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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시부모님이 새해에 늘 하시는 일

by 일본의 케이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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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저희 왔어요]

안방에 계시던 아버님이 우리들을 보고

아이처럼 활짝웃으신다.

[ 왔구나,,아침부터 오느라 고생했지?]

[ 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계셔?]

[ 주방에 안 계시냐?]

[ 응, 안 계시네, 엄마~~]

깨달음이 아이처럼 시어머니를 부르자

앞마당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둘이서 얼른 달려가봤더니

어머님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마당 귀퉁이로 들어가고 계셨다.

[ 아,지신(땅의 신)에게 새해 인사하는 거구나]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깨달음이 얼른 설명해 주었다.

[ 새해에는 저렇게 모든 신에게 인사를 해야돼

 지신과 물신에게 올해도 잘 부탁드린다는,,

 내가 어릴적부터 저렇게 하셨어,,]

어머님이 펌프쪽에 가서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시는 동안

우리는 얌전히 뒷편에 서서 기다렸다. 

 

기도를 마친 어머님이 안방으로 들어오시자

 깨달음이 자랑이라도 하듯이

자기 사진이 나온 페이지를 펼쳐놓고,

 하나씩 설명을 해드렸다.

고생했다면서 일본어이면 읽어볼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며 자꾸만 책을 어루만지시더니

조상님께도 알려드리게 불단에 책을 

올려놓으라고 하자 깨달음이 얼른 올리면서

조상님은 한국어를 모르는데 어떡하냐고 

장난스럽게 묻자, 아버님이 조상님은 

세계 공통어를 아시니까 괜찮다고 하셨다.

그렇게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 얘기를 나눈 뒤, 

저녁식사를 하며 아버님과 작년 퇴원 후

처음으로 청주로 건배를 했다.

어머님이 만드신 명절 음식 몇가지와

오세치(설날음식)을 놓고 천천히 식사를 하다가

어머님이 한국도 신정을 많이 쇠는지

무슨 음식을 먹냐고 묻자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깨달음이 바로 

아는 채를 하며

[ 떡국]이라는 걸 먹고 친인척들이

신년 인사 [새배]를 한다고 설명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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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유로운 식사를 마친 다음

 아버님이 신년 운수를 봐주겠다며

토정비결이 담긴 얇은 책자를 꺼내셨다.

 

1월에는 작은 욕심에 휘말려 큰 것을 놓치고

2월은 공부를 하면 성취를 할 수 있으며,,,

3월은 귀인과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한 명씩, 아버님이 운세를 읽어 주셨는데

깨달음과 어머님은 올 한해

운수대통이고 나와 아버지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는 중간이였다.

올 해 운수가 가장 좋은 깨달음에게 내가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 몰라~나 혼자 잘 살 거야]라고 까불자 

아버님이 웃으시면서 복을 같이 나눠야지

모른척 하면 되겠냐고 깨달음을 나무라셨다.

다음날 아침, 집 근처에 있는 신사에 가서다리가

불편하신 두 분의 몫까지 깨달음이 신년인사를 드렸다.

원래는 시부모님이 꼭 얼굴을 보이고신년회의에

참석하셨는데 요 몇년 사이 불편한 몸 때문에

거의 참석치 못해 깨달음이 대신했다.

매년, 신년이면 신사에서 하마야(破魔矢)라는 화살 모양의

오마모리(부적의 일종)을 사고 가정원만과

건강기원을 바라는 부적도 따로 사셨다.

그리고 자식들 이름이 적힌 명부와 함께

소정의 금액을 봉투를 넣어 

신사에 새해 헌납을 하신다. 

그런데 올 해는 깨달음이 이 모든 걸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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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행사를 대신 마친 우리는

때마침 고장난 고타츠(전기테이블)을 사기 위해 

근처 홈센터를 돌아다니다 어렵게

구한 고타츠를 안방에 놓아드리고

도쿄로 돌아오기 위해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렸다.


[ 올 해도 이렇게 너희들에게 폐를 끼쳤구나,,

돈도 많이 쓰게 하고,,부모는 오래살아봐야

역시 자식들에게짐이 되고,,, 그러고 싶지 않는데..]

[ 아버님,, 그런 말씀 마시고 제가 또

따뜻해지면 올테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

어머님과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돈 걱정 마시고~]

[ 고맙구나,,케이짱도 올해는 건강하고

우리가 늘 기도하고 있으니까  

모든 신이 너희 부부를 지켜줄 거라 믿고 

천천히 인생을 즐기며 한 해를 시작하기 바란다 ]

[ 네.,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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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신정때는 이렇게 정해진 약속처럼

우리 시부모님은 몸을 움직여 새해를 맞이하신다.

집안의 지신(땅의 신)에게는 지진에도 별탈 없이

지켜주심을 감사드리고 물신에게는

마르지 않은 물을 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재미로 보는 

한 해 운수를 

점쳐서 자식들에게 주의할 것과 

조심할 것을 알려주신다. 

한국에도 이처럼 옛풍습과 토속신앙이

남아 있는 곳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난 크리스천이여서인지

매번 볼 때마다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자식들의 건강과 안정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종교와 이념, 

그리고 국적을 떠나 모두 똑같아서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내년에는 꼭 신사에 직접 가서 감사의 인사와

신년소원을 빌고 싶다는

시부모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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