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깨달음이 집에서 만들어주지 않는 메뉴로
골라 온 점심은 오므라이스 정식이였다.
내가 묻기도 전에 자기가 오무라이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딱 한번 밖에
만들어주지 않아서 주문했다고 한다.
[ 잘 했어. 앞으로도 안 만들거야 ]
[ 그럴줄 알고 시킨 거야 ]
[ 많이 먹어 ]
우린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오다이바에 나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결혼 전에는 데이트코스로 야경을 보기위해
찾았던 오다이바가 이젠 집에서 바로
코 앞이니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레인보우브릿지를 보며 차를 마실 때면
지난 시간들이 스치고 지나가 열심히
살아 온 나와 깨달음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피카츄 캐릭터로
장식이 된 스카이덕(수륙양용버스)가
세워져 있었고 깨달음이 한 번 타보자고 했다.
내가 별 관심을 안 보이자 일반 도로와 물 위를
달리는 버스라면서 코스가 어떻게 되는지
매표소에서 물어본다더니 티켓까지
사와서는 무조건 타야된단다.
[ 코스가 어떻게 되는데 ? ]
[ 내년 올림픽에 맞춰서 지금 건설중인
경기장이랑 숙소를 둘러 본다고 그랬어 ]
버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질식할만큼 더워서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더니
가이드분 들어와서는 물을 챙기셨냐고
열사병으로(기온 33도였음) 위험하니
수분섭취를 꼭 하시라는 당부를 했다.
도심을 향해 출발한지 10분쯤 지났을 무렵
바다로 빠지기 위해 들어선 골목에 들어서
탑승자에게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었다.
물보라를 치며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잘 떠서 가는지
약간 의구심이 들어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둘러보고 구명조끼 위치를 확인했다.
깨달음은 꽤 흥분된 모습으로 핸드폰으로
사진 찍으라 바빴다.
가이드가 곳곳에서 건축중인 경기장의
완공일부터 5층짜리 선수촌 아파트가
올림픽 기간이 끝나면 타워맨션으로 증축을
하게 되고 지금도 분양가가 꽤나 비싸다는
설명까지 해주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 바다를 항해한 뒤, 육지로
다시 올라오기 위해서는 바퀴와 몸체에 묻은
바닷물을 깨끗히 씻어내는 시간도 있었다.
그 때 문득 깨달음이 선수촌 아파트를
매입해보고 싶다며 올림픽이 끝나면
내장설비도 새로 할 것이고, 위층으로
증축해서 타워맨션이 되면 매매가가 뛸 것이며
무엇보다 장소(역세권)가 최고로 좋단다.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못들은 척했다.
내년이면 일본생활 20년을 채우게 되는데
슬슬 귀국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무어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직 없지만
난 귀국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자주하고 있었다.
1시간 20분에 좀 긴 시내투어를 하고
쇼핑센터에서 얇은 가디건과 티셔츠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우린 잠시 각자 휴식을 가졌다.
난 내 방에서 여름옷 정리를 했고 깨달음은
언제나처럼 도면을 체크하다가
내게 영어 단어를 몇 개 물었다.
[ 도면에 왠 영어가 적혀있어? ]
[ 응, 호텔 본사에서도 일단 체크 하거든 ]
[ 본사?미국에서? 무슨 호텔인데? ]
[ H000호텔 ]
[ 자기 대단하다,,비즈니스 호텔만 하는 줄
알았는데.. ]
[ 리조트, 비즈니스, 캡슐호텔, 특급호텔까지
아니 호텔이 아닌 모든 건축물은 다 하지~]
[ 멋있다,,깨달음..]
멋있다는 내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엉덩이를
내쪽으로 한번 실룩거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저녁은 꼬마김밥과 떡국 떡으로 만든
떡볶기를 준비했다.
[ 떡이 많으니까 여러가지 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아직 많이 남았지? ]
[ 응,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며 말해, 뭐든지
만들어 줄게 ]
[ 그럼 떡국 그라탕 한번 만들어 줘,
아니면 까르보나라 같은 것도 ]
[ 그래, 알았어 ]
꼬마김밥을 맛나게 먹던 깨달음이 생각난듯
내게 물었다. 아까 선수촌 아파트
산다고 했을 때 왜 무반응이였냐고,,,
그래서 솔직한 내 심정을 털어놓았고
깨달음은 조용히 내 얘기를 들으며 김밥을
입 가장자리에 반쯤 걸쳐놓고 야금야금
씹어 먹다가 남은 반쪽은
떡볶기 양념에 쓰윽 묻혀 입에 넣었다.
그리고 떡국 떡에 어묵을 감싸 먹기도 하고
찐계란의 노른자를 빼먹고 그 자리에
양념을 가득 채운 뒤에 한입에
털어넣고 오물거렸다. 또 꼬마김밥에 김치를
일렬로 올려놓고 손으로 잡고 먹었다.
[ 깨달음, 내 얘기 듣고 있어? ]
[응, 듣고 있어,
한국에 나도 가서 살고 싶은데,
역시 계획을 세워야겠지? 그래도 우린 집이
있으니까 집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
순진한 건지 천진한 건지, 아니 지금 먹는데
온 정신이 팔려 제대로 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듯했다.
[ 아주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야할 거야,
그렇게 준비를 해도 생각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고 세상이잖아 ]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김밥을
와사비간장에 찍어 먹으며 엄지척을 한다.
[ 깨달음,,식사 다 하고 얘기 하자 ][ 아니, 괜찮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언젠가 당신이
한번 얘기했던 것처럼 거처를 한국과 일본에 두고
서로 왔다 갔다하며
지내는 게 최고인 것 같애 ]
[ 그렇지? 그게 최고겠지?]
[ 응,그러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많을 거야]
[ 응, 아주 많겠지.. ]
우린 그렇게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두집 살림?을
하기 위해서 뭘 해야만 하는지 서로가
생각해 둔 의견들을 구체적으로 나눴다.
많은 갈등과 흔들림이 있었지만 일단
우린 한국으로의 귀국을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 의견일치가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서로의 상황(일 관계)가
어떻게 될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몰라
섣불리 진행시킬 수는 없다.
그래도 깨달음과 같은 방향으로 생각이 모아졌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친구들은 지금도 날 만나면 해외생활하는 게
부럽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한국이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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