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매운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애리짱은
김치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은 1년에 한번씩 꼭 여름휴가에
일주일간의 여유로운 한국행을 다녀오곤 한다.
주로 먹방을 위주로 하는 여행이다보니
해년마다 살이 찐다며 불만을 토해낸다.
[ 몇 년만이지? ]
[ 작년? 아니,,재작년인가? ]
[ 3년전인 것 같은데..우리 너무 오랜만이다 ]
[ 근데, 정말, 좀 살이 찐 것 같네...]
[ 하지마,,깻잎김치때문에
젓가락이 멈추질 않아 미치겠어..]
[ 그렇게 맛있어? ]
[ 깻잎김치랑 깻잎장아찌가 있잖아,,
그게 먹어도 먹어도 안 질려,,]
칼칼한 태국요리를 몇가지
주문하고 우린 건배를 했다.
이번 서울에서는 유명하다는
떡볶이와 양념통닭집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양념통닭을 매운 칠리소스에 찍어
먹었던 게 너무 맛있었고, 떡볶이는 가게마다
떡의 식감이 다른게 신기했단다.
개인적으로는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파는
포장마차 떡볶이가 입맛에 딱 맞아서
지난주에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길거리 떡볶이를
먹으러 다녔다고 한다.
[아, 그것보다 케이짱, 좋은 소식 있어~
2년에 한국에서 만난 남자랑 잘하면
나 결혼 할 것 같애.. 재혼,,]
[ 느닷없이 무슨 소리야? 난 처음 듣는 얘긴데 ]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2년전 한국행 비행기에서
옆좌석에 있던 한국인 남자가 일본어 공부를
하길래 말을 걸게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한국에서 2일을 그 남자가
가이드를 해줬고, 그 뒤로 계속해서
연락을 하다가 이번 연휴 때 또 만났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는 것이였다.
애리짱은 목이 타는지 맥주를 또 한 병 주문했다.
[ 같이 살고 싶다는 거야? 일본에서? ]
[ 응, 내가 그 친구한테 일본 오라고 그랬어
내 가게에서 같이 일도 배우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내가 키울려고,,ㅎㅎㅎㅎ]
자기가 말을 해놓고도 웃겼는지 입을 틀어 막고
계속해서 웃었다.
[ 키울만큼 좋았어? ]
[ 응,,날마다 날 설레이게 하는 뭔가가 있어.
아마 외국인을 내가 처음 사귀여서
신선한 것도 있을 것이고,,한국 남자들
특유의 친절함에 내가 홀린 것 같애..]
애리짱은 돌싱이다, 아직 마흔 초반이며
직업은 맛사지숍을 운영한다.
[ 뭐가 그렇게 애리짱을 홀리게 했을까,..]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상세히
그 남친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한국에서 중화요리집을 처음 가봤는데
내 짜장면을 비벼 줬어... ]
[ 애리짱이 못하니까 그랬겠지...]
[ 보통,,못한다고 해도,,파스타를 남친이 대신
비벼주거나 그러지 않잖아,,,
너무 친절하지 않아? ]
[ ................................... ]
[ 그리고,,비 오는 날, 날 업어 줬어...]
[ 웅덩이 같은 게 있었어? ]
[ 아니,,우산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나보고 업히라고 했어...그래서 난 우산을
들고 그 남자 등에 업혔는데 너무 행복했어...]
[ 대낮이였어? ]
[ 아니,,해질 무렵 저녁이였어..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창피했는데
그 남자가 괜찮다고 업히라고 그래서,,업혔어..]
이 얘길 할 때, 마치 그 때를 회상하는 것처럼
애리짱 눈이 희물희물 몽롱했다.
[ 케이짱, 무슨 영화의 한장면 같지 않아?
난,,정말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 했어..
완전 공주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 ............................... ]
[ 케이짱, 다른 한국 남자들도 그래? ]
[ 몰라,,,]
[ 그리고 내가 뜨거운 거 못 먹잖아,,
뭐든지 호호 불어 준다,,,진짜 섬세하지?
내 가방도 다 들어주고,, ]
[ .................................. ]
쌍거플이 귀엽게 된 눈을 깜빡거리며
얼굴을 내쪽으로 가깝게 들이대면서
내게 동의를 구하는 듯 했지만 난 냉정히
궁금한 걸 묻고 말았다.
[ 근데,,그 남자 직업이 없다며,,,
나이도 더 어리고,,]
[ 그런게 무슨 소용이야~내가 능력이 있는데..
4살차이니까 별로 어리지도 않아,
어려도 얼마나 어른스러운데 나랑 같이 있으면
완전히 아빠처럼 자상하고, 속도 넓고
항상 내편에 서서 이해해주고 그래~]
[ ................................ ]
물어보면 물어볼 수록 그녀는
더 당당하게 남친을 커버했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녀는 그동안 그 남친과 있었던 일을 털어
놓느라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남친의 매력을 내게 어필했다.
[ 자기 친구들, 선배들 있을 때도 날 챙겨줘,
일본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특히
더 차갑게 하거나 무관심이잖아,사람들 의식해서..
근데 이 친구는 행여나 내가 불편해 할까봐
알뜰히 보살펴주고 챙겨줬어...
그날, 그날 뭘 한 건지 계획 세워 와서는
날마다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
뭔가를 결정하는데 막무가내가 아닌
나를 배려하면서 장소를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게 너무 능숙했고 편했어 ]
[ 배려하면 일본남자가 많지 않아? ..]
[ 그건 배려가 아니라 우유부단한 거야,,
남자가 여자를 좀 리드도 하면서
배려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뭐든지
서로 양보하고 자기 기분은 감추면서
사양하고 그러는 것은 난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
애정 표현도 진짜 안 하잖아,,일본남자는...]
[ 애리짱, 정말, 재혼까지 생각해? ]
[ 응,,내가 검색해 봤는데 한일커플 중에
한국여자와 일본남자보다는 일본여자와
한국남자가 제일 궁합이 잘 맞다고 나왔더라구
이혼율도 낮고,,,]
이 후로도 애리짱은 한국인 남친에 대한
매력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한시간 이상 얘길 했다.
[ 한국 남자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좋아하는지 말로 표현하고 글로도
표현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주잖아,,
여자가 느낄수 있게....
그런 확실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게 믿음이
가서 너무 좋았어. 물론, 세세한 애정표현이나
배려, 이벤트도 좋지만
날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항상
느끼게 해줘서 너무 행복했어..
마치 꽃에 사랑이라는 물을 주는 것처럼
더 예쁘게, 더 아름답게 날 만들어 줬어...]
[ ............................ ]
사랑에 빠진 애리짱이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빠르면 내년 초에 남친이 일본으로 올 것이며
그러면 정식으로 애리짱 부모님께도
소개를 할 예정이란다.
애리짱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
한국인 남자를 사귀는 일본인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게 바로
드라마속 주인공이나 공주가 된 것 같은,
오롯이 그녀만을 위한, 그녀만을 향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고 다들 말한다.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성실하게
보이고, 아낌없는 애정표현,
그리고 남자로써 여자를 보호하고
리드하는 모습에서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애리짱 말처럼 한국여자와 일본남자보다는
일본여자와 한국남자 커플이 좀 더
잘 어울리고 오랜시간 행복하다는
조사결과도 사실이다. 조금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녀는 사랑이라는 최면에 빠진듯
아주 행복하게 보였다.
애리짱이 지금처럼 좋은 사랑,
행복한 사랑을 곱게 곱게 잘 키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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