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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이룰수 없는 남편의 꿈과 희망

by 일본의 케이 2017.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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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나 이것 좀 사고... ]

집에 가는 길에 깨달음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복권판매점이였다. 

[ 지난주에도 샀잖아 ]

[ 여기는 많이 당첨되는 명당이니까

이런 곳에서는 꼭 사야 돼~ ]

깨달음은 복권을 자주 산다. 아니 매주 사고

길을 가다가 왠지 자기 느낌이나 기분이 좋을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산다.

대략 100장~ 300장까지 구입을 하며 40대부터 

사기 시작해 이제까지 최고 당첨금액은 

만엔(약 십만원)뿐이였지만

그래도 끝임없이 깨달음은 복권을 산다.

[ 오늘은 몇 장 살거야? ]

[ 여기가 명당이니까 200장 살거야... ]

[ .......................... ]


뭘 사면 좋을지 줄을 섰다가 다시 쳐다보고

심각하게 고르고 있는 깨달음에게 한마디 했다.

[ 왜 당신은 복권을 그냥 지나치는지 모르겠어..

벌써 20년 가까이 샀는데 만엔밖에 당첨되지 

않았다는 건 얼마나 확률이 낮은지 직접

느꼈는데도 이렇게 매번 사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어..정말,,]

[ 그니까 난, 당신이 사면 좋겠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복권 사는 걸 싫어해?

당신은 손복도 많고, 운이 강한 사람이니까

사면 꼭 당첨 될 것 같은데..

다른 것도 당신은 확률적으로 많이 당첨됐잖아,

근데,왜 안 하는지 나는 그게 더 이상해~]

[ 아니..왜 요행을 바라냐고,,다른 건

아주 착실하고 현실적이면서 이 복권에 관해서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애 

그래서 보고 있으면 안타까워....]

[ 그니까, 당신이 좀 사 봐~~

분명 당신은 당첨 될 것 같은데 왜 안 사냐고? ]

[ 이런 행운은,,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거야, 

당첨된 사람들은 원래 정해져 있는 거라고,,

근데 당신은 그런 행운이 당신의 삶에 

없다는 거야,,20년 가까이 했는데

안 맞는다는 것은,,,,]

[ 아니야, 꼭 당첨 될 거라 믿어..그니까 사지 ]

 [ ............................. ]


빙고, 로또세븐, 미니로또,연금식복권, 

즉석복권 등등 종류도 많아서 난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주 신중을 가해 고르고 있는 

깨달음을 안쓰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더니 

다가와 말을 건다.

[ 진짜, 당신이 사 봐~그럼 정말 당첨 될 것 같애]

[ 난 전혀 관심이 없다니깐! ]

[ 그럼, 사서 나한테 줘~]

[ 누가 사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 아니야,,당신은 될 것 같단 말이야 ]

[ 그 돈 있으면 난 차라리 불우이웃 돕겠어~ ]

[ 나도 착한일 많이 하잖아,그니까 꼭 나한테도 

착하게 살았다고 복을 내려주실거야 ]

[ 누가? ]

[ 응,당신이 믿는 예수사마랑 내가 믿는

 부처님이랑.........]

[ .............................. ]

더이상 얘기를 하면 머릿속이 복잡할 것 같고

깨달음을 설득시키거나 내가 이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깨달음은 정확히 말해 무신론자이다.

자신은 불교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며

일본 특유의 토착신앙이 종교화 되어

종교라기 보다는 전통이나 민속의 한부분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아주 짙다.

그래서 때와 장소에 따라 그에 맞는, 그곳에 있는

신을 믿고 기도를 드린다. 

 여러 종교를 관대하게 수용하며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특색을 갖고 있다.

언젠가 나는 깨달음에게 하나의 종교를

 믿는게 좋을 거라고 했더니 

절대적인 신은 없는 거라며

상황에 맞게 그 때 그 때, 가장 큰 파워를

갖고 있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면 된다고 했었다. 

아직까지 우리 부부는 종교로 인한 트러블이 

없었지만 맹목적인 믿음을 보일 때면 

난 거부감이 강한게 이는 게 사실이다. 


집에 돌아와 깨달음은 자기 책장 한 쪽에 마련된

복권 전용장소에 올려 놓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신들은 아니지만

나름 제일 신성하다고 느끼는 곳에

파워가 있다고 생각되는 장식물?을

복권 위에 올려 놓고 가끔 바른 자세로

거기에 대고 기도하듯 고개를 숙일때가 있다.

보고 있으면 유치하기까지 하지만

깨달음 나름의 믿음이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복권을 놓고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하며

 무슨 말을 해주지 바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 이왕에 샀으니까 이번에는 정말 당신에게

큰 행운이 있을 바래~]

[ 정말이지? 당신도 빌어 줄거지? ]

[ 응,,우리 남편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할게]

[ 기도하지 말고 다음부터는 당신이 사서

나한테 줘~, 그럼 확률이 높을 것 같으니까 ]

[ 그래..알았어...]

깨달음이 약속하라며 손가락을 걸자고 했지만

난 그냥 거실로 나와버렸다. 


거실로 따라 나온 깨달음이 박0스를 마시며

얘기를 시작한다. 

[ 내가 복권을 사는 것은 당신이랑 

더 행복하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그니까 당신도 도와 줘~~]

[ 알았어...]

[ 당첨 되면 광주에 전원주택을 한 채 사고,,

하코네에 온천 딸린 별장을 한 채 사고,,

한달간은 크루즈를 타고 지중해를 돌거야,,

아, 그리고 당신이 갖고 싶다는 그 차도

두 대 사줄게, 흰색과 검정으로,,.]

나는 그런 허황된 꿈과 희망을 갖는 자체를

아주 싫어하는 타입이여서인지

 꼭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깨달음 말을 끊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들었다.

[ 당신은 또 뭐가  갖고 싶어? ]

[ 없어..]

[ 음,또 뭘 할까.역시 빌딩을 사는 게 낫겠지? ]

앞으로도 깨달음은 저렇게 일확천금의

로망을 계속해서 꿀 것이다. 그러니 그냥 

기분좋게  맞춰 줘야할 것같아 물었다.

[ 당신을 위해서는 안 쓸거야? ]

[ 음,,한국 가서 성형을 할까? 

연예인처럼,, 조인성으로 할까? ]

[ ............................. ]

역시 깨달음은 꿈 속을 헤매고 있다..

빨리 깨어나야 할텐데...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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