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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시어머니께 배우고 싶은 것

by 일본의 케이 2016.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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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잘 받았어요. 근데 왜 보내셨어요,,

안 보내셔도 되는데, 날도 추워졌는데..]

[ 응,도착했나보네, 늦게 보내서 미안하구나,

좀 일찍 보냈어야했는데...]

[ 제가 괜찮다고 말씀 드렸는데...]

[ 케이짱에게 해 줄 게 그것 밖에 없어서,,]

[ 무슨 그런 말씀 하세요..죄송하게..]

[ 우리는 매달 맛있는 거 많이 받잖아

그래서 조금이라도 케이짱이 좋아하는 거 

보내주고 싶어서.... ]

[ 정말 괜찮은데.....]

[ 맛은 괜찮지? 내가 맛을 봤더니 달긴 달던데 ]

[ 정말 달고 맛있더라구요,

 근데, 다리도 아프신데 직접 가신 거에요?]

[ 응, 내가 먹어봐야 알 것 같아서...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네... ]


시어머니가 감을 한 박스 보내셨다.

내가 감을 좋아하는 걸 아시고

3년전부터 매해 보내시긴 하는데

시댁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수확한 감을

보내시다가 올해는 몇 개 열리지 않아 일부러 

과일가게까지 가서 맛도 보고 골라 보내신 것이다.

[ 택시 타고 가셨어요? ]

[ 응,,갈 때는 택시타고 올 때는 

천천히 걸어왔어..운동도 할 겸...]

[ ......................... ]

 무릎에 물이 차 올라 한걸음 한걸음 

움직이실 때마다 통증이 동반한다고

했는데 과일집에서 걸어오셨단다. 

[ 어머니..정말 이젠 안 그러셔도 돼요...

제가 죄송해서 그래요..어머니..

움직이시면 또 물이 차 오르고 그러니까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내년부터는 제가 감을 따러 갈게요..

그니까 이제 저를 위해서 감 보내시고

그러지 마세요..제가 갈게요 ]


지난 9월, 내 생일에 맞춰 고기를 보내주셨다.

감사의 전화를 드렸을 때

아직까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는지

조심스레 물으시며 건강이 최고라고

 당신들이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렇게 말씀 드리지 말라고 했건만

아마도 깨달음이 미주알 고주알 

모든 걸 얘기했던 모양이였다. 

그리고 날 위해 매일 아침이면 

아버님과 함께 기도를 올린다는 시부모님..


지난주 출장길에서 깨달음이 시댁에 잠깐 들러

아침 드시는 두분 사진을 찍어왔다.

이 날은 마침 밑반찬이 다 떨어져 

수퍼에서 사 온 음식들을 몇 개 꺼내 

드시고 계셨다고 한다.

당신들은 이렇게 검소하게 드시면서

 며느리에겐 고급 소고기를 보내주시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감을 골라 보내시는

 그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어머니..제가 12월에 한 번 내려갈게요 ]

[  12월에? 12월엔 모두 바쁘니까

오지말거라, 1월달 설날 휴일에 시간나면

오던지 해..12월엔 한 해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거야.. ]

우리 시어머니는 늘 같은 입장에서

말씀을 하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관계가 아닌

같은 여성 입장에서 모든 사고와 판단,

그리고 조언을 해주신다.

일하는 며느리, 아픈 며느리, 외국인 며느리,,

그리고 젊은 며느리의 시선에 서서

대화를 하시고 당신이 시어머니라는

입장을 내세우지 않으신다.

깨달음에게도 늘 아내 입장을 고려하라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 내 마음을

섬세히 돌보라고 매번 말씀하신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며느리인 내게 

일본식의 문화, 풍습,그리고 각 가정이

 가지고 있는 그 집안의 관례나 룰 역시도 

강요하거나 배워야한다고 

가르치려 하지 않으셨다.

당신도 젊었으면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우리 시어머니..

 어쩌면 이 모든 건 며느리인 날 위해 자신을

내려놓으셨는지도 모른다.

 늘 단호하시고 군더더기 없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곧은 심지와 의지로

말이 앞서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깨달음은 어머님과 내가 성격상 닮아서

 쿨하다 못해 드라이하다고 하지만 

난 우리 시어머니께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끌어안는

포용력, 그리고 상대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인내력,.

난 어찌 다 갚아드리고 난 언제나

어머님처럼 성숙된 어른이 될까...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살갑고

조금 더 괜찮은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다.

죄송하고 죄송해서 자꾸만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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