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겠어, 빨리 준비해~ ]
[ ...................... ]
[ 밥 먹으면서 봐~, 국 다 식어~]
[ ...................... ]
[ 오늘 퇴근 몇 시야? 늦여? 난 오늘 빨리 들어 올거야 ]
[ ...................... ]
지난 주부터 내가 깨달음에게 매일 아침마다 하는 소리다.
깨달음 출근 시간은 8시 50분에서 9시 사이다.
그런데 약 2주전부터 아침이면 넋을 빼고 TV를 보느라 늑장을 부리기 시작했다.
7번채널, TV동경에서 지금 한국 드라마 [ 허준 ]을 하고 있다.
아침이면 뉴스를 포함한 정보프로를 빠짐없이 봐 왔던 깨달음이
어느날인가 부터 보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
아침 8시 15분 시작해서 9시 20분에 끝나는 이 드라마,,
난 사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 시간대는 아침을 먹고 정리하고 준비하느라 아주 바쁜 시간대이다.
젓가락을 든 채로 테레비 속에 빠져 들어가는 깨달음...
아침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알 수 없게 밥만 열심히 먹고 반찬만 남긴 날도 있었다.
그리고 먹으면서 화면 속에 배우들이 나오면 역할을 알려 주곤 한다.
저 여 간호사와 저 남자 의사가 좋아하는 사이네,,,
저 험한 얼굴을 한 사람이 [허 준]을 귀찮게 하는 사람이네,,,
허준을 가르친 스승의 집이 저 집이네...
[ ........................... ]
나한테 얘기해도 난 모르니까 그냥 보라고, 별로 관심없다고 그래도
우리 엄마가 하던 것처럼 출연 배우들부터 드라마 스토리까지 하나하나 얘기를 한다.
출근시간 늦는다고 준비하면서 보라고
몇 번 말을 해도 잘 안 들으면서 드라마 설명은 착실히 해준다.
지난 주에는 같은 시간대 9시부터 위성방송 BS에서 [ 왕가네 식구들 ]을 했었는데
마지막편 봐야하는데 [허 준]하고 겹치니까
잊지 말고 녹화를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큰 딸 부부가 재결합을 하는지 궁금 하다고,,,,
양치를 하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깨달음.
벌써 출근해야 할 시간인데 9시5분이 지나가는데도
아주 천천히 천천히 출근 준비를 한다.
보다 못해, 그러다 더 늦어지니까 녹화해 둘테니 퇴근하고 저녁에 보라고
직원들 다 나와있겠다고 어서 출근 서둘러라고 그러면
자기가 사장이니까 괜찮다고
중요한 대목이니까 말 시키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
[ ........................ ]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외투를 입은후 가방까지 들고 또 10분,,,
보다가 눈물을 닦는 일도 허다해서 그냥 그러러니 한다.
슬픈 장면도 아니고 좋은 일로 기뻐하는 모습에서도 눈물이 난다는 깨달음....
50을 넘긴 아저씨들은 남성호르몬 감소에 의해 조금씩 여성화 된다고 그러던데
아줌마도 이런 아줌마가 없다...
요즘들어 얼굴 나오게 찍지 말라고 사진 찍는 걸 거부했던 깨달음이
드라마 보느라 정신이 없어, 사진을 찍어도 관심이 없다.
출근가방 들고 끝까지 예고편까지 보고 있는 깨달음...
일본 아저씨들 한국 사극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달 전 NHK에서 방송했던 [ 해 품은 달]이 끝나고 난 뒤
정규방송에서 해주는 드라마는 [허 준]뿐이기에 더 목을 메고 보는 것 같다.
끝 장면까지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하고 보고 있는 깨달음 뒷모습을 보면서
저 드라마가 종용될 때까지 정상적이 출근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드라마, 특히 사극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드라마 속에 푹 빠져서 헤어나질 못한다.
참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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