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 말고 얘기 해...아침부터 뭔 일이야..]
[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않아?,,,]
전화 속에서 숨을 몰아쉬는 후배의
소리가 들렸다.
[ 누구보다 내 아픔을 알고 지냈고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알고 있고
함께 울고 아파해놓고 그럴수 있냐고,,,,]
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언니,,,인간이 무섭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걸 처음 알았어...
아픈 곳을, 슬픈 상처를 그렇게 막 멋대로
건드리면 안 되잖아...
세상 사람 다 나에게 손가락짓을 해도
그 애만큼은, 그애는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이번엔 한참을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으면 등이라도 다독거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작년에 일본에 놀러왔던 그 친척 말하지?
음,,그 친구를 니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는가 보네...]
[ 아니,,좋아하고 안 좋아하고가 아니라 정말 힘들때,,
같이 고생하고,,같이 울고,,,
같이 아파하고 그랬단 말이야..
근데...내 아픈 곳을,그렇게 파해칠수가 있어... ]
산다는 게 참,,,허망한 생각도 들고,,,
뭐랄까,,상실감이 너무 커...
인간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도
그렇고,,,참,,,사람이 무섭다는 말이 이런 건가봐..
사람이 싫어지네...이런 모습을 갖고 있다는자체가
너무 싫어... ]
후배는 동갑내기 친척이 있었다.
친구처럼 어릴적 함께 성장을 했었고
중,고등학교 때도 단짝처럼 지냈는데
대학을 가면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더니
어릴적 친적집에서 신세졌던 상황이며
가난에 허덕여서 힘들었던
그 시절을 비꼬면서 못쓸 소릴 했다고 한다.
부모님까지 거들먹거리며 후배의 아픈 곳을
숨기고 싶은 것들, 감추고 싶은 시간들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모욕했다고 한다.
[ 언니,,,그 애도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겠지.....
그래서 나한테 그랬겠지.. 나보다 힘들어서 그랬겠지.]
원래가 초긍정모드인 후배도 이번 일만큼은
바로 일어서기가 힘든 모양이였지만
역시나 상대편에 서서 입장을 고려하려는 모습에
후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00야,,,많이 아파하지마,,,
무리하게 상대를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냥,,그 친구와는 그 정도였구나하고 생각해,,
그리고 너 나한테 맨날 이렇게 얘기했잖아...
상처를 준 사람이 아픈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길 기다리지 말고
그냥 스스로 발라서 상처를 낫게 하라고,,,
그래야 빨리 낫고 금방 털어낼수 있다고,,]
후배가 내게 해 줬던말을 그대로 해 주었다.
그 때서야 피식 웃는 후배...
[ 시간내서 집에 한 번 들러 김치 가져 가!]
[ 알았어...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후배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좀처럼 울지 않는 애인데...너무 해맑아서
깨달음도 후배를 만나면 알 수 없는 기운이 솟는다고
할만큼 긍정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던 애인데..
많이, 아주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도움되는 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계속들어 침대 모서리에 올려놓은 책을
꺼내 읽었다.
[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요.
그 마지막 말이 좋았던 시절의 기억마저도
모두 불태워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변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어도
추억은 그래도 남겨둬야 하잖아요.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하게 되면 상대방 역시
아픈 마지막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혜민스님은 어쩜 이렇게도 명언만을 남기실까...
말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이며
말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하셨을까.....
사물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사고가
너무도 남다른 [깨우침]이
뼈 마디마디에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후배에게 다시 카톡을 했다.
오전과는 다르게 많이 밝아져있었다.
오늘도 그 친척에게 카톡이 와서는
아픈소릴했었고 자기도 모르게 하마터면 욕할 뻔했지만
꾹꾹 참았다는 후배...
너무 착해도,,너무 참고만 있어도 안 된다고
퍼붓고 싶을 땐 그냥 퍼부어 버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했더니
막가파처럼 막말을 하는 사람과 자기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싫고,
그러면 그 애 얼굴을 영영 못 볼 수 없기에
그러고 싶지 않단다.
[ ..................... ]
혜민스님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나름 뭔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많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였다.
후배는 끝까지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고
하려하지 않았다.
난, 오늘도 후배에게 많은 걸 배웠다.
나도 모르게 모진 말, 거친 말, 마지막 말을
뱉고 살진 않았는지...조용히 뒤돌아본다.
말은 [인격]이라고 한다.
한마디 한마디에 그 사람의 생각이 녹아있기에
그의 품성과 인성을 엿볼 수 있다.
말로 받은 상처이기에 기억에 오래가고
아픔의 깊이가 좀처럼 메어지지 않기에
[ 마지막 말]을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참아하는 게[ 마지막 말]이였다.
뱉고 나면 함께 했던 좋은 시간마져
사라져 버리니까....
[마지막 말]..그래서도 참아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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