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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크리스마스날 남편과 나눈 대화

by 일본의 케이 2018. 12. 26.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해서 스케쥴을 확인한

 깨달음은 삿포로에 도착해서 바로 현장으로

난 호텔로 헤어져 움직였다.

호텔 건설현장의 점검와 미팅. 

그리고 송년회가 두 곳이나 잡혀 있는 

깨달음과 원고마감이 코앞으로 닥친 나는 

각자 일하는 장소가 다르기에 크리스마스를

즐길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저녁은 알아서 서로 해결하자는 말을 남기고 

택시를 타고 떠가는 깨달음이 차갑게 느꼈졌다.

삿포로를 같이 올 때는 일도 일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기자고해서 온 건데..

호텔에서 나는 초콜렛과 비스켓을 먹어가며

남은 원고를 작성했고 깨달음은 11가 넘어서

혀가 꼬인 상태로 들어와서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인정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2차로 언니들이 있는 크라브에 갔는데

삿포로 언니들이 예뻤다는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얘기를 보고하듯이 했다.

[ 이쁜 언니들 봐서 기분이 좋은 거야? 

직원들이 잘 해서 기분 좋은 거야? ]

[ 물론 직원들이 잘하니까 기분 좋지,

우리 요시다(회사직원)한테 다음 일도 꼭 맡기고

 싶다고 몇 번을 부탁하는데 엄청 뿌듯했어 ]

[ 알았어..얼른 자,,]

[ 응,,근데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 12시야,,얼른 자,,,] 

다음날, 아주 일찍 눈을 뜬 깨달음이 혼자서

책을 뒤적이며 뭔가를 체크하고 있었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오늘 하루 즐길 곳을

찾았으니 나갈 채비를 하라며 보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오타루에 있는 텐구야마였고

그곳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사방이 눈으로 덮혀서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듣기 좋았다. 

스키장슬로프와 하얗게 덮힌 마을들,,

그리고 적막한 바다를 멍하니 쳐다보다 

나도 모르게 [ 오겡키 데스까 ]를 외치고 

싶어지는 충동이 일었다.

깨달음은 역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눈사람을 만들고서는 배용준이라고 했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와 오타루 시내로 진입,

삿포로를 올 때마다 이곳에 와서인지 그렇게 큰 

감흥은 없지만 크리스마스여서인지 중국, 한국인 

관광객들은 탄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바빴다. 


[ 여기 슈크림은 꼭 먹어야 돼, 

아, 여기 아이스크림이랑 초코가 유명하지..

이 오징어는 정말 부드럽다.. ] 깨달음은 

오르골 가게를 가기전에 즐비한 상점가에서 

 슈크림, 마른오징어, 초콜렛, 아이스크림 등등

마치 자기가 관광객인 것처럼 발길 닿는 곳마다 

과자들을 하나씩 먹고, 사기를 반복했다.


다시 삿포로로 돌아온 우리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게전문집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에 연말까지 있어서 예약하기가

꽤 힘들었다며 홋카이도 왔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를 실껏 먹으라며

메뉴판을 내게 먼저 건넸다.

털게는 통으로 쪄서 먹고 대게 한마리는 따끈한 

샤브를 하기로 결정, 본격적인 게타임이 시작됐다.

아무말 없이 먹는데 열중하는 날 보고 

그렇게 게가 맛있냐고 묻는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게 게 요리라고 했더니

 게살을 발라서 내 접시에 놓아주면서 

자기를 산타할아버지라고 생각하라며

게 요리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 ........................ ]


배가 조금씩 불러 올 무렵, 솥밥이 나와서

또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행복하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을

 하니까 고맙단다..  


왜 그런 말을 불쑥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

좀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는 서로 늙고 

병들 때까지 둘이 의지하면서 잘 살아보자며

건배를 하자고 잔을 높이 들었다.

 [ 깨달음, 왜 그래? 갑자기? ]

[ 그냥 크리스마스니까 착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될 것 같아서...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온 것 같아서..사과할려고,,,

당신이 매일 아침밥을 해주는 것도, 

내 몸 생각해서 항상 보약을 챙겨주는 것도,

언제나 나를 먼저 우선으로 하는 것도,,

언젠가부터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있더라구 ]

[ 내가 교회가서 일주일동안 저지른 죄를

 반성하는 것처럼 깨달음 당신은 크리스마스날을

 맞아 1년분량에 잘못을 반성하는 거야? ]

[ 응,,,그런 것 같애...]   


정말 반성하는 얼굴을 하길래 피식 웃음이

세어나올 뻔했지만 꾹 참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살자고 했더니 자기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면서

 자기가 마음에 걸렸던 것, 좀 미안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하나씩 꺼냈다.  

난 조용히 게살을 발라 먹으며 깨달음의 반성을

다 듣고 난 후, 나도 잘못했던 것들,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했다.

일본 유학을 와서 10년가까이 혼자 보내다가

결혼을 하고 둘이서 함께한 크리스마스,

해년마다 케익을 먹는 걸로 끝났는데 

8년째 맞는 올해는 좀 뜻깊은 의미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서로가 1년분의 죄를 고회성사하고 용서받고,,

 좀 독특한 크리스마스였지만 마음 한구석의

 포근함과 앞으로도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용서하고 살아야겠다는 결심 같은 걸 했다.

가끔은 이런 반성의 크리스마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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