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별로 없는 깨달음이 출장을 떠났다.
간다고 해도 당일치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시찰할 곳이 많아
1박을 해야한다고 오사카까지 다녀왔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깨달음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부른 곳은
동경역 근처에 있는 초밥집이였다.
깨달음은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장거리 여행을 하고 오면
돌아온 날은 꼭 초밥이나 소바집을 가고 싶어한다.
아마도 내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면 한식이 먹고 싶듯이
깨달음도 사시미나 초밥을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30분정도 늦게 도착해 들어갔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깨달음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저 안주 몇 개 주문하고 맥주 한 잔 하고 있었단다.
역시, 같은 일본이지만 오사카 음식맛과 동경 음식맛이 달라서
비롯 1박2일이였지만, 동경스타일이 먹고 싶었단다.
난 아직도 날 것, 사시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초밥도 몇 종류 빼놓고는 못 먹는 메뉴가 태반이다.
그래서 초밥집에 오면 주문은 거의 깨달음에게 맡긴다.
맥주를 한 잔 들이키며 오사카에서 이번에 시찰한 건물들
노인센터였고 장애인 복지 센터도 함께 견학을 했다며
나와 함께 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단다.
그리고 요즘 일본 건축경제가 어떻고,
오사카 사람들의 유머와 재치에 관한 얘기들도 했었고,,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계산을 하고 나온 깨달음 손에 가방 외에 큰 박스가 들려져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선물입니다]라면서 나에게 건네는 박스.
뭐냐고? 웬 주방용품이냐고 물었더니
화이트데이 선물이다고 대답했다.
너무 황당해서 화이트데이 선물이 주방용품이냐고 물으려다 그냥
아무말 하지않고 포장을 뜯고 있는데
압력솥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사왔단다.
뭘 살 까 신칸센 안에서 생각하다가 당신에게 필요한 게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단다.
[ ....................... ]
분명 갖고 싶다고, 하나 사야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화이트 선물로 주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물었더니
닭 한마리가 통채로 들어가는 사이즈여서 삼계탕도 끓일 수 있고
갈비찜, 생선찜도 조리할 수 있단다.
이사하게 되면 집들이에 필요한 요리도 해야하고
그러면 미리 사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샀다면서
뚜껑이 2개 달려서 압력 밥솥으로도 쓰고
평소때는 그냥 냄비로 사용한다고 아주 실용적이란다
[ ...................... ]
알겠다고, ,,,맘에 드는데,,,그래도 화이트데이 선물로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초콜렛이나 사탕도 없이 압력솥만 주는 게 뭔지...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내가 손해보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우리 서로 늙었으니 이제부터는 이벤트 날에는 서로 필요한 걸 사줄도록 하자며
어차피 이 압력솥은 사야했으니까 잘 된거라고
초콜렛은 내일 사줄테니 이번주 이 압력솥에 삼계탕을 해 먹어 보자고 싱글벙글이였다.
자기는 빨리 이 압력솥으로 여러가지 한국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단다.
호박죽 같은 것도 되는 것 같고, 언젠가 어머님이 해주셨던
약밥도 되는 것 같더라고 인테넷에서 잠시 찾아 봤단다.
[ ...................... ]
화이트데이와 상관없이 자기가 먹고 싶은
한국요리를 해 보고 싶어서 산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섰다.
화이트데이에 압력솥 받은 여자는 이 세상에서
나밖에 없을 거라고 찍는 소릴 해도 기억에 남아서 좋지 않냐고
화이트데이는 우리부부만의 스타일로 즐기잔다.
압력솥을 박스에 다시 담으며 싼 초콜렛이라도 하나 사 줬으면
왠지 덜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 깨달음이 여자로 태어났으면 살림을 잘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말참견도 많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벌레도 잘 못 잡고, 울기도 잘하고, 하는 짓도 여자같을 때가 많고,,,,
이렇게 살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보면
전생에 여자였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력솥 붙잡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화이트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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