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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모두가 위대하다.

by 일본의 케이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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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깨달음과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여동생이 여러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조카 태호(가명)가 군대를 갔다.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군에 간

 태호가 한 달이 지나 수료식이 있었다. 

훈련소에 들어가 몸살감기에 걸려

힘들었다는데 태호뿐만이 아니라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훈련생들도 거의 

모두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 5살이던 태현이가 

일본에 놀러 와 처음으로 깨달음을 만난 날,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다.

아빠와 삼촌 외에 남자들을 좋아하지 않던

태호가 깨달음 무릎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걸보고 

 동생이 아주 의아해  했었다.

그 이후로도 전화를 하게 되면

대화가 안 통해도 꼭 깨달음과 통화를

하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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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네는 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몇 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해 겨울 일본어와 영어가 섞인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왔다.

지금도 태호는 깨달음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이모부라는 호칭이 낯설어서인지

어릴 적 불렀던 사장님이 정감이 간단다.

우리가 한국에 가면 늘 깨달음 옆에

붙어서 장난을 치고 같이 과자를 

나눠먹기도 하고 책을 읽고 했던

그 꼬마 태호가 군대를 갔다.

 

[ 깨달음,, 태호가 수료식이 있었대 ]

[ 그래? 벌써 한 달이 지났어? 고생했네.

군생활은 어디서 하는 거야? ]

[ 그건 아직 결정 안 됐는데 곧 

배정받나 봐,,]

[ 추운 곳이 아닌 곳에 배정되야 될 텐데..]

[ 그러게..,,]

동생이 보내준 훈련소 사진을 보여줬더니

얼굴이 완전 어른 됐다면서 사진을 보니까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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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던 깨달음이 

태호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공부하느라 도통 한국에 들어가도

얼굴 보기가 힘들었는데 군복을 입어서인지

이렇게 멋진 남자로 변했다고

 자기 어깨 주물러주고 자기랑 서로

간지럼 태우던  그 꼬마가 벌써 군인이라는 게

사진을 보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는단다.

 

[ 근데.. 한국 남자들은 정말 대단해..

귀한 자신의 시간을 1년 넘게 나라를

위해 바치다니.. 아무리 의무라고 해도

일본인은 못 할 거야,, 아니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반발이 심해서 순조롭지 않을 걸..  ]

깨달음은 한국 남자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건 군대 덕분에 갖춰지게 된

특유의 남성미가 있어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동생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는 아들과의 관계가 

서로에게 좀 더 성숙해지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애써 태연하게 말했지만 

얼마나 마음 한편이 스산하고

시려올까 감히 상상이 되질 않았다.

[ 깨달음,, 나,,, 자꾸 눈물이 나지? ]

[ 사진 그만 봐,, 잘할 거야,, 근데,. 지금

군인들이 무슨 노래 부르는 거야? ]

[ 부모님 은혜라는 노래가 있어..]

[ 아,, 그래.. 태호는 어딜 가나 이쁨 받는

스타일이니까 잘해 낼 거야,, 그리고

군대 가면 정말 어른이 돼서 나오겠지? ]

[ 그러겠지.. 그래도, 왠지.. 마음이 시려...]

[ 이모인 당신이 그런 마음인데 부모는

오죽하겠어. 아들을 군대 보내는

모든 부모가 어찌 보면 가장 위대하지..]

 [ 그 말이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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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에서 외국인 취급을 당한 이유

난 재래시장을 참 좋아한다. 20대에도 마음이 심란하고 사는 게 무언지 갈피를 못 잡을 때면 자연스레 재래시장으로 발길이 옮겨갔다. 그곳에 가면 농, 수산물을 펼쳐놓고 목청 높여가며 땀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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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가 입대한다는 소식을 듣기만 해도

괜스레 눈물이 흘러나오던데 부모인

동생네는 제대하는 날까지 얼마나

마음을 조리며 아들을 기다릴까..

부모 눈에는 여전히 어리고 철부지로 보이는 

자식을 나라를 위해 잠시 맡기는 그 심정을

무자식인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태호가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를 하는 것뿐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아파오는 건 조카 사랑이 

넘치는 이모의 오지랖일 게다.

 

이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깨달음 친구인 타무라 상(田村) 에게 김치를 보낸 건 한 달 전이였다. 늘 그렇듯,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일본인 지인들에게 김치를 보내는 것도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연일 3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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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낳아, 대한의 아들로 군복무를 하는 게

결코 당연한 게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음에 모든 장병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나라에 맡긴

위대한 부모님들에게 더더욱 감사를

드려야 될 것 같다.

모든 장병들이 무사히 군복무를

잘 마칠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난 또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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