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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남편이 점점 건방져진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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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나도록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다른 부부들은 간편식으로 빵이나 미숫가루,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용한다는데

우린 꼭 밥을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

매주 월요일, 깨달음이 단식을 하는 날에 

나는 일주일간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먹는다.

반찬들은 거의 여느 한국 가정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들로 만드는데 다행히도

깨달음은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묵볶음, 쥐포 조림, 김무침, 청란 젓, 명란젓, 

꽈리고추볶음, 미역줄기, 콩나물, 무나물,

호두조림, 호박 조림, 미역무침, 우엉볶음,

오징어채, 파김치, 오이무침, 열무김치,

깻잎, 알타리김치 등등

각종 젓갈도 자주 식탁에 올라온다.

주말이면 조금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깨달음이 먹고 싶은 것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귀찮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들어 놓은 반찬을 꺼내고 누룽지나 밥을

따뜻하게 데우는 일뿐이어서 그리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

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길들여진 깨달음은 한국에 가게 되면

기본으로 밑반찬이 5개 이상 나오는 

식당을 선호하는 못 된 버릇이 생겼는데

그것 또한 내가 잘 못 가르친 탓이기도 하다. 

아침은 주로 누룽지를 준비하는데 주말은

떡국이나 만둣국, 전복죽을 내기도 하고

된장국이나 육개장, 미역국, 순두부찌개를

끓인 날은 누룽지가 아닌 흰밥을 내주면

국물에 밥을 반쯤 담가서 먹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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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는 면역강화에 좋다는 주치의의

강력추천으로 항상 빠짐없이 식탁에 올리고

단백질 섭취도 신경을 쓴 덕분인지 깨달음은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검진에서

항상 아주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 나이에 있을법한 고혈압이나 비만,

성인병도 없이 장기기능도 아주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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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내가 쉬는 날이어서 느긋히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누룽지를 먹겠다던

깨달음이 미역국도 달라고 했다. 

[ 밥으로 바꿔 줄까? ]

[ 아니, 누룽지는 그냥 먹고 미역국은

수프처럼 마실 거야 ] 

그렇게 식사를 하다가 문득 자기가 

먹었던 도라지즙이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것은 지난번 한국에서 들어올 때

후배가 챙겨준 도라지 진액이었다.

원래 깨달음은 기관지 쪽이 약해서 잔기침을 

늘 하는데 특히 겨울이면 심해져 친정

엄마가 보내주신 배도라지즙을 먹으면

괜찮아졌다가 안 먹으면 다시

기침을 해서 좀처럼 낫지 않았다.

 

신정연휴에 일본인들이 꼭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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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즙은 여기서 파니까 주문할까? ]

[ 배즙보다 도라지가 더 좋은 거 같아 ]

[ 근데, 도라지즙은 여기서 안 팔잖아,,]

[ 그럼 내년에 한국 가서 사면 되겠네 ]

[ 그동안에 배즙이라도 마시면 되잖아 ]

[ 근데, 정말 도라지즙이 없어? 못 구해? ]

[ 배즙은 있는데 도라지는 없어 ]

요즘 코리아타운에 웬만한 한국 제품은

다 팔고 있어서 꼭 어디선가 팔 것만 같단다.

후배가 준 걸 먹어봤더니 확실히

좋아진 걸 느꼈다며 배보다 훨씬 낫단다. 

그래서 도라지가 첨가된 배즙보다는

100% 도라지즙을 몸에서 원한다며

자기도 검색해보겠단다. 

한국 사이트에는 도라지청이나

진액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던데

여기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깨달음은 점점  내게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도 그렇고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확고해서

날 곤란하게 만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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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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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침부터 자신이 먹고 싶은 걸

식당에서 주문하 듯 뚝 내 던지기도 하고

뭐든지 코리아타운에 가면 자기가 필요로

하는 걸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바로바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웬만한 건 친구나 가족들에게 부탁해

원하는 걸 다 갖게 해 줘서인지

깨달음이 점점 더 건방져지고 있다.

내가 길들이길 잘못 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깨달음의 저런 태도를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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