래요.

방명록 열어 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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