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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by 일본의 케이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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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예전처럼 구정날 아침, 떡국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준비하자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국은 설날이 아니지 않냐고 확인차 물었다.

설날인데 신정때 떡국도 먹었고, 구정을 

굳이 쇨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하자

더 이상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매 끼니마다 다른 메뉴들을 만들어 먹다보니

특별함을 잊은 지 오래고

솔직히 지겹웠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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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쇼핑 할까? ] 깨달음이 물었다.

[ 살 거 없는데...]

[ 그냥 나가보면 쇼핑할 게 생기지 않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근처 오다이바로 나가

덱스도쿄 (DECKS Tokyo Beach)4층에 들어서자

 깨달음은 어릴적 10엔, 20엔 주면서 사 먹었던

과자(다가시 駄菓子) 보며 옛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난다며 즐거워했다.

나는 볼 때마다 불량식품이라고 하지만 깨달음은

어릴적 용돈을 아껴가며 하나씩 사 먹었던

과자를 50년이 넘은 지금도 맛볼 수 있다는 게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좋단다.

[ 한국도 이런 거 있지? 당신은

어릴 적 잘 안 먹었어? ]

[ 응, 먹긴 먹었는데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

먹고 나면 혀가 빨개지고, 그래서

별로 안 좋아했어, 고무 맛도 났던 것 같고 ]

[ 어릴 적부터 까탈스러운 아이였구만..]

[...................................... ] 

오징어 맛, 딸기맛, 사이다 맛, 우메보시 맛,

다코야끼 맛, 요구르트맛, 돈가스 맛,

우유맛, 코코아맛, 새우맛 등,,

각양각색의 칼라로 포장되고 세상의 모든 맛을

재현한 버라이어티 한 과자들에 기억을

되새기며 깨달음은 동심으로 돌아갔다.

[ 사고 싶은 거 있음 다 사, 내가 사 줄게 ]

[ 아니야, 먹고 싶진 않아,, 그냥 어릴 적엔

하나씩 사 먹으면서 되게 비싸게

느껴졌는데 여전히 100엔만 있으면

여러 가지 살 수 있다는 게 재밌어 ]

다른 건물로 이동한 우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 하와이 용품점에 들러 

깨달음이 사고 싶어 했던 머그컵을 하나 샀다.

슬슬 집에 들어가려다가 커피숍에서

차를 한 잔 하고 싶어 찾는 중에

깨달음이 회사에서 팩스를 보내야 한다며

편의점에 들어갔다.

수치를 재고 적고 다시 팩스를 보내고,

복사하기를 두어 번 하고는

직원과 통화를 하더니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 그래,, 알았어, 갔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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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 말없이 다녀오라고 하는 게 미안했는지

자기가 직접 설명을 하는 게 일이

빨리 진행될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 아니야, 뭐가 미안해, 일이 우선이니까 갔다 와 ]

[ 점심 당신 혼자 먹게 해서 미안해 ]

[ 아니라니깐, 괜찮아, 얼른 가 ]

그렇게 깨달음은 회사로 들어갔고

난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 

깨달음이 집에 돌아왔다.

[ 잘 해결됐어?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

[ 응, 내가 정리를 해서 내일 미팅이 순조롭게 

넘어갈 것 같아 ]

나는 저녁 메뉴로 뭐가 좋을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봉투를 말없이 내밀었다.

[ 이거 뭐야?]

[ 아까 거기 오다이바(お台場)에서 사려고 했는데

못 사서 아사쿠사(浅草) 들렀어 ]

오늘 쇼핑을 가자고 했던 것도 깨달음은 나름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keijapan.tistory.com/1440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우린 밖으로 나갔다.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었다. 둘이서 여행 다니는 걸 상당한 즐겼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 박물관,

keijapan.tistory.com

지난번 블로그 광고 수익금을 받았을 때부터

선물이 사고 싶어서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게

없어 오늘 맘먹고 쇼핑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못해 일본스러운 선물이 다양한

아사쿠사에 잠깐 들러 사 왔단다.

[ 지난번에도 이거 사 오지 않았어?

내가 이제 그만 사라고 했잖아 ]

[ 근데 지금까지 이게 반응이 좋았잖아,

그래서 조금만 샀어. 그 대신 동전지갑을

사려고 했는데 그게 인기 있는지

품절이라고 해서 주문해 뒀어. ]

[ 내가 이런 거 살 때 같이 사자고 했잖아,

몰래 사지 말고,,]

[ 당신이 알면 필요 없다고 할 것 같아서

몰래 샀지 ]

[ 동전지갑은 몇 개 주문했어? ]

[ 30개...]

[ 30개나? 누구한테 다 줄 생각이야? ]

[ 블로그 이웃님이랑,, 친구, 조카, 후배랑,, ]

오늘은 시간이 없어 천천히 둘러보지 못했다며

이번 주에 같이 가서 못다 한 쇼핑을 하자고 한다.

쉬는 날, 갑자기 회사에 들어가 일처리 하느라

바빴을 게 분명한데 무슨 정신으로

선물을 사 왔을까...... 그것도 나 몰래,,

손지갑을 30개나 주문했다니...

깨달음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면서도

못말릴정도로 섬세한 깨달음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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