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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요즘 내 주변의 일본인들을 만나다

by 일본의 케이 201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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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있었다. 지난 5월 깨달음 회사에서 

홍콩에 다녀왔던 관련자들이 함께 했다.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지만 시간이 맞으면

되도록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갖으려 노력한다. 이게 바로 깨달음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가는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 재시간에 다 모였고 깨달음은 직원들과 

옆 테이블에 앉았고 우린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먼저 나눴다. 조석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며 

고문(깨달음 대학선배)인 카나마루 상이

내게 잘 지냈냐며 건배를 권했다.

홍콩을 다녀온 후 각자 어떻게 지냈는지

그 간에 있었던 얘길 나누기도 하고

출산을 앞 둔 퇴직 여직원은 한국요리, 특히

잡채가 너무 먹고 싶어 만들어봤는데 전혀 

그 맛이 나질 않았다며 레시피를 내게 물었다.

야노 상은 요통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르게 걷는 방법을 병원에서 배웠다며

우리에게 바른 자세를 보여주기도 하고

다카하시 상은 두 달 전에 새롭게 시작한 

요가에 빠져 산다며 진작 배웠어야했다고

우리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하라며

요가가 왜 좋은지 열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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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마루 상은 10월에 한국에 가자는 옛직장동료의

부탁을 받고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한일관계는 염두해두지 않고 있는데 문제는

그 동료가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과

한국이 처음이여서 여기저기 가고 싶어하는데

모든 스케쥴을 자기가 다 짜야 하는 게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카나마루 상은 깨달음과 같이 30년전부터 

한국을 다녔기에 어느정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어지러운 한일관계가 조금 걱정은 되지만 

별로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게 막걸리 마시고 좋은 곳, 

일본인이 모르는,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설렁탕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먼저 숙소가

 결정되면 그 주변 아침식사 되는 곳부터

저녁 주점까지, 그리고 서울시티투어에 관한 

정보도 찾아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서로의 메일 주소를 재확인했다. 

 

깨달음 테이블에서는 직원들과 내년 연수는 어디로

 가는게 좋은지 그런 대화가 들려왔다.

내가 그쪽을 한 번 쳐다봤더니 여직원 사토 상이

자기 핸드폰에 캡쳐한 사진을 들고와서 

경동시장에 파는 한방미용 가루에 대해 물었다.

처음 듣는 소리라고 전혀 모르겠다고 하자

마법의 가루(魔法の粉) 불리우는데

 한의사가 진맥을 해서 각자 체질에 맞는 

한방제를 써서 미용가루를 만든다고 한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미백효과부터 주름살제거,

 다이어트까지 한약제를 처방에서 그 자리에서

 분말로 만들어 주는데 마시기도 편하고 효과가 

좋아서 그게 지금 40,50대 노처녀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 정 상, 이거 한국에 가야만이 살 수 있겠지? ]

[ 그러겠죠, 한의사에게 진맥을 보는 거라면...]

[ 근데..내가 바빠서 갈 수가 없잖아,,혹시나

그냥 미백효과용 가루같은 게 있으면

정 상한테 부탁하고 싶어서.. ]

경동시장에 가게 되면 알아보겠다고 했더니

깨달음 테이블로 돌아가서는 내년에는 한국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했고 깨달음이 그렇지 않아도

10년전에 갔으니까 변한 한국도 봐야할 거라

 생각했었다며 종로 3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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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테이블에 앉아있던 코야마 상은

요즘 입맛이 없어 살이 빠졌다고 하자

카나마루 상이 김치를 먹으면 입맛이 살아난다고

그래도 안 돌아오면 창란젓을 사서 김에 싸서

먹어보라며 우리집에서 한식파티 때 먹었던

김밥이며 감자탕이 또 먹어싶어진다고 하셨다. 

올 해도 초겨울무렵에 파티를 열 예정이니까 

그 때 코야마상도 한 번 오시라고 했더니

정말 자기가 가도 되냐고 깨달음이 자기는 

한 번도 안 불러서 솔직히 서운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속내를 보이자 다들 한 번도 

못 가봤냐면서 초대를 받으려면 요리를

 만드는 정 상의 허가보다는 깨달음의 허가를

 받아야만이 갈 수 있는 시스템이였음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고 깨달음에게 

이 때다 싶어 따지듯이 불만을 털어냈다. 

에 초대하는 사람들 선별 기준이 무엇이며

 왜 자기가 탈락 되었는지, 너무 까다롭다, 

차별당했다면서 웃고 즐기는 시간이 오갔다. 

 

그렇게 오늘 모임은 일에 관한 얘기는 한편으로

 접어두고 서로의 일상과 생각들을 나눴고 

헤어지기 서운해 다들 커피숍에서 못다한

얘기들을 마저 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이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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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다들 사는 얘기하는 데 재밌었어,

아, 내년에 정말 한국으로 연수 갈 거야? ]

[ 응, 지금처럼 일이 많으면 갈 생각이야 ]

[ 한일관계가 더 복잡해 질 수도 있는데? ]

[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좋아서 가는 건데 ]

 [ .............................. ]

 자꾸만 얽히고 험해지는 한일관계가 남의 일은

분명 아니지만 오늘 이런 자리를 하고 나니

난 왠지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물론 오늘 이 자리의 목적이 친목도모의 성향이

짙은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와 보이지 않는 배려가

 느껴져서 더더욱 좋았던 것 같다.

두 나라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도 많아서

숨이 턱턱 막혀올 때가 있지만이런 시간을 갖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참,,사는 게 별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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