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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사원

by 일본의 케이 201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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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만났다.

약 8개월간 취업준비 중이여서 

부담스러울까봐 카톡으로도 자주 근황을 묻지 못했다.

취업을 위해 열심히 이력서 쓰고, 공부하고,

 면접보고, 실무체험까지...

일본 디자인계에서 손가락에 뽑힐 회사에만

이력서를 내는 후배에게 눈높이를

 좀 낮춰서 지원해 보라는 얘긴 하지 않았다.

후배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이제까지 지원했던 어느 회사에서도

 서류, 면접까지는 무난히 통과를 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인지 당당히 자국민과의 경쟁에서

최종합격까지 몇 번이나 한 후배가 난 은근 자랑스러웠다.

취업활동 8개월만에 드디어 취직이 되었다.

그것도 두 군데에서 한꺼번에 입사가 확정 되어

한 곳을 선택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단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있었으면 말해보라고

축하파티를 하자고 했더니 우리집 근처

이탈리안이 좋다길래 바로 집으로 향했다.

참, 오랜만에 편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아주 가끔 만나더라도 잠깐 커피숍에서 얼굴만

봤을 뿐, 편하게 식사를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맘 편하게 시간적으로 풍족해서 서로가 마음이 편했다.

 

지난 주에 먼저 한 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고

또 한 곳은 어제 연락이 왔단다.

연봉으로 치면 첫번째 회사( A 사)가 괜찮은데

일하는 취향은 두 번째 곳( B사) 이라며

조금 갈등이 생기긴 했는데 마음을 결정했단다. 

어제 합격한 회사( B사) 로 입사 하기로...

내가 봤을 때는 여러 조건으로 봤을 때

A 사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B사냐고 물었다. 

그냥, 자기가 일한 만큼 대우 받을 수 있는 회사를

택하고 싶었고, 자기가 가고 싶은 회사보다

자기를 원하는 회사를 택하기로 했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디자인 회사에 입사해서

실력도 쌓고 인정도 많이 받아

스카웃 제의를 받을 정도로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던 후배.

첫번째 회사는 대기업에 속하는 디자인 회사에 들어갔었다.

디자인 일이라는 게 일이 많을 때는 밤샘 작업을 하는게

당연하기에 그 곳에서 3년간 열심히 일을 하고

많이 배우고 실력도 쌓고 이직을 하게 되면서 

친했던 동료 여직원과 식사를 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단다.

동료 여직원이 자기 회사를 그만 두었으니

 얘기하겠다면서 털어 놓더란다.

다른 직원들은 야간 근무와 밤샘 작업시

식대가 회사에서 별도로 나왔는데 우리 후배에게는

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었단다.

후배도 회사를 다니면서 이상하게 느껴져서

상사에게 몇 번인가 물어 본 적이 있는데

자기 회사는 식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했었단다.

동료에게 그 사실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더란다.

3년을 속인게,,, 회사 뿐만 아니라

친하다는 동료까지도 회사를 다니는 동안

자기에게 단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음에 씁쓸하고

본인 외에 모든 직원들이 한통속이였음에 약간 소름이 끼치더란다.  

그 뒤, 이적했던 다른 회사에서도 우리 후배에게만

제공되지 않았던 보너스가 있었음을 뒤늦게서야 알았단다. 

입사동기들은 월급이 오르는데

후배 월급은 오르지 않아 상담을 했는데

1년후 3천엔이 올랐을 때 헛 웃음이 나오더란다. 

무슨 계산방식으로 3천엔이 올랐는지,,,

입사동기의 월급을 알고 있었지만

어이가 없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았단다.

 

본인이 외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도

그것도 모르고 자기는 정말 소처럼

일만 열심히 죽어라 했었다는 생각에 허무하고

참 자기가 바보스럽게만 느껴졌단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사원들에게 이러는 건지

아니면 어느 곳이든 외국인들에게  

이런 개별적? 대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요령 한 번 피우지 않고

일을 했던 자기가 멍청했단다.  

 

그래서 이번에 B사를 택했고 

이례에 없는 5번의 면접을 걸쳐 보면서

회사방침들이 참 많이 개방적이고 솔직함을 느꼈다며

 자국민과 똑같은 대우는 아닐지언정 

처음부터 외국인에게도 투명한 제시를 하는 

회사를 택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은근 걱정 되는 게 자기 앞에서는 솔직해 놓고

입사 후엔 또 자기만 모르는 부당대우를 받을까 

약간 불안하긴 하단다.

난 후배 얘기를 계속 들으면서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것, 속상했던 것들,

늘 긍정 마인드로 밝게 웃고 털어버리는 것 같았는데

 역시 상처로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내 나라를 떠나 이방인으로 살면서

자국민 대우를 바라는 것도 모순이 있지만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는 게 외국인이라는 신분이다.

깨달음은 이런 얘길하면 노동청에 고발하라고 흥분을 하는데

고발하고 난 후에는 이곳 일본 디자인계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제안일 뿐이다.

외국인으로, 이방인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르는 감각이다. 담낭을 씹은 듯 쓰디 쓴 굴욕을,,,

 아무튼, 이번에 새로 입사한 회사는

후배의 능력과 실력을 맘껏 발휘하며

그만큼에 상응한 대우가 있는

아주 보통적이고 평범한 회사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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