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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해외에서의 삶이 주는 스트레스

by 일본의 케이 2018. 3. 17.

특별히 이상증상이 보인 건 아니였다.

입맛이 조금 없었고,,속이 울렁거리는 건

꽃가루 알러지 약을 복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5년전부터 알러지가 심해 매해 이만 때면 

아침, 저녁으로 약을 복용해야했는데

이상하게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위카메라(내시경)를 하게 되었고

깨달음도 함께 동행해 주었다.


원장님과 상담을 하고 처치실에 들어가

마취제를 맞은 것까지 기억이 있고

눈을 떴을 때 머리 맡에 벨이 놓여져 있어서

그걸 눌렸다.

[ 벌써 일어나셨어요? 너무 빠른데, 괜찮으세요? 

대단하시네..아직 15분도 안 지났는데..]

간호사가 아주 놀란 눈을 하고 자꾸만

괜찮냐고 물었다.

약간 멍한 느낌은 있었지만 원장실에 들어갔더니

깨달음이 원장님과 뭔가 열심히 얘길 하고 있었다.


[ 벌써 일어나셨어요? ]

좀전의 간호사와 같이 신기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는 원장님과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 있는 깨달음이 있었다.  

[ 오늘 저희가 사용한 마취제는 마취제라기 

보다는 신경안정제에 가까운 약간의 졸림을 

유발하는 아주 약하긴 한데, 대부분 적어도 30분,

길게는 1시간정도 잠이 들어 누워계시는데..

너무 빨리 일어나셨네..10분밖에 안 지났는데...

역시,,상당히 스트레스가 있으시네요..실은 

남편분께도 얘길 했는데,,위카메라 검사할 때

몸이 아주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지고 계시분들에게

보여지는 특징입니다..

남편분께 여쭤봤더니 스트레스의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해외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은데..지금 몇 년 되셨다고 했죠? ]

[ 17년째입니다..그래도 저,,그렇게

스트레스 안 받고 있는데..]

[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몸에서 그대로 나타났어요..

신경을 바짝 세우고 사시는 것 같아요..

너무 민감하세요..마취가 안 들을 정도로..

그리고,위 상태를 보면 취침중에도 위액이 계속

 분비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울렁거림이 있었던 것이고,..요즘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일이 있으세요? ]

[ 아니요,,특별히 없는데요...]

[ 마음으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생각되는 게

몸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나 계기들이 일상에 있을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위액 분비가 심하지

않거든요..즉 24시간 신경이 바짝 서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원장님이 건네준 처방전을 받고 나오는데

깨달음이 또 슬픈 눈으로 쳐다본다.



우리 병원을 나와 가까운 소바집에 앉았다.

내일까지는 부드러운 죽종류를 먹어야해서

난 부들부들한 계란찜을 깨달음은

소바정식을 먹으며 둘이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이 흘렀다. 

[ 나 스트레스 별로 없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든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애 ] 

내가 말을 걸었지만 깨달음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소바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한 식사를 마친 후 깨달음이 

차를 마시자고 커피숍으로 이끈다.

[ 당신, 어떻게 하고 싶어? 

아니, 내가 어떻게 해줄까? ]

[ 왜 그래.. 나 괜찮아,,]

[ 해외에서의 삶이 당신에게 그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줄 거라 생각을 못했어..솔직히,

원장님이랑 얘길 했는데...처음 봤대....

당신같은 사람,,보통사람의 세배, 네배 신경이

예민해서 몸이 많이 피곤하고 지친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 아니야,,지난번 건강진단에는 

특별한 이상 없었잖아 ]

[ 난,,좀 쇼크였어..당신이 모든 신경 안테나를

세운 채 지금껏 여기서 살아왔다는 게...]

[ 이곳이 해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래

예민하게 태어난 것 뿐이야,,,,]

[ 남에게 절대로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100%완벽하게

하려고 하니까 몸이 더 힘든 거 아니야? ]

[ 내 성격이 내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건 있지..

그건 인정하는데 난 한국 가도 마찬가지일거야 ]

[ 그래도 자기 나라에서 살면 해외이기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겠지,한국으로 먼저 가 있을거야? ]

[ 아니라니깐,,나 괜찮아,,,] 


처음 일본땅을 밟고 일본어 학교를 시작으로

거의 10년 가까이 공부와 연구하는데 열심이였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까탈스러움도

내 성격과 많이 맞았고, 이성적인 면도

 내가 지향하던 스타일이였다.

먼저 일본어 공부를 죽도록 했던 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들에게 한치도

틀림없이 전달하고 싶어서 밤을 새워 했었고

논문을 쓸 때는 같은 일본인 친구보다 월등히

좋은 내용으로 해야만이 내가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몇 배로 더 많은 연구를 해야했다. 

그래야만이 내 욕심에 찼다.

그렇게 사회에 나와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잔소리나 뒷말이 나오지 않게

철저하게 일처리를 해야만이 내 마음이 편했다.

내 나라를 떠나면 그곳이 어디든 외국인이라는

타트라인이 있어서 내국인와 같은 대우와

 인정을 받기가 그리 쉽지 않고 그래서도 더더욱

 그들보다 앞서가야했다. 그랬기에 더 치열하게 

살았던 것 뿐이고,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기에 지금껏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원장님 말씀대로라면 그 모든게

 스트레스였다는 것이다..만약,,이곳이 일본이

 아닌 아메리카나 유럽이였으면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가 일본이여서..일본인에게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꽤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

그랬다..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유능하고,

내가 더 실력있음을 항상 보여주고

확인시키고 납득시켜야만이 직성이 풀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일들이였는지 모른다.

하지만,,그런 부질 없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으니

몸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주위에는 해외거주자나 이민자들이 부럽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터전을 잡고 인정받으며 사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보이지 않는 노력과 피와 땀, 눈물을 

흘리 하루 하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내 나라가 아니기에,

단순히 내 나라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어찌보면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들이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갖고 

쉬어가는 시간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나부터도.,,,,그래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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