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소포를 보내셨다.
지난주 갑자기 일본에 오시느라 못가져 온 것도 있고
깨달음에게 신세진 게 미안해서 보내셨단다.
양파즙, 배즙, 포도즙,
들깨가루, 렌틸콩, 보리차까지.....
이번에는 도라지를 반이상 넣어 짠 배즙이란다.
깨서방 기침에 잘 들을 거라시며 날마다 빠트리지 말고
챙겨주라며 빈틈에 과자도 넣어 보내셨단다.
[ 오머니~, 잘 먹겠습니다]
[오머니, 일본에 놀러 오세요, 또 만나요~]
[ 아니여~ 인자 안갈라네,, 깨서방이 너무 신경을 썼싼께
미안해서 죽것드만~]
[ 아니에요, 또 만나요~]
깨달음이 전화기를 나에게 넘겼다.
[ 이사 언제 한다고?]
[ 5월말이나 6월 초에쯤 할 것 같애~]
[ 늦네,,, 그 쪽에서 집을 늦게 비워준갑네~]
[ 응,,,그 쪽 사정이 있어서 그냥 그렇게 하라 그랬어 ]
[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 많것네 ]
[ 음,,,조금씩 하고 있어..]
[ 뭐 필요 한 것은 없고? 새로 사야할 것들이 많것네~]
[ 아니,,,그냥 있는 걸로 쓸 생각이야 ]
[ 짐이 많을 것이디...누가 도와 줄 사람은 있냐? ...]
[ 아니야,,,, 이삿짐센터에서 다 해 줘]
[ 엄마, 깨서방이 우리 이사하면 엄마보고 한 달정도
우리집에 계시라고 그러네 ]
[ 오메~~, 한 달동안 내가 거기서 뭐을 할 껏이냐~]
깨서방이 너무 잘해줄라고 애를 쓴께
미안해서도 못 있겄드만~]
[ 아무튼, 이사하면 엄마 꼭 오셔야 한다고 그러네~~]
이사는 구체적으로 몇 일날 할 것인지,
필요한 것은 있는지...
지금 사는 집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궁금해 하시는 게 많았다.
전화를 끊고 깨달음이 또 얘길 했다.
이사하면 어머님을 한 달 동안 우리집에 모시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드리고 싶다고,,,
한 달동안은 엄마도 무리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도
2주정도 차분히 계시라고 할 생각이라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계시는 동안
어머님의 음식솜씨를 다 전수받아란다.
[ .............................]
된장찌게도 같은 재료로 만든 게 분명한데 한국에서 먹은 맛과
일본에서 먹는 맛이 다르더라고
이번에 어머님이 오랫동안 계시는동안
완벽하게 마스터하길 바란단다.
같은 콩나물인데도 왜 맛이 틀리냐고 의문을 품을 때가 많았다.
한국 콩나물하고 일본 콩나물하고
콩나무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같은 양념을 해도
그 맛이 안 난다고 매번 설명을 해도
어머님만의 특별한 맛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엄마 오시라고 한 게 그런 목적도 있였냐고 물었더니
혼자 한 달 동안 계시면 심심하실테니까
당신이랑 날마다 새로운 요리하면서 가르쳐주고 지내시면
지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면 자기도 좋고, 어머님도 좋고, 당신도 좋을 거라고
적어도 2주이상은 계셔야지 요리를 전수받을 수 있을 거라며
지금부터 기대된단다.
다음날 아침, 깨달음이 샤워하고 있는 동안 가방 속을 봤더니
엄마가 보내주신 과자들이 들어가 있었다.
요즘, 회사에 가져다 둔 자기 과자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
직원들 중에 누군가가 먹는 것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한국과자 놔 두어도 별로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들어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몽쉘이 없어진다고 투덜거렸다.
그래도 우리 엄마가 보내 준거니까
한 개 정도는 놔두고 가져가라고 그랬더니
에이스 센스는 놔 두었다고
그리고 어머님께 전화 또 오면 일본에서
가르쳐 줄 요리 목록등을 생각하고 계시라고 말도
잊지 말고 하란다.
장모님의 장기체류를 원했던 이유가 이렇게 따로 있었다.
깨달음은 역시 사람을 위하는 듯 하면서
자기 실속을 챙기는 스타일임을 재확인 했다.
절대로 공짜가 없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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