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늙어서도 공부를 해야하는 우리들

by 일본의 케이 2016. 6. 11.
728x90
728x170

[ 너 한국 잠시 들어왔다며? ]

[ 응...]

[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 응,,많이 바빴고,,,,좀 정신이 없었어.. ]

[ 넌 맨날 뭐가 그렇게 바쁘냐? 지금 뭐하는데? ]

[ 응, 공부해..]

[ 오메,,,, 뭔 공부를 50이 다 되어서도 하냐?

공부할 게 아직도 남았냐, 넌? 징허다 징해..]

[ ........................ ]

[ 언제까지 공부만 할래? 징하지도 않냐? ]

[ 아니야,,, 이번에 자격시험이 있어서 하는 거야..]

[ 오메....공부한다는 소리만 들어도 난 머리 아프다..

한국에 또 언제 올건데? ]

[ 음,,,내년에 갈 것 같은데.....]

[ 내가 너 한 번 볼라믄, 일본에 가야쓰것다..]

[ 그래,,니가 한 번 와라..]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다시 난 책을 펼쳤다.

 

한국에서 돌아 온 그 날부터 우린

각자의 방에 틀여박혀 난 자격시험 대비를

깨달음은 건축 콤페 때문에 공부를 했다.

 식사 시간 외에는 누가 먼저라할 것도 없이

서로의 방으로 말없이 들어갔다.

어젯밤, 감기몸살 기운이 있는 깨달음에게

따끈한 대추차를 끓여 방에 들어갔더니

마스크를 쓴 채로 도면을 치고 있었다.

조용히 차를 내려놓고 열심히 하라고 어깨를 다독였더니

월급을 많이 주고 유능한 사원을 뽑든가 해야지

자기가 일일히 체크하고 디자인 하려니까

할 일이 너무 많아 지친다면서

나한테 건축 설계쪽 공부를 좀 해서

자기 좀 편하게 해주란다.

[ ........................... ]

뭔소리???

지금 내 전공에 관한 공부도 모두 

그만 두고 싶을 정도라고 했더니 실내디자인쪽 공부를

새롭게 하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자기 일을 내가 도와 줄 수 있지 않냐면서

먼 훗날을 위해서 지금 공부해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 ........................... ]

한국에서 대학시절, 취미삼아

실내디자인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는지

  나에게 재도전 해보라는 깨달음...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공부라면 지긋지긋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내 머리 용량이 부족해서 다른 내용의 지식들을

 흡수할 수 없으니 그냥 유능한 사원을

한 명 뽑으라 말한 뒤 방을 나왔다.

 

그런데 오늘 저녁, 깨달음에게서

도면 치는게 끝나지 않아 한밤중에나

 퇴근할 것 같다는 카톡이 왔다.

아마 12시가 되서야 퇴근을 할 것이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공부라는 게 끝이 없는 것 같다.

연령별로 해야할 공부의 내용도 다르고

쌓아야할 지식도 다르고,,,

우리 조카들도 밤샘으로 공부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는데 정말 나이 50, 60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책을 붙잡고 있는 나와 깨달음...

나도 남들처럼 공부에 미쳐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공계열쪽 난해한 공식문제를 못 풀어서

한시간 내내 울었던 적도 있었다.

미련한 내 머리의 한계가 느껴져서...

시간은 없는데 읽고 정리해야할 논문이 너무 많아

 책을 부여 잡고 눈물을 흘려가며 읽었던 일도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손에 경련이 오고 몸서리가 쳐졌던 그런 날도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를 했지만,

또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들... 

스팩을 쌓기 위함도 아닌데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자격시험도 굳이 따야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데

잠을 설쳐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가 있어서 암기도 쉽지 않고, 정말

메모리 양이 꽉 차버려서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것들을 터득하고 학습하고 밀어 넣고 있다.

물론, 공부가 제일 쉽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장학금을 받거나, 연구비가 나오면 역시

공부가 쉽고 편하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공부를 잘하다보니 경쟁력이 높아지고

점점 해도해도 끝이 없는, 정말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할 상황이 오는 것 같다.

올해 대학원에 들어간 조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 이모,,,이모는 언제까지 공부해? ]

[ 음,,,이모도 공부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그냥,,죽을 때까지 해야 될 것 같애...]

이런 내 말에 조카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던 게 기억난다.

공부도 때가 있듯이, 해야할 시기에 하는 게

조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흡수할 수 있는데

깨달음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까지(11시02분)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공부의 끝은 어디인가, 징하다..징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