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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화이트데이, 남편에게 받은 황당한 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5. 3. 14.

 

출장이 별로 없는 깨달음이 출장을 떠났다.

간다고 해도 당일치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시찰할 곳이 많아

1박을 해야한다고 오사카까지 다녀왔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깨달음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부른 곳은

 동경역 근처에 있는 초밥집이였다.

깨달음은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장거리 여행을 하고 오면

돌아온 날은 꼭 초밥이나 소바집을 가고 싶어한다.

아마도 내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면 한식이 먹고 싶듯이

깨달음도 사시미나 초밥을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30분정도 늦게 도착해 들어갔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깨달음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저 안주 몇 개 주문하고 맥주 한 잔 하고 있었단다.

역시, 같은 일본이지만 오사카 음식맛과 동경 음식맛이 달라서

비롯 1박2일이였지만, 동경스타일이 먹고 싶었단다.

 

난 아직도 날 것, 사시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초밥도 몇 종류 빼놓고는 못 먹는 메뉴가 태반이다.

그래서 초밥집에 오면 주문은 거의 깨달음에게 맡긴다.

맥주를 한 잔 들이키며 오사카에서 이번에 시찰한 건물들

노인센터였고 장애인 복지 센터도 함께 견학을 했다며

나와 함께 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단다.

그리고 요즘 일본 건축경제가 어떻고,

오사카 사람들의 유머와 재치에 관한 얘기들도 했었고,,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계산을 하고 나온 깨달음 손에 가방 외에 큰 박스가 들려져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선물입니다]라면서 나에게 건네는 박스.

뭐냐고? 웬 주방용품이냐고 물었더니

화이트데이 선물이다고 대답했다.

너무 황당해서 화이트데이 선물이 주방용품이냐고 물으려다 그냥

아무말 하지않고 포장을 뜯고 있는데

압력솥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사왔단다.

뭘 살 까 신칸센 안에서 생각하다가 당신에게 필요한 게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단다.

[ ....................... ]

 

분명 갖고 싶다고, 하나 사야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화이트 선물로 주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물었더니

 닭 한마리가 통채로 들어가는 사이즈여서 삼계탕도 끓일 수 있고

갈비찜, 생선찜도 조리할 수 있단다. 

이사하게 되면 집들이에 필요한 요리도 해야하고

그러면 미리 사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샀다면서

뚜껑이 2개 달려서 압력 밥솥으로도 쓰고

평소때는 그냥 냄비로 사용한다고 아주 실용적이란다

[ ...................... ] 

알겠다고, ,,,맘에 드는데,,,그래도 화이트데이 선물로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초콜렛이나 사탕도 없이 압력솥만 주는 게  뭔지...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내가 손해보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우리 서로 늙었으니 이제부터는 이벤트 날에는 서로 필요한 걸 사줄도록 하자며

어차피 이 압력솥은 사야했으니까 잘 된거라고

초콜렛은 내일 사줄테니 이번주 이 압력솥에 삼계탕을 해 먹어 보자고 싱글벙글이였다.

자기는 빨리 이 압력솥으로 여러가지 한국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단다.

호박죽 같은 것도 되는 것 같고, 언젠가 어머님이 해주셨던

약밥도 되는 것 같더라고 인테넷에서 잠시 찾아 봤단다.

[ ...................... ] 

화이트데이와 상관없이 자기가 먹고 싶은

 한국요리를 해 보고 싶어서 산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섰다.

화이트데이에 압력솥 받은 여자는 이 세상에서

나밖에 없을 거라고 찍는 소릴 해도 기억에 남아서 좋지 않냐고

화이트데이는 우리부부만의 스타일로 즐기잔다.

