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자가 10만을 넘으며 우린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책을 읽거나 런닝머신을 타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유로우면서도 약간은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깨달음은 거실과 자기 방을
왔다 갔다 했고 어렴풋이 노랫소리도 나고
영화 속 총소리 같은 것도 들려와 부산스러웠다.
[ 깨달음,,뭐 해? 드라마 안 봐? ]
[ 다 봤어 ]
[ 그 학생이 좀비 되는 거 지금 인기래 ]
[ 벌써 봤어.]
넷플릭스에서 인기있는 영화, 신착 드라마는
주로 퇴근해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약 5시간씩 시청을
하다 보니 웬만한 드라마도 2, 3일 정도면
모두 보고 만다.
그런데 요즘, 넷플릭스에 불만이 생겼는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사극 드라마가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예전의 n-next를 다시 가입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 그래서 유튜브 보는 거야? ]
[ 응,, 볼 게 없어서.. 현대물은 금방 질려 ]
[ 근데.. 웬 노래야? ]
자기가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OST를
들으며 가사를 곱씹어 보고 있단다.
자신의 인생 드라마라 손꼽은 [도깨비]의
주제곡을 일본어 자막이 있는 것으로 골라
듣고 듣고 듣다가 따라 부르다가
갑자기 울컥 눈물이 쏟아지면 훌쩍거리다
또 듣기를 반복한단다.
[ 드라마를 볼 때 테마곡이 흘러나오면
항상 궁금했거든, 근데 가사 보니까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고나 할까.,
그때, 그 장면에 왜 이 노래가 나왔는지
매치가 되면서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와..
여기.. [사랑의 불시착] 주제곡에
송가인이 부른 것도 있어 ]
[ 아,, 그래... ]
[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부른 어른의
가사가 참 많이 슬픈데 따라 부르기 좋고
[ 미스터 선샤인 ]에서 박효신의 그날은
멜로디는 알겠는데 한국어 발음이 어렵단다.
[ 깨달음, 그럼n-next는 내가 가입할 테니까
보고 싶은 사극 봐,,..]
[ 아니야, 그냥 이렇게 음악 들으면서
예전 드라마를 다시 회상하는 것도 좋아 ]
느닷없이 나한테 한 번 불러보라고 해서
사양하고 내 방으로 가려는데 요즘
자기가 노래 연습하는 게 있다면서
가사가 너무 좋고 따듯해서 맹연습 중이라며
보여준 건 이하이의 [ 한숨]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국민가수에서 박장현이
부르는 걸 보고 내게 가사의 의미를 묻길래
얘기해줬는데 한번 배우고 싶어
유튜브에서 찾았단다.
이하이 버전과 박장현 버전으로 번갈아
듣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가 가슴에 와닿는단다.
[ 이 노래 작곡가에 대한 얘기도 알지? ]
[ 응, 검색하니까 바로 나왔어. 자살한 거...
일본에서도 엄청 인기 있었다네..]
마지막 가사인 [내가 안아줄게요]가
이 노래의 포인트라며 백마디 말보다는
조용히 안아주겠다는 표현이 찡하단다.
[ 그래서 어느 정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연습했다며? ]
[ 아직 멀었지.. 어려운 노래잖아..
그냥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을 때
노래보다는 안아주면 될 것 같아, 근데
유튜브를 찾아보면 일본어를 직역한 것과
의역한 것이 있는데 뉘앙스가 조금 다르지만
가사를 음미하며 멜로디를
익혀가는 중이야 ]
[ 한국어로 연습하는 거지? ]
[ 응,, 근데 너무 어려워.. 이 노래..]
지난번에는 맨날 재래시장만 보더니 이제
시장은 안 보는 거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보고 있고 드라마 OST도 듣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이은미, 이소라,
백지영 노래도 찾아 듣고 있다는 깨달음.
가사의 뜻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른 상태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있다며 각 드라마의
OST를 이해해야만이 그 드라마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단다.
약간 흥분한 듯보여 다시 자리를 뜨려는데
유튜브에서 뭐든지 일어 자막이 달려 있어
편하다며 다시 [ 한숨]을 틀어놓고
내게 감상을 해보란다.
[ 깨달음, 당신.. 요즘 외로워? 아님,,
위로받고 싶어? 무슨 힘든 일 있어? ]
[ 아니. 그냥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돼..
한숨을 쉬어도 되고, 실수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괜찮지 않았다는 거잖아..]
[ ......................................... ]
어설픈 위로보다 살며시 손을 잡아 주거나
어깨를 빌려주거나 토닥토닥해주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프리허그를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갑자기 양팔을 벌리더니
힘들고 지친 모든 사람들을
한 번씩 꼭 안아주고 싶어 졌단다.
[ 안아주면서 무슨 말할 거야? ]
[ 괜찮아요, 좋아요라고 말하지 ]
[ 좋아요는 뭐야? ]
[ 좋다는 거지. 당신의 지금 모습 그대로가
좋아요라는 거지, 그러니까 괜찮다고 ]
[ .................................... ]
더 얘길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혹시
위로가 필요하면 내가 당신을 안아줄 테니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말하라고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와 뭐든지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순진하게 풀어가는
깨달음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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