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실 대기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어서
머릿속 생각들을 지우려고 애썼다.
일상처럼 매번 반복되는 병원에서의
진료와 검사에 진저리가 쳐졌다.
이런 날은 내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로 남겼던
종합병원인 아내와 사는 깨달음이 불쌍하다는
한 줄의 댓글이 자꾸 떠오른다.
날 알면 얼마나 안다고 건방진 소릴하는가 싶다가도
종합병원이라는 표현을 들어야 할 정도로
내 몸이 상했나 싶어 손가락을 펴
아픈 곳이 어딘지 세어보았다.
특별히 나쁜 곳도, 고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병원을 찾아올 때면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40대 중반에 시작된 갱년기가 오십견으로
먼저 나타나더니 호르몬 분비 변화로 여기저기
약간의 이상 증후를 보였지만 정밀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이번에 갑상선에 생긴 혹 같은 경우도 결과적으로는
별 일 아닌 것으로 끝났지만 이렇듯 어딘가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신호를 몸 구석구석에서
느닷없이 보내고 있어 탈이다.
이 호르몬 불균형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담당의에게 물었더니 일정량의 단백질 섭취,
채소, 과일과 더불어 해조류, 견과류의 꾸준히 섭취,
콩, 된장, 두부 등을 섭취해 피를 맑게 해 주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근력운동, 걷기, 조깅,
자전거, 수영 등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 선생님,.. 저 이 모든 걸 아주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왜 자꾸만 삐걱거리는 걸까요? ]
내 질문에 피식 웃으시던 담당의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이 있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본에서는 환자들에게 멘탈 치료를 병행하는 걸
자주 권한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으로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케어를 함께 하면서 자기 마음을 다스리며
컨트롤하게 되면 치료효과가 크다고 믿고 있다.
특히, 나처럼 갱년기에 있는 여성들은
심리적으로도 불안감과 초조함을 많이 갖고
있어서 더 많은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갱년기에 찾아오는 우울감은 육체의 병을 야기시키고
화를 참지 못하고 순간에 욱하는 감정들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키며 그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육체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어디에선가 자주 들어왔던 얘길 하신다.
[ 동양철학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정신과 육체는
하나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와서 심신의학
부분에서는 요가나 명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잖아요,
인간 본래의 타고난 치료능력을 단련시키면
자가치료효과가 큽니다, 그니까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병이 생기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하지요.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시는 게 좋아요 ]
[ 저 명상도 잘하고 편하게 생각했는데.....]
다음 검사 일정표를 받아 들고 정산을 마친다음
일단 병원을 빠져나와 그냥 걸었다.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 금방이라도
파란물을 쏟아낼 것처럼...
스트레스,,스트레스,,어떤 스트레스가
내 호르몬을 흐트러놓고 있는 걸까...
자기 자신을 거부하지 말고 마음속에
응어리를 품지 않으며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데
난 여전히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
부족함이 많은 모양이었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난 자꾸만
옆길로 미끄러지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그 답을 찾으려
일일이 고민하는 버릇을 고쳐야겠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지면 되고
애써 둘을 가지려 바둥거리지 않아야겠다.
안 되는 것들은 그런가 보다고 너그럽게
흘려버리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신들이 몸과 마음을
황폐하고 만들고 있음을 인식하고 욕심이 나를
무너트리지 못하게 다잡아야겠다.
아프면 아픈대로, 투덜거리지 말고
지금 그대로,,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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