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참 고마운 일이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0. 2.
728x90
728x170



너무 반가운, 아니 생각지도 못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결혼하고 2년쯤 됐을 무렵 

엄마와 함께 여수를 갔다왔는데 

그때 다음블로그에서 한참 활동하시던 분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깨달음이 너무도 좋아하는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곳을 데리고 가주셨고, 계산은 물론,

선물까지 챙겨주셨 분인데 근 7년만에

블로그에 공지된 메일주소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그날, 깨달음은 마치,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본 

사람처럼 양손을 걷어붙이고 양념과 간장을 

번갈아가며 손에 들고 쪽쪽 빨아먹는 모습을 보고

 매울텐데 잘 먹는다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신 것이다.

너무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저희가 신세를

많이져서 꼭 갚아드리고 싶다고 또 여수에 

갈 생각인데 그 때도 만나주시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만나주시겠다 하신다.

기분좋은 메일 한통에 들뜬 나는 깨달음과

그날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며 

다음에 가게되면 여수밤바다를 바라보며

 포장마차에서 막걸리를 마시자는 둥,

 산낙지랑 조개구이를 먹어야한다는 둥 먹고 

싶은 것들을 줄줄이 나열했다.


[ 근데 ,깨달음, 그 분 얼굴이 기억이 

가물가물해,, 당신은 기억해 ?]

[ 우리가 몰라도 그 분은 우릴 기억하지 않을까?

근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어. 

언제 한국에 갈 수 있느냐가 문제지..]

[ 맞아,,]

[ 언젠간 가겠지만 이번에 가게 되면

한 2주동안 놀았으면 좋겠다 ]

[ 2주동안? ]

[응]

2주정도 회사를 비울 수 없다는 걸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깨달음은 놀고싶은 모양이다.


다음 블로그에서 시작, 티스토리로 이사를 오며

 제 블로그는 8년째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8년이란 시간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왔지만

여전히 저는 이웃님들을 찾아가

댓글을 달거나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네는게

많이 서툴고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관심가는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고 

글쓰시는라 수고하셨다는 의미로 공감버튼

 누르고 조용히 나오는 게 다입니다만,

아마도 이런 저만의 인사법?은 

바뀌지 않을 듯 합니다.


 제 블로그에 댓글허용을 하지 않은지는 한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원래, 블러그의 댓글창이란 

글쓴이와 찾아와 주신분의 소통공간이라 

믿었는데 블로그를 시작하고

악성댓글에 몇년째 달리는 상황에 처해보니 

굳이 소통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댓글들은 계속해서 차단을 하고,

 로그인을 설정한 뒤로는 요즘엔 이런 지져분한

 댓글은 달리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글쓴이인 저와 댓글을 다시는 분들사이에

 진정한 소통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어 지금은 

댓글허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전히, 저의 이기적인 판단에 내린 결정이지만

여러분들과 좀 더 깊이있는 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주신 분들은 방문록에 

인사를 남겨주시는 분도 계시고

 메일로 직접 연락을 해오시는 분이 계시는데

저는 그게 훨씬 유대감과 친밀함이 형성되는 게 

느껴져 당분간 댓글창은 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가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자의 성향, 성별,

연령대가 다양해서 왜 좋아해주시는지,

어떤 글을 즐겨하시는지 상세한 파악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방문해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꼭 감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와

 어디까지, 언제까지 우리들의 사생활을

보여줘야할지 혼란스러워할 때가 있습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아닌,

그저 해외에서 외국인 남편과 살아가는

극히 일상적인 모습만을 보여드리는 거지만

안다고 다 말할 수 없을 때도 많고,

가지고 있는 걸 다 보여드릴 수도 없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기에

갈등아닌 갈등에 쌓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격려와 늘 멀리서

지켜봐주시는 그 시선과 무언의 응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습니다.


깨달음과 결혼을 하고 시작한 블로그,,,

외국인 남편이여서 좀 더 특별했고, 

이해가 필요했던 문화적 차이로 

좌충우돌 했던 그 시간들을 함께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한, 잊지않고 찾아주시고, 다독여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늘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며

성찰하지 않으면 파렴치만 는다는 옛선조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삶에 임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그저 나이를 먹어가는 게 아닌 

스스로가 퇴화하지 않게 노력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소중히,

더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