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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깨서방은 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by 일본의 케이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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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머니, 선물 좋아요? ]

[ 응, 마음에 들고 말고,  크리스마스에 딱 

 받아서 더 기분이 좋네 ]

[ 한국은 추워요? ]

[ 응, 징하게 춥네. 일본은 덜 춥제? ]

[ 일본은 안 추워요 ]

항상 하는 말들은 내 통역이 없어서 얼추

맞춰가면서 답을 하는 깨달음이 신통했다.

[ 오머니. 내년에 만나요 ]

[ 긍께..내년에 만나믄 좋것는디..이놈의

코로나가 어찌댈랑가 모르겠네.. 아무튼,

내가 우리 깨서방 보고 싶어 죽것네 ]

[ 네,  많이 많이 보고싶어요 ]

크리스마스에 받아보시게 서둘러 보냈던

소포가 잘 도착했고 엄마는 많이 흡족해하셨다.

[ 근디..뭔 금반지가 들었다냐? ]

[ 아,,그거,,금반지가 아니고 스카프에 끼우는

링이야,,엄마,,]

[ 아,,그래...나는 뭔 금반지를 보냈다냐했네,

스카프가 완전 젊은 패션이든디..

세련됐드만..비싸게 주고 샀지야?..]

[ 아니야, 별로 안 비싸..]

 [ 맨날, 얻어받기만 하고,,내가 깨서방한테

갚아줘야헌디..한국을 못 온께 맛있는 것도

못해주고..미안해 죽것다 ]

[ 내년엔 가겠지..]

엄마는 내가 보내준 건다시마로 진하게 육수를

내서 여러 반찬을 만들 때마다 깨서방이

생각 난다며 당신이 해줄 것이라고는

잘 먹는 음식이나 맛나게

해주는 것 뿐인데 그것도 코로나로 못 만나지

해줄 수없어 안타깝고 속상하시단다.

[ 꼬박 2년을 못 보고 지나가부럿네...]

[ 그니까,,벌써 2년이 가버렸네..]

엄마는 소포에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깨서방이랑 내가 매년 와서 여수도 데리고 가고,

목포도 데리고 가고 그럴 때가 얼마나 복에

겨운 날이였는지 지금와서 생각하니

너무도 고맙도,,미안하고 그런다며 

다시한번 깨서방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하셨다.

[ 깨서방이랑 먹는 것은 잘 챙겨먹지? ]

[ 응,,근데.깨서방이 간장게장 먹고 싶다고해서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해 ]

[ 그래라, 간장게장 별로 안 어려운께

한번 만들어서 해 줘봐라. ]

[그럴 생각이야..]

엄마는 내년에는 꼭 만나서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으로 한 상 건하게 차려주고 싶다고 하시며

다시 만날 날까지 서로 코로나

조심하자며 통화를 끝냈다. 

 

[ 어머님이 간장게장 보내주신데? ]

[ 아니..못 보내지. 날 거잖아..]

[ 근데.. 왜 간장게장 얘기했어? ]

내가 만들겠다는 것이고 엄마가 시장에 가면

꼬막을 봐도 깨서방 생각이 나고

낙지를 봐도 생각이 나고

숙주나물이랑 도라지나물을 무칠 때도

당신 생각나신다고 그랬다니까 피식 웃는다. 

[ 그리고, 그 만쥬가 교회 장로님이랑

목사님이 너무 맛있다고 좋아해서 두 개씩

드렸는데 조금 아까웠대.. 귀한 거여서..]

[ 그래? 좀 더 보내드릴 걸 그랬네..] 

[ 우리 엄마도 당신처럼 먹탐이 많아서

맛있는 거 나눠 먹으러 잘 안 하잖아..

박하사탕도 먹어 본 교회 사람들이 모두가

어디서 살 수 있냐고 계속 물어보니까 일본에서 

온 거라고 자랑하면서 1인당 3개씩 나눠드렸대..

당신하고 똑같아.. 먹는 거 아끼는 게..]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인지

실실 웃기만 하고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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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초, 비빔밥을 만들었던 어느날,  내가 

한 번 떠먹으려고 하자 자기 숟가락으로

내 숟가락을 걷어냈던 깨달음..

내가 좀 먹으려고 하면 당신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많이 먹지 않았냐고

자기는 이제 먹기 시작하는 거니까

자기 것을 탐내지 말라는 억지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철통같이 방어를 했었다.

그 뒤로도 음식이면 음식, 과자면 과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남의 손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고 그걸 잘 알고 있는 나는

아예 손도 대질 않고 깨달음 전용

과자박스를 만들어줬다.

오늘도 외출했다 돌아오며 깨달음이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마늘 빵을 사 와서는 좋아했다.

내가 한 조각 먹는 동안 깨달음 눈빛이

갑자기 변하는 걸 보고 손을 닦았고

나머진 혼자 다 먹었다. 

[ 당신은 맛있는 것을 앞에 두면 눈빛이

달라질 때가 있더라.특히, 한국에 가면 더 그래.

항상. 내가 주문한 것까지 먹잖아 ]

[ 당신 것이 맛있게 보이니까...] 

[ 참,, 신기해.. 일본에서는 안 그러잖아 ]

[ 한국에 있는 동안은 최대한  많은 음식과

맛있는 음식을 잠들기 전까지 모두 먹고 싶어져,

그래서 당신 것까지 욕심이 생기는 거 같아.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 ......................................... ] 

지금도 안 먹어 본 게 너무 많아서 슬프다는

깨달음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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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어묵으로 식사를 하며 엄마가 내년에

한국에 오면 당신이 좋아하는 걸로

모두 준비하신다고 했더니

생각만 해도 행복하단다.

결혼 초,, 우리가 한국에 갈 때마다 엄마는

근사한 한정식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깨달음이

격식 차리고 분위기 딱딱한 한정식집보다

시장에서 먹는 칼국수나 만두를

좋아하고 더 맛있다며 엄마가 데리고 가는

좋은? 한식집을 거부했다.

비싸기만 하고 특별히 맛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먹는

음식들이 훨씬 좋다고 해서 엄마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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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왕에 멀리서 왔으니 비싸고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깨달음은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는 집밥을

더 좋아했고 보통의 한국인들이 흔하게 접하고

가볍게 먹는 그런 음식들을 선호했다.

 외식이라 불리지 않는 서민식? 

언제나 가족들이 모여 먹을 수 있는 음식,

비싸지 않아도 푸짐하고 넉넉한 음식,

도란도란 가족, 연인들과 얘기 나누며

먹는 따뜻한 음식을 원했다.  

엄마는 우리가 올 때마다 좋은 것, 여기서

좋은 것이란 비싼 음식을 말하는데 매번

싸디 싼 음식도 허물없이 잘 먹고 짜장이며

탕수육을 아이처럼 좋아하며 먹는 걸 보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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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어서 깔끔하고, 정갈한 곳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했고, 그래야 되는 줄 알았던

엄마의 생각이 예스러운 고정관념이었음을

잘 보여줬다. 내가 깨달음은 극히 평범하고

극히 서민적인 가정에서 자랐다고 부가설명을 

했어도 엄마는 특별한 사위로 대접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깨달음은 그런 특별함을 불편해했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였기에

 우리 가족 모두가 깨달음을 받아들이기

쉬웠던 게 아닌가 싶다.

다음에 한국 가면 깨달음은 엄마에게

전복 사시미랑 버터구이를

 해달라고 할 생각이란다.

엄마가 전복 코스를 준비하실 날이

빨리 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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