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기항지 가고시마(鹿児島)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발코니에 아파 보이는 갈매기? 가
힘없이 누워있었다. 내가 물을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면서 깨달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무서워서 가까이
못 가겠다며 룸 서비스맨을 불렀다.
그가 다가가자 물려고 사납게 대들어
머뭇거리길래 내가 얼른 수건을 건네자
눈을 가리고 조심히 데리고 갔다.
[ 뭐지? 왜 우리 발코니에 와서 쉬고 있었을까?
힘이 부쳤나.. 다친 곳은 없어 보였어..]
다리를 고쳐줬으면 복을 받을 수 있을 텐데라고
했더니 흥부와 놀부 동화를 모르는 깨달음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桜島)에
유람선을 타서 들어가
섬 전체를 버스로 한 바퀴 돌았다.
사쿠라지마는 2000년대 들어 화산활동이
자주 시작되면서 입산금지가 되기도 하는데
2019년엔 연기가 화구로부터 5,500미터까지
상공으로 치솟기도 했다. 화산 분출로 인해
가끔 인명피해가 있긴 하지만 정작 가고시마
사람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단다.
혹 화산이 분출될지 모르니 수건과
마스크를 챙겨 갔는데 34도까지 올라간
늦여름 더위가 사람들을 더 지치게 했다.
점심은 가고시마의 명물인 흑돼지
샤부샤부를 주문하고 깨달음은
흑돼지 돈카스를 전화로 먼저 부탁해
애피타이저 감각으로 먼저 먹었다.
잡냄새도 없이 부드러운 샤부샤부가
내 입엔 맛있었는데 제주도 흑돼지가
가지고 있는 고소함과 풍미가 이 돼지는
덜하다며 깨달음은 별로 먹지 않았다.
크루즈로 돌아와 전용극장에서 선보이는
스페셜 뮤지컬을 보고 18층 나이트로 올라가
술을 한잔씩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부산항 도착, 부산역에서 가까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으로 이동해
깨달음이 전날밤부터 노래를 불렀던
부산의 5대 빵집을 찾아갔다. 주문한 빵이
나왔는데 아주 작게 한입 베어 물고
다시 접시에 올려놓았다.
[ 깨달음, 아껴 먹지 말고 그냥 먹어 ]
[ 아껴 먹는 게 아니라 여기 부산에서
먹을 것들을 생각해 가면서 위에
공간을 만들어 놓는 거야 ]
[ 그러면 몇 가지 사가지고 가면 되잖아 ]
[ 그러고 싶은데.. 벌써 2킬로가 불었어..
크루즈에서 먹고 자고 해서..]
[ 그래도 사,, 언제 또 오겠어 ]
[ 그러네..그럼 조금만 사 가야지 ]
다음은 자갈치 시장을 돌다가 싱싱한 전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간단히 전복이랑 산낙지,
개불, 멍게, 해삼을 조금씩 맛만 보기로 했다.
그리고 건어물시장에서 쥐포를 사려는데
깨달음이 찾는 두툼한 쥐포는 비싸서
팔리지 않아 안 놔둔다고 가는 가게마다
아저씨들이 같은 얘기를 하셔서 그냥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했다.
그리고 돼지국밥을 먹을지 밀면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너무 더우니까 시원한 밀면이
낫지 않겠냐고 결정해 밀면과 만두를
또 깨끗이 비운다음, 망고 팥빙수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 또 먹겠다고 했던 거 뭐 남았어? ]
[ 10 원빵인데 아까 매장에서 파는 거 보니까
별로 맛있게 안 보여서..]
[ 그래도 먹어 봐 ]
[ 아니, 아까 시장에서 도넛이랑 꽈배기
샀으니까 그걸로 만족해, 근데 왜
팥빙수도 코리아타운보다 더 맛있을까?]
[ 당연하지, 본고장인데 ]
[ 역시,, 직접 와서 먹어야 제 맛이야 ]
배로 돌아와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빴던 부산에서의
하루를 뒤돌아봤다.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7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음껏 여기저기 움직일 수 없었다.
[ 어,, 배가 움직인다, 부산을 떠나네..]
[ 응, 좀 아쉽다 ]
[ 벌써 15년 전이었지? 당신 학술 세미나 때
내가 따라왔잖아 ]
[ 아,, 그러네..]
정말,,15년 전인가,, 싶다.. 내가 학회
전시 세미나가 있어 부산에 올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깨달음도 동행을 했었다.
[ 그 때 왔던 부산하고는 너무 달라서
진짜 놀랐어. 3박 4일, 아니 일주일은 있어야
새로운 건축물도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
[ 정말 새로운 건물들이 많더라 ]
[ 해운대 갈 걸 그랬어. 거기서 야끼니쿠(焼肉)
먹으면서 옛 추억을 되새겼을 텐데..]
[ 시간이 애매했잖아,,]
[ 해운대 조선비치호텔은 그대로일까?]
[ 그대로겠지..]
다음에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게 좋겠다며 우린 밤이 깊어갈 때까지
15년 전, 부산에서 보냈던 3박 4일의 시간을
되돌려보며 웃다가 떠들기를 반복했다.
그때 함께 갔던 고깃집, 커피숍, 백반집,
국밥집, 해물탕집, 볼링장은
아마 없어졌을 게다.
[ 그때는 우리 서로 결혼 같은 건
생각조차 안 했었지 ]
[ 맞아,, 전혀 그런 생각자체가 없었지..]
그 당시, 남과 여로 만났던 우리가 이젠
아내와 남편이 되어 부산을 찾았다.
15년전의 기억과 추억들을 되돌아보기엔
너무 짧은 체류시간이어서 안타까웠지만
둘이서 함께 다시 찾은 부산은
여전히 포근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우린 다시 꼭 오자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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