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
네명이서 건배를 했다. 7년전,
내 결혼식에 참석했던 후배와 그 여동생이
이번에 다시 도쿄를 찾은 것이다.
결혼식 이후, 이렇게 4명이서 술잔을
기울리는 것도 역시 7년만이였다.
그 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자잘한 사건, 사고들을
시작으로 여행, 갱년기와 건강 등등,,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보니
와인을 두 병째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미혼인 동생분을 앞에 두고
결혼이란 얘기가 나와 각자의 생각들이 오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결혼이지만
결혼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나는
그간의 결혼생활 체험담?을 먼저 얘기했다.
[ 일단, 결혼을 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거야
정말 현실이라고,,이혼하는 커플이
주변에 참 많이 있지만 이혼이 쉬운 게 아니고,,
아무튼, 결혼은 하는 순간 후회가 먼저 들어~
특히,,여자에겐...남자는 좋을지 몰라도..
난,,그렇게 생각해~]
내가 이렇게 말문을 트자 깨달음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받아쳤다.
[ 왜 결혼을 못하게 해~, 당신은 좀 특이한
사람이여서 그러겠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잖아, 그게 순리야,
근데, 왜 결혼을 안 좋은 쪽으로만 몰고 가~
일단, 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면 되는 거잖아~
결혼을 해보지 않고서는 이게 좋다,
나쁘다 판단 할 수 없는거야,
그니까 일단 해봐야 된다니까!! ]
[ 헤어지는 게 쉽냐고? 그게 쉬운게 아니야 ]
[ 그럼, 아닌 사람과 계속 같이 살아?결혼해서
아니다 싶으면 그냥 이혼하면 되는 거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결혼을 하기도 전에
이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자체가 문제지~
일단, 결혼은 하는 거야~]
점점 깨달음과 나는 와인 마시는 속도가
빨라졌고 후배와 동생분은 이런 우리들 얘기를
나지막히 웃으며 들어줬다.
[ 그니까 애초부터 결혼이라는 자체를 나는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니까,,
괜히 결혼해서 머리 아프게 살지 말고,,,
역시, 당신은 남자여서 그렇게 말하겠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쉬운게 아니야~ ]
[ 아니야,,당신은 좀 특이한 사람이여서 그래]
[ ........................]
항상 [결혼]을 주제로 얘기가 시작되면
깨달음과 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데 이날 역시도 우린 정반대의
자기 주장을 계속해서 펼쳤다.
[ 결혼이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이 있다니깐,
내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남자들도 막상
결혼해보니까 삶이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즉, 혼자사는 게 편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누구와 공동생활을 하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그러지 않아도 혼자
잘 사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당신한테 내가 말했듯이, 나처럼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어떤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근데 결혼을 하면 그게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불편함을 그대로 갖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 그니까, 결혼을 해 봐야지 불편하지
어쩐지 알 거 아니야~, 그래서 결혼을
해 보라는 거야, 안 해보면 어떻게 알아? ]
[ 결혼이 아닌 동거라면 당신 말처럼
체질에 안 맞으면 헤어지고 그러면 되지만
결혼은 그런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동거를 권할 것도 웃기도,,,,
내가 동거를 해봤다면 절대로, 절대로
결혼 같은 건 안 했을 거야!! ]
[ 결혼 자체에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질 필요가
뭐가 있어? 아니면 끝내면 되는 거라니깐 ]
[ ........................ ]
[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요즘 세상엔
혼자 살기 편한데 굳이 왜 결혼을 권하냐고~
단, 아빠, 엄마로 행복한 가정 속에서
자식을 낳고 싶다면, 아니
정말 이 남자의 아이를 낳고 싶다라던가,
이 여자에게서 자신의 자식을 낳게 하고
싶다라든가 하는 그런 강한 애정? 애착이
있다면 해도 된다고 결혼을 권하지만
그 외에는 후회가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어~]
[ 아이를 낳든, 안 낳든 결혼은 하는 게 좋아,
꼭 무슨 사명감으로, 아니면 사랑에 눈이 멀어서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좋아서, 그냥 함께 있고 싶어서 하는 거야,,
그러다보면 아이를 낳고,,,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거야,,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같이 있고 싶은 것만큼 중요한 게 뭐가 있어? ]
[ 결혼 안 해도 서로가 즐겁게 살 수 있는데
굳이 복잡하게 결혼이라는 굴레 속에
들어 올 필요가 없다는 거지~]
내 얘기가 끝나자 깨달음이 두 자매를 향해
케이에게는 결혼상담을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는 얘기들을 좀 더 나누다
집에 온 우리 4명는 맥주를 한 잔씩 또 마셨다.
후배가 가져온 선물을 풀자 박0스를
끌어 안고 너무 행복해했다.
후배들이 가고 깨달음이 박0스를 한 병
마시며 진지하게 물었다.
[ 당신은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나는 결혼해서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당신은
나와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힘들어? ]
[ 아니야,,내가 몇 번 얘기했잖아,,
당신이여서 힘든게 아니라 내가 특이체질인지라
나 아닌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지..그래서 나같은 체질은
결혼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거지...
상대도 피곤하니까.,,,]
[ 당신은 행복하지 않아? ]
[ 행복해..어찌보면 행복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고 봐야지.현실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행복이란게 자기 만족이잖아,,,]
[ 만족한다는 거야? ]
[ 응]
[ 그럼, 당신도 이제부터는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게 좋지 않아? ]
[ 알았어, 막상 결혼해 보니까 의외로 즐겁고
재밌다고 하는 사람도 내 주변에 많아,,
이제부터 결혼해서 좋은 점, 결혼해서
행복한 것들을 위주로 얘기 할게 ]
희망적인 얘기로 마무리를 하고 나서야
깨달음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늘 이렇게 결혼에 대해 좋은 얘길 안 했더니
어느날 내 친구가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좋은 점이라면 결혼을 통해 내 스스로가
참어른으로 성장해 갈 수 있었던 것이였다.
사고의 폭도 달라졌고 문제의 해결방식도
새롭게 변할 수 있었다.
상대가 깨달음이였기에 가능했고
내가 바뀔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에게 참 많이 감사한다.
결혼이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 같다.
결혼으로 인해 따라오는 삶의 무게와
독신의 삶에서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
그 어느쪽도 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할 몫이다.
그걸 함께 나눌 것인지 혼자 이겨낼
것인지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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