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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엄마의 손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19.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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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도쿄의 코리아타운이라 불리우는 

신오쿠보를 갔다. 어디를 갈 건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서인지 깨달음도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

이곳은 여전히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고 치즈핫도그의 인기는 변함없었다.

 새로 생긴 타이완 음료 타피오카 밀크티 가게와

치즈퐁듀처럼 치즈를 가운데 올려놓고 

각종 치킨을 빙 둘러 내놓는 UFO 치킨가게에도

엄청난 줄이 서 있었다. 


[ 진짜, 사람 많다..치즈 핫도그가 아직까지도

인기가 있네. ]

깨달음은 중얼거리면서 한마디했다.

인파속을 빠져나와 한국식품점에서 매운풋고추를

사러 들어갔는데 이곳도 사람들로 북적북적,,

[ 하라주쿠처럼 어린 학생들이 진짜 많다.

완전 신오쿠보 이미지가 바뀌었어..

이젠 아줌마들이 안 보이네...]

그렇게 또 누군가에게 말하듯 혼잣말을

하면서 깨달음은 김치시식코너에 서서

한가지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 깨달음, 뭐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있어?]

[ 집에 만두 없으면 만두 부탁해 ]

[ 알았어 ] 


계산을 마치고 우린 오늘의 목적지인

그 식당으로 향했다.

바로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 선생님의

가게에 가는 것이였다.

난 그 프로를 몰랐었다. 그런데 어느날 후배가

그 프로에 대해 얘기를 하며 해외동포들을 위해

일본에서 며칠간 식당을 오픈하니까

깨달음을 데리고 가보라고 했었고

안타깝게도 난 그 방송날(녹화날)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어 가질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는 꼭 가야겠다는 그런 강한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 프로를 보기 시작했고 

깨달음이 한 번 먹어보고싶다고 하길래

언제 또 일본에 안 오시나 검색을 하다가 이곳 

신오쿠보에 가게를 오픈했다는 어느 한류팬의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게 된 것이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실내는 깔끔하고

김 수미선생님에 젊었을 때 모습들이 벽면에

멋지게 붙어있었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깨달음이 자기는 

한국의 백반집처럼 여러반찬이 기본으로 

딸려 나오는 줄 알았는데 생각하고 조금

 다르다며 메뉴판을 꼼꼼히 더 살피더니만 

기언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 한국에 가면 예를 들어 만원짜리나

 이만원짜리 식사 하나주문하면 나물부터

샐러드, 잡채, 생선, 계란요리, 찌개랑

 다 나오잖아,..,]

[ 깨달음, 여긴 백반집이나 한정식이 아니야]

[ 아, 그렇구나. 나는 그런 스타일의 가게라 

생각했거든, 수미네 반찬이라고 해서 ]

물론 음식을 주문하면 기본 반찬이 나오고

고추무침, 우엉조림, 멸치볶음 등 각종 반찬은 

자기가 먹고 싶은 것으로 따로 골라

150엔-250엔(약 천오백원-이천오백원)정도 

지불하고 주문해서 먹는 시스템이였다.


[ 봐 봐, 김, 나물3종, 잡채,깍두기까지 잘 나오네 ] 

[ 내가 말하는 것은 젓갈도 있고 도라지 나물,

호박나물, 상추 겉절이, 제철 채소로 만든 

여러 반찬들이 많이 나온다는 거야 ]

[ 알아, 무슨 말인지, 그렇게 먹고 싶으면 

 시키면 된다니깐,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반찬을 주문하면 돼 ]  

 [ 아니야,,일단 먹어보고 ]

깨달음은 주로 전라도에서 식사를 많이 해 봤고

 우리 엄마, 언니와 동생이 항상 반찬가짓수가 

많게 진수성찬을 차려줘서인지 

그게 완전 머릿속에 박힌 듯했다.

주문한 해물파전이 나오고 깨달음이 한입 

먹더니 엄지를 척 들어올린다.

[ 맛있지? ]

[ 응, 아주 맛있어 ] 


내가 주문한 갈비탕에 고기덩어리도 두토막이나

 뜯어 먹고 마지막에 나온 골뱅이 무침이

 제일 맛있다며 소면에 비벼 깨끗이 비웠다.

(음식평은 아주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달라? 어때? ]

[ 응, 이건 완전 오머니 맛이 나, 근데

이것은 김수미 선생님이 만든 게 아닌

주방 아줌마가 만든 거잖아 ]

[ 그러긴 하지.수미선생님 손맛을 보고 싶으면 

반찬을 사서 먹으면 된다는 거야, 그리고

레시피는 수미 선생님이 알려주셨겠지 ]

골뱅이 무침이 자기 입맛에 맞았는지 가는 

길에 골뱅이를 좀 사가지고 가잔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쪽(입구)에 갔더니 반찬

 냉장고에 수미선생님 반찬이 가득했다.

내가 먹고 싶었던 반찬을 사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었고, 서울 본사에서 직접 반찬이

만들어져 오기 때문에 배송 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아쉬운 발걸을음 돌려 가게를 나와

 커피숍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깨달음은 자신이 엄마의 손맛이라 느끼는 

반찬이 묵은지볶음이라고 했다.

[ 근데 왜 아까 주문 안 했어? ]

[ 그건 당신도 완벽하게 어머니 맛을

재현하잖아, 그니까 안 시켰지 ]

[ 근데 그거 어디서 먹었지? ]

[ 결혼 초에 광주 갔을 때 어머님이 나한테는 

여러가지 새반찬 해서 주시고는 당신이 

혼자 계실 때 드실라고 해뒀다는

 묵은지볶음을 당신이 먹을 거라며

 냄비에서 좀 덜어왔잖아.

그 때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할 거야]

[ 그랬구나...]

엄마의 손맛이라는 게 그 음식과 함께 했던

추억과 기억속에 자신의 모습이 

묻어나면서 감정이입이 되고 그것이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되는 것 같았다.

노포, 맛집이나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곳에서

먹어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나에겐 맛집이

아닌 것처럼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음식에 담긴 당사자만의 기억들로

비교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맛이 다르고 

엄마의 손맛이란 게 내 엄마가 아니기에

세상의 엄마의 수만큼 기억과 맛이 분명 

다를 수밖에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맛,,그래서도

엄마의 손맛은 나만이 간직하는 맛일 게다.

우리는 단순히 맛이 있고 없고가 아닌 엄마가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주셨다는 기억을

그리워하고 배고파 하는 것 같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요기가 아닌 빈가슴을

 채워주는 그 음식들을 우린 엄마의 손맛, 

집밥이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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