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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 아줌마들이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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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서 만난 토모미 은 언제나처럼 밝았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이 나오기까지 종업원이

 내어준 차로 목을 축이며 그동안 얘길 나눴다.

[ 케이짱 바빴어? ]

[ 네,좀 바빴어요, 잘 지내셨어요?]

[ 응, 나 새로운 알바 시작했어 ]

[ 어디요? ]

[ 빵집 카운터야, 일주일에 3번 ]

[ 진짜 열심히 사시네요..]

[ 난 일하는 게 재밌어,

아, 지난번에 준 깡통김 너무 맛있더라 ]

[ 다음에 한국 가면 또 사올게요]

[ 깨달음씨는 잘 계시지? ]

[ 네,,]


나는 그녀의 남편에 관한 안부는 묻지 않았다.

 50대 후반인 토모미 상은

늘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계신 분이지만

남편분은 스포츠센터에서 여러번 문제?를 일으켜

주위분들에게 좋은 평을 못 받고 있는 케이스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린 벚꽃놀이, 한국맛집

그런 얘기를 하며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 우리 남편, 또 여자 생긴 것 같애 ]

[ 그래요? 진짜 인기가 많으시네요,,.]

[ 이 남자 사주에 여자가 감처럼 

주렁 주렁 열렸대~ ]

[ 사주를 보면 그런 것도 나 와요?]

[ 내가 점을 날마다 보는데 다 똑같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살아~병이니까,,]

[ 근데..왜 이혼 안 하세요? ]

조심스럽게 물어야할 질문인데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와버렸다.

이혼하면 여러모로 피곤하잖아, 

주위 시선도 있고, 생활비는 꼬박꼬박 주고,

 내 일에 터치 안 하고, 

 노후까지 편하게 살려면 이혼은 안 할거야,

 남편이 60살이 되면 연금이 나오니까

지금부터가 중요해~그래서 절대로 

이혼 못 해~하면 나만 손해잖아 ]


[ 그래도 속상하시잖아요..

 아마,한국 부부였으면 이혼했을 것 같은데,

병적으로 바람을 피는 남편은 

용서하기 힘들것 같은데,,]

[ 케이짱도 더 살아 봐,, 살아보면 

돈이 최고야~부부의 정이네, 뭐 그런 거

다 필요없어,,이혼해서 경제적으로 불편하게

 사는 게 더 초라해, 

그러니까 그냥 참고 사는 거야 

돈만 많이 벌어다 주면 다 용서가 되는 거야 ]

[ ........................... ]

[ 그래도 돈으로 용서 안 되는 게

있잖아요,,용서가 되실만큼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주시는 거에요? ]

[ 그건 아닌데,,이혼을 해서 지금만큼

경제적으로 부담없이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거든,

현실적으로 봐서 이혼하면 손해거든 ]

손해를 본다는 소리를 두번이나 했다.

언니의 말투에서는 당당하면서도 울분 같은 것도

좀 섞여있었지만 체념도 엿보였다.


2015년 12월, 일경WOMAN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혼여성들의 

이혼에 관한 의식조사를 했다.

 세 쌍중에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상황에서  

특히 30대전 후반의 여성 이혼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들의 이혼사유로는 

첫번째가 성격, 가치관의 불일치가 25%로

남편의 삶의 방식이 이해하기 힘들고

신뢰하고 존경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두번째는 금전문제가 22%로

득이 작은 것도 있지만 서로의 소비성향이 

다른데에서 오는 불만이 많았다.

세번째는 두가지 사유로 남편의 폭력과

   외도가 15%를 차지했다.

다섯째는 시부모님을 포함한 가족간의 관계가

 6%으로 양가 가족과의 마찰이 

불편하다는 의견이였다.


이혼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이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1위가 정신적, 물리적으로 힘들어서 42.7%

2위는 이혼할 정도의 이유는 아니여서와

아이가 있기 때문이 41.3%을 차지했다.

4위는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17,3%,

5위는 생활을 할 수 없어서(경제적)

 9.3%으로 나왔다.

토모미 상은 내게 못을 박듯이 얘길했다.

[ 50, 60대에 이혼하면 이미지가 별로야,,,

애들 문제도 있고, 특히 주위시선들이

감당하기 힘들어,,나만 그러진 않을 거야,,

그리고 나이 먹어서 이혼까지 했는데 

돈마져 없으면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초라해져, 돈이 없으면 사람도 없는 법이야,

나이를 들면 사는 게 점점 손익을 

따지게 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무엇보다,,난 남편한테 애정이 없어.. ]

[ ........................... ]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언니 나름대로 설명을 

해 줬지만 납득이 되는 부분과

전혀 수긍하기 힘든 부분들이 교차했다.

남편에게 애정이 없다는 마지막 말 속에

남편에게 애정을 받고 싶다는 숨은 감정들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모든 인간관계 자체가 끈끈하지 않는 게

내가 15년을 넘게 지켜본 일본인들이지만 

부부간에게도 예외는 아니였다.

그들이 이혼을 하지 않은 이유들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가치관이 달라서인지 

닮은듯 닮지 않은 게 참 많다.

아무리 언니가 저렇게 얘길 해도

으로 치유되지 않는 게 분명 있다.

절대로 돈으로 메울 수 없는 외로움과 자괴감이

있지만 돈으로라도 위로를 삼으려는

언니의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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