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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에서 온 남편의 생일 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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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에서 날아온 깨달음 선물이 도착했다.

후배에게 생일선물로 부탁한 한국과자들과

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이 함께 들었을 것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깨달음이 직접 열어 보도록 그대로 두었다.

 

10시가 넘어 들어온 깨달음이 덩그러니 놓여진 박스를 보고는

거래처와의 미팅이 식사까지 이어져 늦였다며 소포 박스쪽에 대고 얘길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술이 기분좋게 취한 깨달음이 박스를 열며 노래를 불렀다.

 [ 샌 추카 하미다, 샌 추카 하미다, 케다룬노 새이루~샌 추카 하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깨달음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어쩜 저렇게 재밌는 한국어 발음이 있을까 하면서도 

술 때문에 꼬이는 혀로 열심히 본인 생일 축하송을

부르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처음 보는 과자가 많다며 롯데가 아닌 메이커가 의외로 있다고

오리온, 오리온하면서 과자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오리온이 롯데보다 인기가 있냐고도 물었다.

 

정리하기 좋아하는 깨달음이 책은 책대로

과자는 과자대로 줄을 맞춰 세웠다.

옥수수차를 보고 식당에서 나오는 차가  바로 이거냐고 묻더니

봉투를 코에 갖다대고 킁킁거렸다. 

 

그렇게 일렬로 나열한 다음에 [ 후배님, 감사합니다] 라면서

이마에 양손을 대고 절하는 흉내를 냈다.

펼쳐놓은 과자들을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보더니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고

오늘밤은 그대로 펼쳐 둔 채로 만족하겠다고 했다.

좋은대로 하라고 난 내 책들을 챙겨 책상으로 옮겼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과자들은 김치냉장고 위에 올려져 있고 

내 노트북 위에 뜻을 이해하기 힘든 과자들이 몇 개 올려져 있었다.

줄려면 주고 말려면 말지 억지로 각 1개씩도 아닌 

그냥 몇 개만 고른 듯한 낱개의 과자들,,

아니꼽고 치사했지만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내 과자통에 넣었다.

 

출근 준비를 하며 아침을 먹던 깨달음이

후배한데 고맙다고 뭘 보내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고 물었다.

작년엔 후배 부부와 오키나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올 해는 그러지도 못하고,,, 동경으로 불러서

온천이라도 같이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신이 이사하면 결혼식때처럼 초대장 발부해서

집들이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거라고

이사 결정되면 초대장 보내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깜빡 잊어버릴지 모르니까 초대 명단에 꼭 적어 두란다.

[ ....................... ] 

 

저녁엔 후배와 깨달음이 직접 통화를 했다.

잘 있냐며 안부를 묻는둥 마는둥 하다가 맛있는 거 많이 보내줘서 고마웠다고

일본에 놀러 오라는 말까지 한 다음에

보내 준 과자들 다 먹어 보고 맛있는 게 있으면

그것들만 골라 또 얘기할테니까 생일 아니여도 보내달라는 말을 했다.

아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마치 뭘 맡겨놓은 사람처럼.....

전화기 저편에서 후배가 한바탕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전화기를 바꿔 내가 속없는 남편이여서 미안하다고 하자

막 웃으면서 박스가 적어 다 못 넣은 과자와 신라면이 남아 있다면서

몽쉘의 시나몬맛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

찾으면 그것과 함께 다시 박스 채워서 보내겠다고

생일 아니여도 얼마든지 보낼테니 맘껏 드시라고 전해달란다.

멀리서 깨달음 부탁을 흔쾌히 받아 준 후배에게 너무 감사해서

카톡으로 초대장 발부한다고 그랬더니 많이 좋아해 주었다.

초딩같은 남편의 부탁도 귀엽게 봐주고 나에게도 삶의 양식을 보내 준 후배... 

깨달음은 과자만 봐도 행복해 하고 

 난 읽고 싶었던 책들이 생겨  마음이 뿌듯해진다. 

홍회장,,,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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