압력솥을 박스에 다시 담으며 싼 초콜렛이라도 하나 사 줬으면

왠지 덜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 깨달음이 여자로 태어났으면 살림을 잘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말참견도 많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벌레도 잘 못 잡고, 울기도 잘하고, 하는 짓도 여자같을 때가 많고,,,,

이렇게 살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보면

전생에 여자였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력솥 붙잡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화이트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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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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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밥조음 2015.03.14 22:09

    엄청 귀여우십니당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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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영채하맘S2 2015.03.15 01:43

    전 이런 선물이 좋아요. 사탕이나 초콜렛은 집에 어린아이가 있어서 자주 먹으니 이런 기념일 날에는 뭔가 내가 필요한 걸 받았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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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 2015.03.15 02:30

    빵~ 터졌어요. 화이트데이에 압력밥솥 받는 여자라는데서 터져버렸어요. 남편분은 일본유학생들의 워너비 형부에요. 종종 몰래몰래 보는데 오늘은 웃겨서 못 참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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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쏠모 2015.03.15 07:50 신고

    생일 선물로 오븐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ㅎ 바로 요런 기분이었죠!! 조리도구나 기구를 선물로 받으면 분명 선물인데, 압박감이 느껴져요;; 조리도구는 내 손으로 사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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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일 2015.03.15 11:02

    사탕 ~~~~~~달콥한 .....
    일요일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이 나른해지네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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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경 2015.03.15 11:59

    안녕하세요 우연히 케이님의 블로그를 발견하고는 너무 재밌어서 하루만에 블로그글을 거의 다 읽어버렸네요 케이님의 글을 보면 처음보는 분인데도 너무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남편분의 한국사랑에대해 한국인으로서 왠지모를 감동까지 느껴지네요
    글 너무 잘읽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들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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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lch 2015.03.15 13:34

    저는 후리지아 꽃바구니 선물해줬네여^^*여친이 너무 좋아하던데..일본분은 냄비를? 특이하내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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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땅 2015.03.15 14:09

    ㅋㅋㅋ 깨달음님 다운 선물이네요. ^^
    알콩달콩 ^^
    이가 가시는 집은 정해지신건가요?
    제가 다른 글은 아직 안읽어 집이사 내용은 파악못하고 있나봐요. ㅎ;;;
    저 압력솥에 삼계탕을 하든, 갈비찜을 하든,,, 행복을 요리 하실것 같은 케이님과 깨달음님!!!^^
    여기까지 깨소금 냄새가 솔솔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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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ry 2015.03.15 14:47 신고

    저도 연애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신랑이 재봉틀을 선물해줘서 황당했던기억이 있는데ㅋㅋㅋ결혼해도 변함이없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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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ONCH 2015.03.15 14:55

    결혼 기념일에 식칼 선물 받은 여자... 여기 있습니다. ㅎㅎ 이런 남자들이 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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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2015.03.15 15:25

    할부로 부츠 사주고 첫달만 할부금 주고 나머진 나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다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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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랑가재 2015.03.15 22:04 신고

    남편분 말씀에 백프로 동감합니다.
    화이트 데이에 기억에 남아 좋은 것이 좋겠지요?^^~

    사탕이나 초콜릿은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아요.
    형식이 되었으니..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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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달음님 팬 2015.03.15 23:42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 ^^
    행복해보여서 많이 부러운데요♡
    삼계탕 포스팅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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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2015.03.16 09:56

    깨선생님이 한국주부같아요. 사탕사오면 잔소리하고 밥솥사오면 좋아하는.. . 비유는 반대입장에서 했지만요. 아침에 블로그를 봐서 음식 사진에 유혹을 떨치고 갑니다. 잠자리에서 봤으면.. . 으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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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g Cherry 2015.03.16 13:55 신고

    이것도 괜찮네요~^^ 사탕이야 먹고나면 잊어버릴꺼 필요한걸 선물로 사주는게 최고인것 같아요~^^
    으~~~~ 초밥 맛있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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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6 19:37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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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칩스 2015.03.16 21:31

    역시 깨서방 형님은 처....천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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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궁이 2015.03.16 23:00

    화려하진 않지만 담담하게 풀어가는 케이님 글
    잘 읽고있습니다
    마지막 깨달음님에 대해 요리도 좋아하고...로 시작한 부분. .. 빵 터졌네요

    친구한테 남편 흉보는 귀여운 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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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표 2015.03.18 10:07

    화이트데이 선물로 압력솥이라니 신기하면서도 실용적인데요.

    저도 초코릿보다 실용적인 압력솥이 더 땡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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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우덕 2015.05.02 05:53 신고

    깨달음님의 팬클럽이라도 만들고 싶어지네요 ㅋ
    왠지 밉지않고 항상 웃음을 주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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