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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젠 부모님께 돌려드려야할 때..

by 일본의 케이 2016.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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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자기 방에서

아주 긴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머님이였다. 특히 어머님과 통화 할 때면

 사투리를 아주 진하게 쓰기에 금방 알 수 있다.

[ 엄니,,, 그게 아니라,,,00병원에 가서 병력을 얘기 했냐고 묻잖아...

00 병원에서도 CT촬영 했어?

아니,,,그게 아니라,,,XX병원에서도 찍었잖아...

아니,,왜 또 그 병원에 간다고 그래...

그게 아니라니깐...

다카시 형님 얘기는 우선 듣지 말고,,,

아니,,,먼저 00병원에 가서 촬영을 하라고,,,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어느 병원에서 그래?

00병원에서는 신장탓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약은 받았어?  언제? ]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을 쳐다봤더니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는 [ 아이고~~~]라고

하소연하듯이 날 쳐다봤다.

살며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얘기들이 계속 들려왔다.


 

2주전, 우린 시댁에 내려갔었다.

아버님이 요양병원에 옮기신 후,

불편함을 호소하셨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1인실이 만실인 이유로 임시적으로 들어가 계시는

 4인실에서의 생활부터 맘에 안 드셨다고 했다.

 병실에 들어갔더니 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휠체어를 타고 계셨다.

언제나처럼 우리 보자마자 고맙다시며

또 이렇게 시간과 돈 쓰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잊지 않고 하셨다.

 

 아버님이 좋아하는 카스테라와 양갱을 사왔다고

귓속말로 전하자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물리치료는 어떤지, 식사는 어떠신지, 잠자리는 어떤지 물었다.

이전에 있던 병원에서는 환자대우를 했는데

이곳은 그냥 노인취급을 한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요양원에 있는 노인분들이

중증환자들이 많아 그분들 위주로 짜여진 스케쥴이

불편하시단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어머님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그래서 많이 답답하셨단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다카시 형님이 물리치료를 끝낸 어머님을 모시고 오셨다.

어머님이 보자 아버님이 신신당부를 하셨다.

 

[ 당신이 정신을 안 차리면 내가 집에 못 가,,

 부탁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리도 꼭 낫도록 병원 열심히 다녀,,

 물리치료도 빠트리지 말고,,, 알았지?

내가 집에 가고 안 가고는 당신한테 달렸으니까... 

부탁할게...나 집에 빨리 갈 수 있게 당신도 좀

노력해줘.. 알았지? ]

어머님은 잠자코 듣고 계셨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자 주위분들을 의식하셨는지

아버님이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세명이 나란히 앉았다. 

[ 봄이 왔네......올 사쿠라는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새 봄을 맞이했네...

다들 너희들 덕분이다....고맙다..깨달음.. ]

[ 아부지! 저기 저 산 넘어서 아버지 현장에 나 오토바이 태우고

데리고 가셨잖아,, 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 그랬지...니가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때인데 기억나?

첫 아들이고 해서 내가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지..

오토바이 태워서.....]

 [ 현장에 도착하면 산에서 나오는 계곡 물 받아

따끈한 녹차도 끓여줬잖아,,,

 엄니는 내가 좋아하는 삼각김밥이랑 사이다 꼭 챙겨주셨고,,...]

난 뒤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상상해 보았다.

어린 아들에게 따끈한 차를 끓여주시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어느 CF의 한 장면처럼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룻밤을 자고 다시 우린 돌아와야했고

아버님은 이 날도 눈물을 보이시며

당신은 이제 괜찮으니 엄마를 잘 챙겨주라고 부탁하셨다.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시고 혼자 계시는 시간이 길어진

어머님이 요즘 좀 이상하다고 지난번에

왔을 때도 하셨던 말씀이다.

은행계좌의 출입금 내역도 기억을 잘 못하고

돈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대문을 잠그는 걸 잊어버려 옆 집 사람에게 전화가 오고,, 

간호사가 부탁한 비품도 바로 바로 못 가져오고,,

예전의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오늘 역시도 전화 통화를 끝낸 깨달음이 같은 말을 했다. 

[ 우리 엄니 치매걸렸을까...

혼자 계시니까 더 멍해진 것 같은데...어쩌지?

예전에는 전혀 안 그랬는데...갑자기 저러네...

당신이 봐도 엄니가 좀 이상하지?]

[ ...................... ]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신 뒤,,그리고

요양원에 들어오시고부터 어머님이 총기가 없어지셨음을

나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말 상대도 없고, 걷는 게 불편해 계속 집에서

 누워계시다보니 더 그럴 거라고,,,,  

시부모님께 제일 좋은 방법은

두 분을 같은 요양원에 모시는 길이라는 걸

자식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아직까지 강하게 거부하시니 우린 어찌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아버님은 죽을 때는 그냥 집에서 죽을 거라고 

지난번에 응급실에서 다시 한 번 살았으니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떠나면 되니까 응급실에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가시고 싶어하는 아버님,,

자꾸만 기억이 흐려지는 어머님,,,

어떤 상황이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시며

남은 여정을 함께 보내셔야할텐데...

우린, 다시 찾아 뵐 날을

말없이 스케쥴에 적어 넣다가 내가 한마디 했다.

[ 당신,,,아버님한테 잘 해라,,,

물론 어머님께도 잘해야하지만,,아버님께 받은 사랑

10배, 20배로 돌려드려...]

깨달음이 두 눈을 껌벅거리며 [ 알았어요~~]란다.

우리 자식들은 솔직히 10분의 일도 갚아 드리지 못한채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다.

돌려드려야할 게 아직 많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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