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지막날, 우리 대청소를 마치고
찜질방을 다녀와 소바집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소바를 먹었다.
오미소카(大晦日 그 해 마지막날)에 이처럼
소바를 먹는 풍습은 애도시대 때부터였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나빴던 기운들을 다 끊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먹는다.
소바자체가 다른 면에 비해 끈기가 없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동으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소바집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세치( お節신정에 먹는 음식)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 될 거 같다며
깨달음이 자기가 먹을 1인용 세트를 사서
찬합에 썰어서 넣었다.
나는 그동안 나물과 전을 지지고 야채조림,
해물찜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았다.
1월 1일, 아침, 갈비와 잡채를 만들고
오죠니(お雑煮 일본 떡국)와 함께
설날을 맞이했다.
[ 올 해도 건강합시다 ]
[ 응, 당신도 ]
우린 천천히 음미하며 첫 식사를 하면서
5일간의 긴 휴일동안 뭘 하며 지낼까에 대해
얘길 나눴다.
[ 어딜 가나 사람들 많겠지? ]
[ 응,, 새해이고 휴일이잖아 ]
[ 이제 코로나는 그냥 감기로 인식돼버린 거 같아 ]
[ 그래야지,, 이제 각자 조심하고
관리하면 되는데 또 새로운 변이들이
생길까 좀 걱정이야 ]
그리고 우린 올해 소망 같은 것도 각자
얘길 하고 간단한 신년주를 마셨다.
식사를 끝내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세탁기를 돌렸고 서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거실에서 넷플릭스 보는 게
지겨웠는지 깨달음이 내 방을 살며시
노크하고 들어와서는 나가잖다.
대부분 일본인들은 신정연휴에
가까운 절이나 신사에 찾아가 한 해를
잘 부탁한다고 가정평화, 무병장수,
금전운, 교통안전, 취직, 순산 등을 각자의
바람들을 비는 풍습이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큰 명절이기에 1년에 한 번쯤은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어딜 갈까 장소를 놓고 고민하다 바다도 볼 겸
에노시마(江の島)로 결정,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 외국인이 많이 있어요, 한국 사람,
태국 사람, 홍콩사람, 미국사람,,]
올 해는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해서인지 깨달음은 자신이 외운 한국어 단어를
입으로 뱉어내는 습관을 만드려고 노력 중이다.
[ 깨달음, 말 나온 김에 저기 에마( 絵馬)에
한국어로 적힌 거 많은데 읽어 봐 ]
[ 남의 소원을 읽을 필요 없잖아, 그리고
필기체처럼 써져서 못 읽어, 나는 아직
정자로 바르게 쓰인 한글밖에 못 읽어]
[............................ ]
정상까지 올라 젤라토를 하나 먹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점점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깨달음은 꼭 타코센베이를 먹어야겠다며
긴 줄에 섰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그냥
미리 만들어 포장된 것을 사서 내려왔다.
중간 지점에 있는 떡꼬치(みたらし団子)가게에서
아버지가 좋아했던 가라고 잠시 발길을
멈춰 쳐다보던 깨달음,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모찌를 먹으며
잠시 어릴적 오죠니를 큰 냄비채로 놓고
아버지, 남동생이랑 경쟁하듯
모찌를 건져 먹었다는 얘길 했었다.
시부모님이 계실 때는 그래도 명절이라고
찾아가곤 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고
두 분이 좋아하셨던 음식을 볼 때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깨달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역시 있을 때
잘해야 된다며 한숨처럼 내뱉었다.
[ 맞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해야겠어 ]
[ 올 해는 먼저 가까이 있는 가족들, 친구,
동료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풉시다 ]
[ 그럽시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후지산을 옆에 두고 노을과 함께
하루가 저물었다.
깨달음은 올해, 일단 한국어 기본을 떼고
중급에 들어가는 것을 계획으로 세웠고
나는 5월에 있을 자격증을 하나 딸 생각중이다.
2023년도 아무 탈 없이 무난하고 평범하게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함을 듬뿍 표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작년보다 두 배 친절하도록
노력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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