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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이 블로그는 남편 것?

by 일본의 케이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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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일 영업을 하는 우체국 본점 덕분에

오늘도 집에서 바로 소포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보내는 소포는 무게가 있어 이런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깨달음은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지켜보고 현관문을 닫았다.

[ 무사히 잘 도착하겠지? ]

[ 그러겠지, 전화번호를 몰라 적지 않아서 좀 

불안한데 지금까지 별 문제없었으니까

괜찮겠지..]

예정에 없던 소포를 보낸 건 온전히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저께 아사쿠사(浅草)

현장을 다녀오는 길에 샀다며 블로그 이웃님들께

보냈으면 한다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사왔다.

지난 연말, 이웃님들께 연하장을 보낼 때

다 보내고 없을 것 같아 또 사 왔다며

손거울, 손지갑들을 내밀었다.

내가 괜찮다고 사 오지 말라고 해도

사 온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같이 마트를 다녀왔다.

 깨달음이 일본스러운 먹거리들을 골라

소포 박스를 채웠고 박스를 포장하는 동안

난 간단히 메모를 남기며 문득 며칠 전  

어느 분이 보낸 메일을 떠올렸다.

작년에 연하장을 신청했는데 못 받았다며

선물도 받고 싶었다고 근데 연하장도 못 받아

 속상하시다며 선물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이나 기준 같은 게 있으면

알려달라는 메일이었다.

답변을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몰라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오늘

소포를 보내면서 그분이 떠올랐다.

부산에 사신다는 것 외에 그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어떤 마음으로 우리 블로그를

찾아오시는지, 아무런 소통이 없었던 

상황에서 그분께 선물을 드릴 수는 없었다.

마트를 나와 집 근처 새로 생긴

타이완 레스토랑에 들러 차를 마시며

깨달음에게 이젠 저런 선물들 그만 사라고

했더니 지난주에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소포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그래서

자기도 보답하고 싶어 산 거라고 했다. 

[ 깨달음. 오늘 보낸 두 분은 어떤 분인줄 알아? ]

[ 몰라, 근데 당신이 아까 얘기해 줬잖아,

어떤 분들이라고.. ]

 [ 그랬지, 근데.. 받는 분도 부담 느낄 수 있어..

그니까 이제 안 보낼 생각이야 ]

[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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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멀뚱 천진한 표정을 하고 묻는 깨달음에게

복잡한 내 머릿속을 설명하기가 벅찼다.

[ 당신은 소포 받으면 좋아?

과자 들어 있어서 좋은 거지? ]

[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분들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 ]

[ 나도 그건 같은 생각이야.. ]

[ 난 항상 누룽지랑 김을 잊지 않고

보내주시는 이웃님 소포가 제일 반가워,

누룽지는 매일 먹는 거니까. .. 그래서 한국에

가면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하고 싶은데

당신이 전혀 만나려고 하지 않잖아 ]

[ ............................................... ] 

[ 지난번에 인천분은 부들부들한

잠옷도 보내주셨잖아. 한국에서

온 소포는 보물상자처럼 뭐가 들었는지

모르니까 열어 볼 때마다 두근거리고 즐거워 ]

깨달음은 이웃님을 지역이나 직업으로 분류해 

암기하고 있다.  대구에 사시는 분은 대구분,

제주도분, 간호사님, 건축사님 등으로,,

지금 즐거움에 관한 얘길 하는 게 아닌데

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깨달음은

나와 다른 생각들로 행복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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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 자녀를 키우는 고충

“언니, 오랜만이에요. 몇 년만이지? 2년? 아니 3년만인가? 진짜 오랜만이다. 잘 계셨어요?” “응……. 네 블로그는 잘 보고 있어.” “아, 그래요? 잘 계시죠? 근데 무슨 일이세요?” “그냥,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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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당신은 막 주고 싶은 게 많은 가 봐]

[ 응, 받았으면 돌려드려야지 ]

[ 맞아, 맞는데,,사람을 너무 믿는 것 같아서 ]

[ 속이는 사람들이 있어? ]

[ 아니..그게 아니라,,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좀 무서울 때가 있어 ]

깨달음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기에

어떤 일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예전에 악성댓글이 많이 달렸다는 건 외에

 내가 상세히 말하지 않았기에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도 저렇게 잊지 않고 선물들을 사고

보내기를 멈추려하지 않는 것 같다.

중간에 있는 난 약간 골치가 아프긴 하지만

안 좋은 일들은 끝까지 모르게 할 생각이다.

 

내가 한국에 소포를 보내는 이유

블로그 이웃님께서 소포를 보내주셨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소포여서인지 깨달음이 박스를  보자 입꼬리를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누가 보내주신 거야? ] [ 블로그 이웃님이, 저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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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의 코리아타운 모습은 이랬다.

주말 오후, 신정 선물을 주문하기 위해 오다큐 백화점(小田急)에 갔다. 깨달음이 해년마다 추석과 신정 선물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유는 다른 곳보다 연배들이 좋아하는 선물이 많아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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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블로그는 10년이 넘었지만

참 많은 분들이 그대로 찾아오신다. 물론 

떠나신 분들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 블로그를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몇 년씩 같은 블로그를 꾸준히 찾아와 

힘을 실어주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더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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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았다가 바로 지우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저와 닮은 데가 많으시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일면식은 없지만 달아주시는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이웃님들을

나름대로 그려보곤 한다.

 블로그 생활, 10년을 하다 보면 몇 번이고

닫아버리고 싶은 시련들이 찾아오지만

이 블로그의 주인공인 깨달음이 저리도

행복해하고 이웃님들을 알뜰히 챙기니 난

글쓰기를 계속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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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보이스피싱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제 아이디가 해킹 당한 게 아니였음을

어제 오전 확인했습니다.

걱정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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