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조심해야 써. 곧 뼈가 붙을 것인께
조심조심해라.. 내가 지금이라도
갔으믄 좋을 것인디,,,그러지도 못하고 ]
[ 엄마, 아마 올 해는 힘들 거야, 오고 가는 게..
내년에나 코로나가 잠잠해질 것 같아 ]
[ 오메...내년까지 간다냐? 징허네..
주사를 맞아도 걸린다고 한께 깨서방이랑
너도 조심해라. 지금 일본도 난리인 거 같은디 ]
[ 응,, 하루에 만 명이 넘어가고 있어..]
[ 한국도 지금 또 난리다 ]
엄마는 또 한참을 티브이에서 본 일본 풍경과
선수들 얘기하시다 5년 전 갔던 온천,
점심으로 먹었던 생선구이정식, 어느
커피숍에서 마셨던 달짝지근한 코코아까지
기억하시고는 조근조근 털어놓으셨다.
[ 글고 그 털게 샤부샤부도 참 맛있든디 ]
[ 그렇지 않아도 깨서방이 거기 갈 때마다
엄마 또 모시고 오자고 맨날 그래 ]
[ 그래? 아이고,,긍께 한 번 일본에 가야쓰것는디
이 놈의 코로나 때문에 꼼짝을 못 하고 있으니..]
느닷없이 지금 세를 놓고 있는 예전 집은
잘 있는지 궁금해하시다가 시부보님
안부를 물으셨다.
[ 잘 계시믄 다행이다. 글고 더웁고 귀찮해도
밥은 꼭 챙겨 먹어라, 밥이 보약인께 ,
내년이든 내 후년이든 언젠가
볼 것인 게 건강하게 잘 있어라잉 ]
늘 전화를 끊기 전, 9월초, 조카 결혼식에
올 수 있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오늘은 깜빡
잊으신 건지 체념하신 건지 묻지 않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174
한국 장모님을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
[ 뭐가 들었을까? ] [ 당신이 부탁한 배즙이잖아, ] [ 아,,그렇지. 근데 엄청 무겁네 ] [ 응 23키로나 되더라구,,,] 얼른 하나를 마셔보는 깨달음. [ 엄청 달아,지금까지 배즙하고 좀 다른 것 같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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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통화를 끝내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깨달음이
왜 자기 안 바꿔줬냐고 묻길래 엄마가
심심하신지 5년 전 일본 왔을 때 얘기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즐겁게 말하시고
당신 얘길 하셔서 못 바꿔준거라 답했다.
[ 내 얘길 하셨어? ]
[ 응,보고 싶다고,,당신이 바쁘면 몸 상할까
걱정이고 안 바쁘면 회사가 힘든가 싶어
걱정이시래 ]
[ 다음에 통화할 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내가 말해야겠네..]
https://keijapan.tistory.com/1074
일본인 사위를 지켜보는 친정 엄마의 속내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려다보니 식탁에 막 삶아진 꼬막이 있었다. 조금 식으면 깔 요량으로 드라이를 하기 위해 엄마방에 들어가 있는데 엄마가 깨서방이 꼬막을 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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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732
5년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첫날밤
우리가 공항에 나간 시간이 가족이 도착하기 20분전이였다. 방학과 여름휴가철인 탓인지 사람들로 북적대는 도착 로비를 깨달음이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왔다갔다했다. 한국분들이 많이 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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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당신 안부 물으면서 당신 결혼 허락
받으러 온 날을 얘기하셨어 ]
[ 10년이나 지난 얘길 왜 갑자기 하셨을까?
혼자서 정말 외로우신가 보네..]
[ 응, 그냥 옛 추억만 꺼내 보면서 지내시는 거겠지]
[ 어머님도 내가 한국 가고 싶은 만큼
일본 오시고 싶으신가 봐... 누가 되든
얼른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https://keijapan.tistory.com/733
불꽃축제와 같은 만남과 헤어짐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우린 아타미(熱海) 온천을 향해 갔다. 동경에서 1시간 10분이면 갈 수 있는 이곳은 거리가 가까워서 당일치기 온천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먼저 우린 아타미성 전망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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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첫인사를 드리러 가던 날
깨달음은 굉장히 떨고 있었다. 한국어로
빼곡하게 쓴 편지 두장을 들고 집 앞 커피숍에서
달달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며
발음 교정을 내게 부탁했었다.
[ 그날, 어머님이 마하고 인삼 간 건강주스를
내주셨는데 힘내라는 뜻으로 주신 거라
생각되서인지 안 떨리고
왠지 힘이 쏟는 느낌이었어 ]
[ ....................................... ]
엄마는 그날 깨달음이 집에 들어와 작은
눈을 껌뻑거리면 두리번 두리번하던 것도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던
모습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하셨다.
https://keijapan.tistory.com/1034
한국 처갓집에 가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편
[ 오머니, 이고(이것), 이고(이것) ] [ 오메, 오메,,,많이도 사왔네~~] 가방에서 사 온 물건들을 계속 꺼내면서 깨달음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엄마에게 설명을 드렸다. [ 응,,이놈은 커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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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엄마는 깨달음을 아주 예뻐하신다.
지금도 변함없이 깨달음을 보고 싶어 하시며
하는 짓도 귀엽고 애교 있는 것도 맘에 들고
한국말은 못 해도 눈치가 빠른 것도 이쁘고
무엇보다 한국, 한국식구들, 그리고
늙고 아무 쓸모가 없어진 당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해줘서
제일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셨다.
https://keijapan.tistory.com/1263
일본인 사위를 생각하는 친정엄마의 마음
우린 이곳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난 사시미를 거의 못 먹었지만 다양한 메뉴가 많아서 서로가 좋아하는 걸 맘껏 주문한다. 깨달음은 사시미를 위주로 나는 덴뿌라를 시작으로 구이,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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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우리 자식들도 엄마 귀하게 생각하잖아 ]
[ 글제. 근디 깨서방은 외국인이잖냐, 원래
일본사람들이 징하게 무섭고 차갑고 근디
내가 음식을 해줘도 뭐든지 맛있게 먹어주고
집에 와서도 아들처럼 살갑게 잘해서
깨서방이 오믄 내가 막 힘이 나고 뭐든지
해서 먹여주고 싶고 그러드랑께.,
또 한국 가족들이랑 섞여서 잘 지내고
그러기가 쉽지 않은디 깨서방은
아주 잘 한께 이쁘고 고맙제.. ]
엄마의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는
일본도를 차고 말을 탄 일본순사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 깨달음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게 분명했다. 그래서 깨달음이 낯가리지
않은 것도 예쁨 받는 포인트였고 엄마의 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큰 몫을 차지한 것 같았다.
그런 엄마 덕분에 깨달음은 한국에 가면
기고만장?하는데 이쁨도 본인에게서 나는 거라고
장모님 사랑을 듬뿍 받게 행동하고
그걸 예쁘게 봐주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처음엔 외국인 사위, 그것도 일본인 사위여서
생각이 많으셨다는 우리 엄마..
이제는 어느 자식만큼이나 깨달음을 아끼고
사랑해주신다. 그래서 난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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