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한글을 배운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에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
제2 외국어를 60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배워나가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스스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 외운 단어가 하루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반복학습을 하고 있어도
기억력감퇴인지 노화현상인지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올 목표는 초급을 떼고 중급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깨달음에게
변한 게 있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글표기가 된 것들을 모조리 읽으려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읽어보다가 뜻을 모르겠거나
읽기가 어렵거나 발음이 힘든
단어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와서 내게
무슨 뜻인지 묻곤 하다.
맞춤법이 맞은지 안 맞는지 아직 헷갈려서
그냥 읽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어색하고 약간 이상함을
느낀 것들이 있다고 한다.
[ 여기 [주습지요]라고 적힌 건
[주세요]라는 뜻이지? ]
[ 응, 주세요도 맞는데 [주십시오]라는
정중한 표현을 하려다가 맞춤법이
틀린 것 같아 ]
[ 변역기로 돌려서 그럴까? ]
[ 아마,,그러겠지..]
단순한 오타나 맞춤법 오기도 많지만
한문을 그대로 번역, 직역을 하다 보면
뜻이 통하지 않는 단어들도 제법 있고
실제로 한국에서는 의미가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는 단어들도 게 꽤 있다.
관광객이 많은 도쿄의 오다이바(お台場)에서
운행 중인 유람선과 크루즈선에
붙어져 있는 주의 표시판에도
영문, 중문, 한글이 표기되어 있지만
엉뚱한 것들이 많다.
유람선을 탔던 날, 한글 읽기를 하던
깨달음이 [물결물방울]이 뭐냐고 묻길래
물보라 하고는 다른 뜻이긴 하지만
물이 튀긴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 이렇게 이상한 한글을 한국사람들이 보면
이해해? ]
[ 이해한다기보다는 대충 그런 뜻이려니 하고
생각하지, 해외에서 틀린 일본어가
적혀있어도 무슨 말하고 싶은지는 알잖아,
그냥 그런 거야 ]
[ 아, 한국에도 이상한 일본어 있었지..
마사지가 마스지로 되어 있었어,
특히, 메뉴판이 많이 웃겼지 ]
[ 그래도 대충 알잖아 ]
[ 맞아, 그냥 알지, 느낌으로 ]
작년 연말에는 쯔끼지(築地市場) 시장에 있던
팻말을 깨달음이 소리 내서 읽으면서
일본어 금지(禁止)와 한국어 금지 발음이
조금 비슷하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꼬치구이를 먹으면서
거리를 다니는 걸 볼 때마다
[ 먹으러 돌아다녀 금지]라고 중얼거려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내가 계속 웃었더니 어떻게 말을 하는 게
맞냐고 묻길래 재밌으니까
그냥 그대로 하라고 했다.
작년 말부터 한국과 일본이 코로나 전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이곳
도쿄에서도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한국어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글표기가
여기저기에 더 늘어나겠지만 정확하진
않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뜻이 대충
통하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거라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니까 엉터리
한글보다 영어로 이해했을 거라고
깨달음은 말했다.
요즘은 그 나라 말을 전혀 못 해도
번역기 하나만으로 지구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자동번역기의 기능이 점점 좋아지면
굳이 일일이 적어 놓을 필요도 없겠지만
조금은 표기가 어색하고 맞춤법이
틀려도 느낌으로 아니까 재미로 웃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 먹으러 돌아다녀 금지]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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