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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하신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8.12.01

[ 아버지, 이 시간에 뭔 일이야? 안 주무셨어?]

저녁 9시, 취침시간이 훨씬 넘었는데 아버님이

 전화를 하신 것이다. 옆에 있던 나는 얼른

테레비 볼륨을 낮췄다.

아버님이 하시는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어쩔수 없지 않겠냐고 너무 욱박지르지 말고

화내지 말라며 그러면 더 스트레스 받아서

심해질거라고 아버님을 달래고 있었다.

[ 아버지, 뭐 필요한 거 없어? 이번달에는

 내가 바빠서 못가니까 00한테

가라고 그럴게. 조금만 기다리셔 ]

전화를 끊고 바로 시동생에게 문자를 보내는 

깨달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 깨달음,,두 분한테 안 좋은 일 있어? ]

[ 응, 어머니가 식사를 해놓고 자신은 

안 먹었다고 간호사를 부르고 그랬나 봐,

완전히 치매에 들어왔어...]

[ 언제 먹은 식사를 기억 못해?]

 [ 오늘 저녁밥을 먹고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안 먹었다고, 자긴 절대로 안 먹었다고

그랬다는데...그걸 보고 있는 아버지가

화가 나고 힘들다고 그러셨어 ]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처음 치매 증상을

 보일 때도 역시나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그랬었다.

한그릇 맛있게 드셨놓고는 다음날 일어나서는

저녁밥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하셨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진전이 되어가면서

하나씩 자신의 기억들을 잃어가셨다.

노인이라면 아니 요즘에는 40대에도 치매가

온다고 하는데 90대인 우리 어머님이 치매에

걸린데 딱히 이상할 것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물론, 돌아가실 때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계시는게

최고지만 치매라는 게 예방으로 피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에 나도, 그리고 깨달음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배우자이신 아버님은 워낙에

바르게만 사셨 분이여서 비록 아내일지언정

헛소리를 하고, 터무니 없는 얘기를 하는게

못마땅하셨던 것 같았다.

자신을 도둑취급할 때부터 불쾌해 하셨던 마음을

계속 가지고 계시더니 이제는 먹은 걸 

안 먹었다고 떼를 쓰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화가 먼저 나셨던 게 분명했다.

그 요양원에 치매 걸리신 분들이

있을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도

문제는 없었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다른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 어떡하지..] 깨달음 혼잣말이 또 시작됐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는 어머님이 

깨달음에게 전화를 하셨단다.

00절에서 매달 공양을 하는데 자신이 넣어둔

 적금에서 인출해 넣어달라는 것이였다. 공양을

 안 하면 10년간 두 노인이 누워서 지낼 것이고

무엇보다 아들들에게 나쁜일이 생길 거라고

 그랬으니 꼭 공양을 해야한다고 당부하셨단다.

노인들을 상대로 공양을 하지 않으면

자손들이 다치거나 본인들이 병에 걸려

평생 누워지낼 거라는 못된 어느 종파의 

신흥종교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지금껏 

어머님은 공양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드렸단다.

평생하셨던 공양이여서인지 잊지 않고 

하시고 싶어 깨달음에게 전화를 하신 것이다.


[ 그거 사기 아니야? 사이비 종교같은 거? ]

 [ 아니야, 내가 어릴적부터 어느 절에 다니셨어.

 사기까지는 아닌데 노인이 지금껏 그렇게

공양을 하면서 자식들 위해서 기도하셨기

 때문에 믿고 계신 것 같애 ]

[ 사기라고 얘기해야지,,,안 그래? ]

 [ 신앙이란 게 남들이 아무리 사기라고 해도

본인이 좋으면 집도 주고, 전 재산도 날리는 게

종교이고 믿음의 힘이잖아,, 평생 해오신 건데

못하게 하면 불안해하실 거야, 지금껏 재산을 

탕진할만큼 빠져 사신 것도 아니고 한달에 한번씩

1만엔(대략 십만원)씩 헌금처럼 했나 봐,, 명절이나

절기에도 얼마씩 내고,,그랬던 것 같애 ]

 노인들에 제일 약점을 건드려 불안감을 조성해가며

공양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넘들이

나쁘지 어머님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싶어서

더 이상 깊게 추궁하지 않았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변형된 승복을 입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종교단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선행의 이름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매번 돈을 뜯는 단체, 

기독교도 아니면서 십자가를 걸어두고 

집회를 일삼고 성경도 아닌 독자적인 지침서를 

목숨처럼 따르는 집단,,,

일본은 특히 불교를 가장한 이색적인 종교들이

 너무 많아서 종파가 뭔지 뭘 믿는 건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하면 화가 치밀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어머님이 일부러 전화를 하실 정도면 어머님

 마음 속에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세상엔 알수 없는 종교가 많다, 그래서 

우리 어머님도 평생 그곳에 계시는 어떤 신?을

의지하며 자식의 건강과 성공을 기도하셨다.

지금은 치매에 걸려 식사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지만 오직 자식들에게 나쁜 일이 없도록

간절히 기도했던 그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집안 곳곳에 알수 없는 암호같은 걸 적어 두셨던

우리 어머님,, 특히 장남인 깨달음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에 눈을 뜨면 앞마당에 

나가 촛불을 켜고 두 손 모아 기도하셨던 어머님..

공양을 해야만이 자식이 안정되고 편한 생활을

 영위할 할 거라 굳건히 믿고 계시는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공양은 지속될 것 같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게 세상

 어디에도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갈 때마다  드리는 정관장을 최고의 

보약이라며 많이 좋아하셨는데 내일은

전화를 한 번 드려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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