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인정하며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by 일본의 케이 2021. 5. 24.
728x90
728x170

 

잠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꼭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나오고 싶었다.

깨달음은 아침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번갈아보며 붙박이처럼 거실에 앉아있었고

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던 것 같다.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한 권 사고 

그냥 좀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야에 들어온 풍경들이 낯설어질 때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구글로 가까운 커피숍을 검색해 다시 걸었다.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거리는 한산하다.

300x250

 

커피숍에 들어가 적당히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중년의 갱년기에 코로나 블루까지 이유를 

대자면 많겠지만 오늘은 그냥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새로 산 책을 꺼내 펼쳤지만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아픈 일 생긴 것도 아닌데 자꾸만

기분이 쳐지고 있다. 그 원인이 분명 있기에

 오늘은 천천히, 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가족, 친척, 친구, 동기생, 동료, 선후배 등등,

요 며칠 날 붙잡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애를 써도 드러나는 인물이 없다.  

며칠 전 미령(가명)의 소식을 듣고 나서 내 

우울감이 계속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잘 나가는 친구를 응원해주지 못하는 내

속좁음과 스멀스멀 올라오는 질투심과 패배감이

생각보다 날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동기생과 통화를 하는 동안 내 존재감이

형태를 잃은 채 손바닥 모래알처럼

슬려 내려가는 듯했다.

흐트러지는 내 자존감을 부여잡으려 해도

자꾸만 소리를 내며 무너져갔다. 

 

미령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내 머릿속은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되는 놈은 뭘 해도 되고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되는구나

반복해서 들려왔다.

요즘 뭐 하냐고 묻는 미령에게 여전히 난

공부 중이라는 말만 해야 했고,, 미령은

그래,, 열심히 해라고 말했다.

이젠 늦였음을 이젠 포기해야 함을

이젠 잊어야 함을 알면서도 한 줌의 희망을

움켜쥐고 있는 내가 있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060

 

내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17년전, 일본어학원을 다닐 적, 알바비가 나오는  날이면 룸메이트와 약속이나 한듯 손을 잡고  규동집(소고기 덮밥)으로 향했다. 한그릇에 280엔(한화 약3천원)밖에 하지 않았지만  요시노야

keijapan.tistory.com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를 한 모금 하려다

다시 내려 놓았다.

창 밖 세상은 잔잔하고 고요했다.

인간은 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잘했다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어릴 적엔 부모에게, 어른이 되어서는

사회인의 일원으로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받으려 애를 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찾게 되고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으려 한다.

728x90

https://keijapan.tistory.com/1366

 

반백년을 살아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깨달음은 러시아워를 피해 출근을 했다. 일주일만에 맞는 혼자만의 시간을  좀 유용하게 쓰고 싶어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24시간을 그것도 일주일 내내 함께 있어야하

keijapan.tistory.com

 

나 좀 봐달라고,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내 편이 되어 달라고,, 정신적인 허기에

시달려 갈구하고 갈구하지만

목마름만 더해갈 뿐이다.

인정받고 싶으면 상대를 먼저 인정해야함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한 죄가 크다.

되는 놈이 잘 된 게 아닌 잘 되도록

죽을만큼 노력하고, 죽을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다. 물론 나도 누구못지 않게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그녀만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보다 항상 내가 더 잘 났고

내가 더 낫다는 착각 속에 살았던 것 같다. 

거기서 오는 오만함이 초래한 결과라면 

달게 받아야겠지.

현실이 얼마나 냉혹하며 잔인한지

이젠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0) 2021.06.23
생전 처음,,구급차를 탔다.  (0) 2021.06.15
우린 권태기가 아니였다  (0) 2021.05.17
지금 그대로, 있는 그대로...  (0) 2021.04.27
여전히 착한 그녀를 만나다.  (0) 2021.04.01

댓글