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이 내가 들어가자 바로 우리가
늘 앉는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 저, 오늘 혼자니까 카운터로 앉을게요 ]
[ 아,,그러세요, 그럼 여기로 ]
[ 남편은 오늘 송년회가 있어서..]
늘 깨달음과 함께 왔던 소바집인데
혼자 온 게 처음이고 왠지 어색해서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인 이유를 말했다.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
적당히 꼬치요리를 주문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좀 살펴보고
카톡, 인스타까지 훑어보다 다시
카톡으로 그리고 어제 저녁 친구와 나눈
긴 메시지들을 꼼꼼히 다시 읽고
오전 중에 통화했던 내용들도 다시 떠올렸다.
[ 케이야, 너 감기 걸렸어? ]
[ 아니..]
[ 근데, 왜 코목소리 나? ]
[ 지난달에 코로나 걸렸는데 후유증인가 봐.
후각마비는 거의 풀렸는데 코 맹맹한
소리가 계속 나,,]
[ 어머, 그랬구나, 나도 코로나 걸려서
죽을 뻔했거든, 백신도 부작용으로
죽을뻔하고,, 병원에서 뭐래? ]
[ 다 나았대.. 맹맹한 소리도 시간이 가면
좋아질 거래.. 코에 문제는 없으니까. ]
[ 그럼 다행이네.. 진짜 코로나가 무서워,,
일반 감기하고는 차원이 다르거든..]
그렇게 병원 얘기를 한참 했던 것 같다.
[ 케이야? 입금 확인했지? ]
[ 응, 수고했어. 갚느라 ]
[ 당연하지. 그때 생각하면 진짜,,
니가 안 보내줬으면 정말 답이 없었거든 ]
매달, 100만 원씩, 2년 6개월을 착실히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갚아야 할
채무액을 모두 변제했다.
[ 케이야,, 나 그날,, 정말 힘들었었어..]
[ 알아, 오죽하면 나한테 연락했겠냐 ]
그날,, 그녀는 그렇게 돈을 구하려고
아침부터 여기저기 전화하고 은행에서
혹시 대출되나 돌아다녔단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아무리 해도
구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나한테 부탁을 했던 거라고 했다,
[ 케이야,, 내 말 이상하게 듣지 말고
그냥 지금 다 갚았으니
내 넋두리라 생각하고 들어 줘 ]
[ 그래., ]
그날, 나와 통화를 하고 끊자마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돈이 입금된 걸 확인하고는
고마움과 함께 갑자기
자괴감이 밀려왔다는 친구,
자기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그렇게 발버둥 치며
돈을 구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구하지 못해 자신의 무능력과 한계 같은 걸
느꼈는데 친구한테 전화 한 통하니까
구제주처럼 바로 1분 만에 그 돈을 바로
보내주는 재력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지금껏 자신은 돈 3천만원도 바로
융통할 수 없는 처치가 한심스러웠단다..
[ 3억도 아니고, 3천이 없어서,, 내가
그날 얼마나 팔방으로 돌아다녔는지..]
[ 야,,, 왜 그래.. 그러지 마, 주식이랑 뭐가
묶어놓은 게 안 풀리고 그랬다면서,
그래서 그날은못 구한 거였잖아,,
왜 자학을 하고 그래..]
[ 아니야, 그냥,, 그날은 자꾸만 초라하고
그랬어. 50이 넘도록 난 뭘 했나,,
왜 이렇게도 가진 게 없나 싶기도 하고,,
[ 야, 그만해.. 다 갚았으니까 됐어..,,]
[ 그래도 내 친구 중에 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보내줬잖아.
그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하고 있어.
우리 남편도 널 구세주라고 부른다 ]
[ 그만해.. 친구야 ]
3년 전, 메시지까지 쭈욱 올라가 보는데
그녀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 시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는 재혼커플로 둘 다 이혼을 하며
모든 걸 날리고 빈주먹으로 시작을 했다.
그래서 자리 잡는데 꽤나 힘들어했고
생각한 대로 사업이 쉽게
잘 풀리지는 않았다.
[ 돈이.. 없을 때는 정말 단 돈 백만원도
아니 십만원도 없을 때가 있더라]
[ 그래.. 원래 돈이란 게 그러잖아,]
[ 니 덕분에 내가 남편 안 미워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 ]
[ 다행이다 ]
우린 돈이 웬수지 사람이 웬수겠냐면서
함께 웃었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돈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은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가난은 사람의 본성을 시험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 한다.
또한 가난한 마음은 모든 것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가난은 주머니가 가난한 게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것이라고 한다.
친구가 2년 6개월 전, 나에게 돈을
빌리며 느꼈던 그 자괴감의 무게를
나 역시도 채무자 입장이였던 적이
있었기에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친구에게 빌려야하는
불편하고 자존심 상했을 그 심정까지..
코로나 때문에 하고 있던 사업이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단 한 번도 입금날을
어기지 않고 착실히 변제한
친구에게 내가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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