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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요즘 일본에서 급증하는 가면부부

by 일본의 케이 2018. 5. 18.

하루짱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할 얘기가 많았지만

일단 식사를 하기위해 하루짱이 추천하는

 우동을 먹으며 그동안의 일들을 쏟아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난 병원다닌 얘기가

전부였고 하루짱은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 나,,이혼했어... ]

[ 진짜? ]

[ 전 남편하고 이혼 성립됐어 ]

무슨 일 있었어? 근데,,그 남편분,,참 

착했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

[ 착했지..사람들 앞에서는,,케이짱하고도

자주 만났으니까.. ]

[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랬잖아 ]

하루짱이 피식 웃었다.

내가 예전에 살던 곳에서 친구가 된 하루짱은

늘 밝고 솔직한 성격이였다.

남편분이 술을 좋아해 깨달음과 함께 만나

술을 마셨던 적도 있고 버스투어를 

부부동반으로 간 적도 있었다.

말 수가 좀 없는 남편분이였지만 유머가 있고

아주 섬세한 부분이 많은 분이라는

느낌이 있어 깨달음이 참 성실하시다며

칭찬했던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우린 본격적으로 얘길 나눴다.

결혼생활 15년을 하면서 결혼 5년이 

지났을 무렵부터 [가면부부]로 살아왔다고 한다. 

남편 직업 특성상 헤어질 수 없어 

그냥 살아왔다고 한다.

우리 부부와 만나고 함께 여행을 갔을 때도

실은 [가면부부]상태였다고 털어 놓았을 때

솔직히 난 쇼크였다.

[ 전혀,난 몰랐어, 정말 보통 부부처럼 보였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이가 좋게 보였는데..]  

[ 둘이서 연기를 잘 한거지, 남편 직장에서도

 아무도 몰랐거든,,]

[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대단하다는 말만 되풀이 되었다.


[가정내 별거]와 닮은 듯하지만 [가면부부]는

전혀 살아가는 방식이 달랐다.

[가정내 별거]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생활을 각자 따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둘이 같이 있는 상황을 거의 만들지 않아

 남들 앞에서 사이가 좋다는 걸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지만 [가면부부]는

 실제로는 다정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다정한 척, 잉꼬부부같은 모습을

연기하다가 둘만 남으면 전혀 다른 태도로

바뀌는 형태라고 한다.

가면부부의 원인은 이혼을 하기에는

사회적분위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녀와 경제적인 문제로 부득이하게 이혼까지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놀래서 아무말 못하는

내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 그동안 힘들지 않았어? ]

[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자꾸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잘 되더라구...]

[ 남편분 직업이 뭐라 그랬지? ]

[ 음,,그건 비밀,,교육계쪽에 있어..]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하루짱은 자기가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몇가지 예를 들어주며 실은 쉽지 않았다고

답답해서 솔직히 말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는

속내를 들려줬다.

[ 부부가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화해아니면 이혼, 또하나의 방법이 바로 

[가면부부]로 살아가는 거야. 화해란 부부가 

각자 가지고 있는 불화의 요인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해결하고

이혼은 부부 자체가 헤어짐으로 불화의 여지를 

없애는 건데 [가면부부]는 그 불화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몰라서 부부에게는 최악이지..

계속 연기를 해야하니까.. ]

하루짱은 자신은 모두에게 완변한 연기를

했지만 주변 친구들은 힘들어서

그냥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혼을 하면 잃은 게 더 많다는 말을 했다. 

나는 어설픈 대답이나 호응을 할 수 없었다.

지금껏 잘 해오다가 이혼을 결심한 것은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더 이상 참아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커피숍을 나오며 하루짱은 제 2의 삶을

 멋지게 살 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2017년, 가정상담센터에서 조사한 앙케이트에서

자신들이 가면부부라고 생각하느냐 (느끼는지)는

 질문에 64%가 전혀라고 답했고 

25%는 가면부부라 생각하다,

11%는 가면부부라고 답을 했다.

 서로가 가면부부임을 인식하고 있는 커플과

부부 중에 한쪽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은 가면부부라 느끼고 있다면 그 커플

 역시도 가면부부에 속한다는 한다.

전문가는 10쌍중 3쌍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결혼의 기본개념과

부부의 정의가 흐트러져가는

 증거라 염려했다. 

가면부부가 되는 징후로는[ 상대의 말 무시하기 ]

 [ 못 본척, 못 들은 척하기]가 첫 단계라고 한다.

그 단계가 넘으면 [마주치지 않기 ]가 되면서

 되도록이면 어디서나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서로 마주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부는

어긋나도록 스케쥴을 조절하고 심지어는

한 집에 살면서도 밥도 따로 해먹고

 대화는 커녕 눈길도 주질 않으면서도 주변에는 

좋은 부부로 보여지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아이러니한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부부의 특징으로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스킨쉽을 거부하며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지면서 

서로에 관한 모든 것을 귀찮아한다고 밝혔다.



인간들이 쓰고 있는 탈은 다양하다.

슬픔을 가리고 싶어서 가장 밝은 탈을 쓰고

나타날 때가 있고,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한 탈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 역시,,결혼생활 중에 가면까지는 아니지만

 거짓 웃음을 지을 때가 있었고,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감추기 위해

 100% 진실을 얘기하지 않기도 했다.

부부로 살아가면서 착한 아내의 가면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가끔은 본의 아니게 좋은 아내로, 

좋은 남편으로 보여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러기에 적절하게 여러 개의 가면으로

그 자리에 다양한 모습으로 서야한다.

그렇게 쓰여지는 가면이 아닌,

소 닭 보듯 살다가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잉꼬부부 행세를 하기 위해 쓰는 가면은

서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가면부부로, 거짓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감히 상상이 되질 않지만

부부라는 게,,둘 만의 일이기에 어느 누구도

깊은 속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상대의 미움도 비난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보여지길

 원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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